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의 정수, 집대성… 만한전석(滿漢全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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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짐승, 해산물, 들짐승, 야채류 등 총 180가지 요리

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2-05-17 00:59:22

▲ 청나라 황제가 통치를 공고히 하기위 해 한족과 만족의 정통 요리로 만한(만족과 한족) 문무백관과 즐겼던 요리, 만한전석.

중화요리의 정수, 그 모든 것의 집대성인 만한전석(滿漢全席).

오천년의 역사가 흐르면서 왕조는 수없이 변해도 궁중요리의 전통은 꾸준히 이어져 오다가 마침내 하나의 체계로 종합되고 집대성된 것이 바로 만한전석이다.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 건주(建州)에 살던 여진족의 누르하치(努爾哈赤)가 세운 대금(大金)은 그의 아들 홍타이지(皇太極)가 1636년에 대청(大淸)으로 바꾸었고, 그들의 고향 땅 이름도 건주에서 만주로 바꾸었다. 이때부터 여진족은 만족(滿族)으로 불리게 됐다.

따지고 보면 당시 이미 3억이 넘는 인구를 가졌던 명나라도 불과 10만이 안 되는 만주족 팔기군(八旗軍)의 말발굽 아래 철저하게 짓밟히고 유린된 것을 보면 수백만의 우리가 한때 패배한 것을 두고 한탄만 한다면 올바른 역사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이 만주족이 대륙을 차지하고서 최고의 정책으로 시행한 것이 소수 만족의 절대 우대이고 다수 한족의 안배였다.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한족에게 강요할 때는 받아들이거나, 죽음을 택하든가 선택을 강요하곤 하였다.

그렇지만 만주족들은 수적으로 워낙 많은 한족들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안배의 묘수를 찾아냈다.

그들의 주요 관심사의 하나인 연회에서도 이 같은 견제와 안배의 질서는 엄격히 지켜졌으므로 궁중 요리도 ‘만주식 연회’를 뜻하는 만석(滿席)과 ‘한족식 연회’를 뜻하는 한석(漢席)으로 구분되었던 것이다.

만석과 한석으로 구분되던 궁중음식이 둘을 합친 만한전석으로 바뀐 것은 언제인가. 그것은 청나라 강희제(康熙帝) 말기이니 18세기 초에 해당한다.

강희제는 본인이 회갑을 맞자 천자로서는 보기 드문 장수를 한 기쁨에 이틀간에 걸쳐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을 2,800명이나 궁궐로 초청하여 대연회를 개최하였다. 이른바 천수연(千壽宴)이다.

이 자리에서 강희는 만석과 한석을 두루 갖춘 잔칫상을 가리켜 친히 만한전석(滿漢全席)이라 불렀다. 그러므로 만한전석은 만족과 한족의 산해진미를 모두 갖춘 궁중연회를 뜻하는 말이다. 이것이 기록에 보이는 최초의 만한전석이다.

만한전석에서는 모두 180가지의 요리가 나오게 된다. 이중에서 대체로 인정되는 진귀한 것을 들자면 날짐승, 해산물, 들짐승, 야채류에 따라 각각 여덟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날짐승으로서 진귀한 여덟가지(禽八珍)는 붉은 제비(紅燕), 백조(天鵝), 비룡(飛龍, 들꿩의 하나), 메추라기 따위이다.

해산물로서 진귀한 여덟가지(海八珍)는 제비집(燕窩), 상어지느라미(魚翅), 검은 해삼(烏蔘), 전복(鮑魚) 따위이며, 들짐승으로서 진귀한 여덟가지(山八珍)는 낙타 혹(駝峰), 곰발바닥(熊掌), 성성이 입술(猩脣), 표범의 태반(豹胎), 코뿔소 꼬리(犀尾), 사슴 힘줄(鹿筋) 따위이다.

또한 야채류로서 진귀한 여덟가지(草八珍)에는 흰참나무버섯(銀耳), 죽순(竹筍) 따위가 있었다.

언젠가 맹자는 말하였다.

“물고기도 먹고 싶고 곰발바닥도 먹고 싶으나 두 가지를 모두 먹을 수 없을 때에는 곰발바닥을 택할 것이다. 목숨도 아깝지만 의(義)와 예(禮)도 지키고 싶은데 두 가지 모두를 바랄 수 없다면 목숨을 버리고 의와 예를 지켜야 할 것이다(魚我所慾也熊掌亦我所慾也二者不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라고.

이것이 바로 유명한 맹자의 불가득겸(不可得兼), 즉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니,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근엄하신 맹자 선생도 곰발바닥 요리의 맛을 인정하였다 할 것이다.

맹자의 불가득겸(不可得兼), 이는 다시금 새겨볼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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