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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준식(62) 일제침략70년사진전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한 행사기획자라는 생업을 1년째 미뤄두고 사비를 털어넣어 순회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공 위원장은 일제의 만행이 생생한 사진들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고초를 겪은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보다 많은 이들이 봐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옛날 이야기로 치부할 것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겪었고 아버지가 겪었던 일입니다. 불과 한 세기도 안 된 이야기며 이 자체가 새겨들어야 할 역사교육인 셈입니다”
공준식(62·남) ‘일제침략 70년 사진전’ 추진위원장은 인터뷰 줄곧 우리 민족이 고초를 겪었던 시기가 오래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가 이 사진들을 접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행사 기획자였던 그에게 해당 사진들을 출판·보급해달라는 지인의 부탁으로 인해 접하게 된 후 그는 개인 재산을 처분하면서까지 사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전은 지난 1월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현재 사진전은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과 2·4호선 을지로4가역 등 두 곳에서 진행 중이다.
LA흑인폭동 상처 안고 귀국…평범한 삶에 ‘운명의 떨림’ 줬던 한권의 사진첩
“1984년 미국으로 이민길에 올랐어요. 어렵사리 LA에 정착해서 식료품 도매상을 운영했죠. 하지만 1992년 4월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변했어요. 폭동이 일어났고 제 가게는 불에 타버렸죠. 제 10년 인생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귀국을 선택했습니다”
1993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농산물 유통업에 종사했다. 지난 2002년부터는 행사기획 업계에 몸담아왔다. LA폭동을 몸소 겪은 것 외에는 20년 간 평범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 공준식 위원장은 전시 사진들의 저작권은 출판사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써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 왼쪽은 사형장에 끌려가는 독립투사들. 사진 오른쪽 위는 작두로 잔인하게 목을 자르는 일본군, 오른쪽 아래는 강제로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 ⓒ스카이데일리
“하루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책을 한 권 건네줬어요. ‘사진으로 보는 일제침략 70년사’란 사진첩이었죠. 저에게 홍보·배급을 부탁했고 저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하지만 표지를 넘긴 순간부터 저는 이 책을 손에서 놓질 못 했습니다”
두꺼운 사진첩 책장 한 페이지씩 넘겼던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수록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할 정도였고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는 대성통곡을 했다고 공 위원장은 회상했다. 그의 잠들어 있던 역사의식이 깨어나는 순간이라고 스스로는 표현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어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우리 조상이 겪은 역사이기에 이 사진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느낀 전율을 국민들에게 선사하고 싶었어요. 민족의 슬픈 역사를 생생히 전달하는 것이 제 삶의 소명이라 여기게 됐죠”
사진첩의 가격은 18만원이었다. 공 위원장은 홍보와 보급에 열을 올리더라도 도서관 아니면 갈 곳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결국 많은 이가 보기에 힘들 것이라 생각한 그는 사진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 사진전이 열리고 있던 서울 지하철 5호선 을지로5가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구경하고 있다. 공준식 위원장은 덕수궁의 문화재해설사 세 명이 자원봉사로 일해주고 있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사비를 털어 사진전을 개최하기로 마음먹었죠. 뭐 알아보고 계획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 길로 기존 운영하던 사무실을 빼 손에 쥔 보증금과 보험·적금을 해지해 마련한 돈으로 사진전을 개최 했습니다”
첫 사진전이 열린 것은 지난 1월 15일이었다. 그가 사진을 통해 ‘떨림’을 겪고 운명으로 받아들인 뒤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40여 차례의 사진전이 개최됐다.
사진의 힘…교과서로 배운 추상적 역사 현장이 선명한 한 장으로 가슴을 저민다
“제가 볼 때 일제강점기에 대한 대중의 역사의식은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어요. 글 중심의 교과서만으로 당시를 여실히 보여줄 수 없었던 거죠. 자연히 세대를 거듭할수록 공감대는 떨어질 것이고 이를 막고자 사진전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그가 이 사진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순국선열의 피와 목숨으로 지켜낸 조국에 대한 자랑스러움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형편없던 국력의 우리가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점에 대한 자부심이다.
“사진전 한 쪽에 방명록을 비치했어요. 자율적으로 후기를 남겨놓게 한 것이죠. 여기에 적힌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국민들의 역사의식이 예상보다 투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렇게 투철한지 저는 몰랐어요. 아마 대부분의 기성세대들 역시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대중들의 역사의식을 확인할만한 계기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역사에 무심했던 것이죠. 사진전과 같이 역사에 관심가질 만 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역사의식은 보다 활짝 꽃피울 것입니다”
▲ 공 위원장은 사재를 털어 사진전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사진전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더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전시장에 비치된 방명록 옆에는 후원금 상자가 놓여있다. 이곳에는 1000원은 물론 5만원짜리 지폐까지 곧잘 보인다고 공 추진위원장은 전했다. 지하철 역사를 지나며 무심코 지날 수 있을법한 무료사진전에 이처럼 소중한 후원금액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그는 높이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전 별도의 계좌를 개설해 후원을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후원금 상자를 통해 지원받는 금액은 실제 사진전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 돈의 가치는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액수를 떠나서 의미가 있는 것이죠. 액면가가 낮더라도 그 가치마저 낮은 것은 아닙니다”
그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한 팀은 명덕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다. 교내 번역반을 통해 사진 내용을 영어·중국어·(현대)일본어 등으로 번역해 외국인들에게까지 참상을 알리는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덕수궁 문화재해설사들이 무보수로 사진전 설명에 나서기도 한다.
공 추진위원장은 사단법인을 설립해 전시회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 오는 2019년 3·1절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년도 채 안 되는 지난 시간동안 생업조차 포기하며 사진전을 개최한데는 큰 이유가 없습니다.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자는 것이 전부입니다. 모든 국민이 역사의식을 되찾는 것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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