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
수출입 의존 비율이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해운업은 국내 경제 성장과 그 궤를 함께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6년 현대상선을 세운 뒤 이듬해 고 조중훈 한진그룹 명예회장이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보다 늦게 설립됐지만 지난 1988년 국내 1호 선사인 대한선주 인수 후 유럽 항로를 넘겨받으면서 국내 1위 선사로 부상했다. 1992년에는 국적 선사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라는 기염을 토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이들 두 선사의 성장 과정에서 공통점을 엿볼 수 있다. 창업주 타계 후 한진해운은 3남 고 조수호 전 회장이, 현대상선은 5남 고 정몽헌 전 회장이 각각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이 작고하자 현대그룹은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맡았고, 한진해운 역시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경영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해운업 불황으로 두 해운사가 실적 악화에 시달렸고 올해 초 자율협약에 들어간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현대상선은 그룹 오너이자 총수인 현정은 회장이 사재출연은 물론 사실상 알짜자산을 거의 팔아치우면서 강도 높은 자구안으로 극적 회생했다. 현대상선은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인 선물로 안겨졌다. 반면 한진해운은 총수이자 오너인 조양호 회장이 당초 약속했던 사재출연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구안도 계열사 매각이 전무해 현대상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계열사는 조 회장의 자녀들이 줄줄이 꿰차고 있기도 했다. 따라서 17조원에 달라하는 막대한 국민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을 조양호 회장에게 법적 처벌로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는 물론 한진그룹 전체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그래서 필요하다는 법조계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똑같은 위기를 맞았지만 상반된 결과를 보인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과 이를 둘러싼 업계 안팎의 반응 등에 대해 진단했다. 
|
▲ 올해초부터 진행된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결국 법정관리로 막을 내리면서 파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초 현대상선과 함께 구조조정에 돌입할 당시만 해도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높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너의 엇갈린 회생 의지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처벌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1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파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향후 손해규모만 17조원으로 추산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진해운은 당초 구조조정에 돌입할 당시만 해도 현대상선보다 회생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해운업에서 국적 선사 1위인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상선이 오히려 정상화에 성공했고 한진해운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채권단 및 업계 안팎에서는 오너인 조 회장의 회생 의지 부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오너 사재 출연, 현대증권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내놓은 반면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에 내놓은 자구안이 미진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 회장의 사재 출연이 전무했다는 것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적선사 1위 결국 법정관리…청산시 국민경제 타격 17조 ‘빚 3조 파문 일듯’
▲ 자료: 한국선주협회 ⓒ스카이데일리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당장 해운 물류 혼란과 막대한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진해운에는 채권단의 자금뿐 아니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이 투입한 1조원 이상의 공공자금까지 투입됐다.
국적선사 1위였던만큼 법정관리 후 청산에 돌입하게 됐을 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유·무형적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청산될 경우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 상승 등으로 연간 17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부산지역 해운항만업계와 관련된 일자리 2300여개도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러한 손실 가운데 국내금융기관 차입금과 항만 및 업체 미지급금, 선박금융, 100여개 지역 농협, 공제회, 신협 보유 사모사채 등 약 3조원 대의 국내 채권 회수가 불가능해져 육·해상 물류 전반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내 산업 특성상 벌써부터 해외에서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을 대상으로 압류 절차를 밟고 있어 국내 수출입 물량에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입 운송이 많은 미주노선에서 시장점유율 7.0%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될 경우 해운동맹에서 퇴출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이 외국선사들의 화물운임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미주항로와 유럽항로 운임이 각각 27.3%, 47.2% 상승하고 운임상승으로 국내 화주들이 추가로 부담할 돈이 연간 440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이 실행되더라도 연간 2273억원의 추가 운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재출연에 알짜자산 매각 후 중견기업 전락 배수진 친 ‘현정은 회장’과 대비
▲ 자료: 해운업계 및 각 사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국내 경제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 책임을 오너인 조 회장에게 묻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현대상선보다 높았지만 오너의 회생 의지 차이가 상반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838%로 현대상선 부채비율인 5309%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규모면에서나 부채율면에서나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배경이다.
하지만 현재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줄이고 정상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더 나은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결과는 천지차이를 보인 셈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두 해운사를 이끌고 있는 오너의 의지가 성패를 갈랐다는 여론이 무성하다. 실제로 두 해운사가 자구안 이행을 위해 내놓은 자금 규모면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현대상선이 내놓은 자구안 자금 규모는 총 5조289억원인 반면 한진해운은 2조2429억원으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현대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알짜 자산과 계열사 4개(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를 매각했다. 대기업이던 현대그룹은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외에 달리 계열사 매각 등은 전무했다.
오너의 고통 분담에서도 둘은 차이를 보였다. 현 회장이 그의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과 총 300억원의 사재를 내놓은 반면 조 회장은 사재 출연 가능성을 시사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특히 이는 채권단이 지원에 나서기위한 최소한의 명분 쌓기마저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해운업 “조양호 사실상 손 놨다”…법조계 “총수일가·그룹 전방위 수사를”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한진해운 법정관리 돌입과 관련해 조 회장이 회생 의지에 대한 의문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룹차원의 지원이 미비했던 이유로 후계구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조 회장의 삼남매는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대한항공·진에어 등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막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관광 대표이사와 진에어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땅콩 회항 사태로 세간의 비난을 샀던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도 국외 호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해 향후 승계를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사실상 조 회장의 자녀들이 요직을 맡고 있는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대한항공 역시 한진해운 지원과정에서 매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유동성 문제가 그룹내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있다. 이에 조 회장이 그룹차원에서 한진해운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가 유동성 위기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살펴보면 그룹차원에서 회생 의지를 엿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명백히 대주주가 있음에도 대주주의 고통 분담도 이뤄지지 않고 제대로 된 자구안은 내놓지 않은 채 자금지원을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살릴 의도가 있었다면 매각에 나설 수 있는 그룹 내 자산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며 “국민 혈세가 투입된 마당에 조 회장의 정상화 의지가 부족한건 아쉬운 대목이다. 수십조원의 막대한 국민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은 범죄이기에 단죄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법조계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파산책임으로 조양호 회장에 대한 법적 단죄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책임한계가 묘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가경제에 심대한 위해를 준 책임은 분명히 있는 만큼 조양호 일가와 한진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