일본색 광팬족 급확산…만화·게임 상상 속 자아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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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오타쿠(御宅), 몽상인가 문화인가

일본색 광팬족 급확산…만화·게임 상상 속 자아집착
8조 일본 시장 전이 한국도 1조…전문가 “영혼까지 내려놓는 국부유출” 비판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5-10-01 18:30:11

▲ 작년 10월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3년일본 오타쿠 연관 시장 규모는 1조5억엔이었다. 특히 직접적으로 오타쿠와 관련된 분야의 시장 규모는 8372억엔으로 우리 돈 8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사진은 사당동에 위치한 서브컬처 전문 카페인 ‘사보텐스토어’의 매장 ⓒ스카이데일리

일본과 한국의 오타쿠(おたく)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오타쿠’의 본래 의미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요즘은 애니메이션·만화·게임에 빠져 집착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코엑스 메가박스 앞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거나 가방들을 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인 ‘루리웹’과 ‘러브라이브 팬카페’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인파였다. ‘러브라이브 팬카페’는 코엑스뿐만 아니라 목동·대구·해운대 등 전국에서 개인 대관을 통한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더 스쿨 아이돌 무비’(이하 러브러이브 극장판)의 국내 인기는 대단했다. 개봉 직전 ‘앤트맨’ 등 허리우드 기대작들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기록했었다. 9월 29일 기준으로 관객수 7만8357명을 기록하며 그동안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최다 관객 기록을 가지고 있던 ‘에반게리온 서’를 제치고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총 관객수 8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애니메이션은 지난 6월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8월 기준 러브러이브 극장판의 일본 총 수입은 22억엔을 넘겼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우리 돈으로 2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남긴 것이다.

▲ 사보텐 스토어 한경철 대표는 “한국에서 점점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러브라이브 개인 대관 행사 등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서브컬처 시장이 서서히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답했다. 사진은 지난 9월 3일 개봉한 ‘러브 라이브! 더 스쿨 아이돌 무비’의 포스터 [사진=뉴시스]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닌 원조 오타쿠 시장…1조5억엔

작년 10월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3년일본 오타쿠 연관 시장 규모는 1조5억엔이었다. 특히 직접적으로 오타쿠와 관련된 분야의 시장 규모는 8372억엔으로 우리 돈 8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연애게임 시장과 보컬로이드(음성합성 엔진) 시장의 경우 전년대비 각각 10.2%와 19.2%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이들 시장의 규모는 각각 130억엔과 87억엔으로 확인됐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4%대 성장을 했고, 프라모델·동인지·코스프레·철도모형 시장은 각각 1~2%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체 평균 2.6% 성장했다.

일본 오타쿠 시장의 특징은 고객들의 시장에 대한 충성도가 크다는 점이다. 오타쿠 시장평균 1인당 연간 소비 금액은 2만1751엔으로 우리 돈으로 매년 20만원 이상의 금액을 쓰는 인구가 총 457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모형과 피규어 시장의 경우 1인당 3만엔에서 5만엔 가까운 금액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자료 : 야노경제연구소 ⓒ스카이데일리

아직 성장하는 1조원대의 서브컬처 시장, 일본 못지않은 한국 시장 구매력

일본의 오타쿠 연관 시장의 규모가 우리 돈으로 8조~1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아직까지 오타쿠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관련 시장 규모를 공식 조사한 적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문화산업 현황 조사를 통해 관련 산업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문화산업 현황에 따르면 오타쿠 문화와 가장 밀접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부문 매출액은 총 1조3200억원이었다.

일본에서 정식 발매된 캐릭터 상품 수입은 대일 적자의 원인이 된다. 이미 심각한 대일 무역적자가 오타쿠 문화의 확산과 함께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타쿠 산업 대일 무역 적자는 한국무역공사의 수출입통계를 살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피규어의 경우 작년 20만7000달러(약 2억4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8월말까지 15만5000달러(약 1억8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프라모델 역시 작년 23만9000달러(약 2억8000만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8월말까지 20만8000달러(약 2억4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비평가는 “오타쿠 문화는 한번 형성되면 쉽게 변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이 있어 일본 제품의 수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으로부터 관련 상품을 계속 수입하는 것은 영혼까지 내려놓는 국부유출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