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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두고 조양호 회장의 ‘딸 사랑’에서 기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딸은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조 전 부사장은 논란 전까지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담당해왔다. 경복궁 인근 한옥호텔 사업을 철회한 바 있는 한진그룹은 현재 LA에 미국 서부 최고층 규모의 호텔을 건립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호텔사업의 쓴 맛을 본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위기 속에서 호텔사업에 계속 진행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미국 LA의 최고급 호텔 재개발 공사는 한창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일각에서는 호텔사업을 맡았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까지 불거져 나왔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2년여 간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게 됐고 이로 인해 대한항공 역시 대외 신용도가 하락하고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상황이 어려워졌다.
투자업계에서는 한진해운 발 유동성 위기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미국 LA에 짓는 호텔이 주목받고 있다. 고전 중인 국내사정과 반대로 미 서부지역 최고층 호텔을 건립 중이기 때문이다.
해당 호텔은 ‘윌셔그랜드 호텔’이다. 지난 2014년 2월 착공했으며 지난 3월 8일 상량식을 마치고 현재 내부 공사에 한창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이 호텔은 73층(252m, 첨탑까지 335m) 높이다.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호텔은 31층부터 최고층 사이에 조성되며 이하 층들은 상업시설 및 컨벤션 시설로 이용될 예정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현재 공사장 인근에는 임대 광고판이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공사의 공식 명칭은 ‘윌셔그랜드 호텔 재개발 프로젝트’다. 대한항공은 1989년부터 운영해 온 호텔을 지난 2011년 3월 재개발을 위해 철거했으며 총 13억5000만달러(약 1조5795억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의 주체는 한진그룹의 현지법인 ‘한진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HIC)’이다. 이곳은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와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사업자금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한진해운 주식 전량도 HIC의 차입금에 대해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기준 대한항공의 담보제공액은 4634억원이었으나 기말기준은 1조9856억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1조5222억원의 추가담보 제공이 있었던 것이다.
▲ 지난 3월 17일 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 LA의 윌셔그랜드 호텔 53층에서 한 인부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상량식 후 9일만의 일이자 공사 시작 후 첫 인명피해였다. ‘자살’로 종결된 이번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호텔’과 ‘조양호家’의 악연에 주목했다. 사진은 지난 3월 8일 진행된 호텔 상량식. [사진=한진그룹]
조양호家 숙원사업 호텔, ‘땅콩회항發 경복궁 실패’ 딛고 ‘서부신화’ 이룰까
최근 월셔그랜드 호텔에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17일 정오께 공사가 진행 중인 호텔 53층에서 한 인부가 추락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를 ‘자살’로 판단했다. 경찰은 숨진 인부가 헬멧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점 등에 주목했다.
당시 공사 3년 만에 발생한 사망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조 회장 일가와 호텔가 악연이 회자되기도 했다. 악연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특급관광호텔 계획이 무위에 그친 것이다.
지난 2008년 한진그룹은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를 2900여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경복궁과 인접한 이곳에 조양호 회장은 이곳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했다. 하지만 학교보건법에 발목을 잡혔다. 해당 법에 따르면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관광호텔 신축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 지근거리에는 풍문여자고등학교, 덕성여자고등학교, 덕성여자중학교 등 학교가 밀집했다. 자연히 해당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호텔 건립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불가능한 건립을 가능하게 하기위해 한진그룹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패소했다.
그러자 조 회장이 직접 나섰다. 지난 2013년 8월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규제를 풀 것을 요청한 것이다. 조 회장이 건의했던 자리는 박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들과 규제완화 논의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자연스럽게 학교 인근 호텔건립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졌다.
공론화가 이뤄지면서 단순히 특급호텔과 같은 곳이 숙박업소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유해시설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급기야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입법 추진됐다. 조 회장의 한 마디 건의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뜻하지 않은 ‘오너家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2014년 12월 불거진 것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이끌고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야당도 해당 법 개정안을 두고 ‘특혜입법’ 시비를 제기했고 결국 한진그룹은 호텔 대신 문화복합시설을 짓는 것으로 계획을 선회했다.
이 같은 사연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의 LA 호텔을 두고 조 회장 일가의 대리만족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록 한국 서울 한가운데 한진 간판을 건 ‘7성급 호텔’ 건립은 불발됐지만 미국 서부에서 제일 높은 빌딩으로 아쉬움을 달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 조양호 회장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호텔건립을 위해 대통령에게 읍소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과 더불어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여론이 크게 형성됐고 결국 전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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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반응의 배경은 호텔사업이 대한항공이나 그룹 전체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는 해석의 연장선에 나온 관측이다.
현재 한진호텔이 운영 중인 호텔은 제주 칼호텔, 서귀포 칼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하야트 인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등이다.
윌셔 그랜드 호텔의 경우 호텔을 지난 1989년 인수해 운영해 오다 현재 공사 중이다. 호텔은 재건축이 이뤄지기 전까지 LA행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들의 체류기간 숙소로도 활용됐다. 이 때문에 다년 차 승무원들은 이 호텔의 이용경험이 풍부하다.
LA에 방문할 때마다 해당 호텔을 이용했다는 전직 대한항공 승무원은 “신식 건물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낡고 노후 돼 재건축 공사가 시급해 보이진 않았다”며 “호텔이 LA 도심 한복판에 있는데 인근이 슬럼화 된 공간이라서 회사가 왜 이곳에서 호텔사업을 하는지 또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재건축을 하는지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승무원들 내부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현지교민과 현지에서 다년간 유학생활을 한 이들에게 접촉했다. 이들은 건물의 노후사정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수 없으나 해당 지역이 슬럼가 근처라는 것에는 동의했다.
교포 최영두씨는 “미국의 경우 도심지역은 낮 동안 많은 유동인구가 있을 뿐 제대로 된 주택가는 모두 외곽에 위치한다”면서 “도심지역을 끼고 슬럼가가 형성돼 있으며 밤이 되면 더욱 유동인구가 없어 우범지역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는 “특히 호텔은 LA 한인타운과 도심지역 중간에 위치했는데 이 일대가 슬럼화 된 곳이다”면서 “최근 이곳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밤에 돌아다니기 힘든 곳이다”고 지적했다.
유학생 출신 A씨는 “해당 호텔은 한인타운 인근에 위치했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며 “보통 LA의 호텔들은 말리부·산타모니카·롱비치 등으로 이어지는 해안가 등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사업과 호텔·관광 사업은 유관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자리했다. 과거 조 전 부사장은 “환경과 시장에 걸 맞는 호텔을 짓거나 운영하는 것이 한진그룹 호텔사업의 비전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매출비중에 비해 자산비중이 크게 차지하는 호텔사업이 과연 그룹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데 의문점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호텔·리무진사업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278억원, 219억원, 4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이 급격하게 올랐으나 이는 전체 매출(지난해 11조6804억원)과 대비하면 0.2~0.4% 남짓이다. 반면 해당 사업의 자산은 같은 기간 2323억원, 7092억원, 1조966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해당 사업부문은 줄곧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호텔·리무진사업의 자산규모는 전체 자산대비 1.0%에서 4.4%로 3.4%p 올랐다. 자산대비 실익 없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호텔 관련 자산을 매각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룹 차원의 매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014년 9월 조현아(왼쪽)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와 커크 킨셀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 미주지역 대표가 윌셔그랜드 호텔의 위탁운영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조 대표는 연말 빚어진 ‘땅콩회항’ 사건으로 그룹 내 직책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윌셔그랜드 호텔 오픈과 함께 ‘컴백’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진=한진그룹]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경우 조원태 부사장이 항공을,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을 맡는 모습으로 후계·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자연히 그룹 차원에서 호텔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조양호 회장의 자식사랑일 것이다”고 평가했다.
호텔사업에 열의를 보여 온 것으로 알려진 조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논란이 빚어진 후 지난해 1월 모든 공식직함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3월 한 재미 블로거를 통해 그녀가 현재 한진칼 소유의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의 등기이사로 적시돼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조 부사장의 ‘컴백’ 시기가 확정됐다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LA 호텔 완공이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조 부사장이 복귀 한다는 방침이 확정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윗선으로부터 나온 신빙성 있는 정보다”고 주장했다.
해당 호텔이 글로벌 호텔 체인회사인 인터콘티넨털에 위탁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해당 호텔은 재개발 계획 때부터 조 전 부사장을 염두하고 건설된 것이다”며 “HIC를 발판 삼아 한진그룹 호텔들을 다시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뜬소문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이곳 관계자는 “조 부사장에 대한 복귀 자체가 논의된 바 없으며 복귀 논의가 있더라도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앞서 호텔사업 논란에 대해서는 “향후 LA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 차원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다”며 “호텔 주위가 다수의 고층빌딩이 밀집해 있어 위치상으로도 그리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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