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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오롱그룹(사진)이 운영하고 있는 외식사업체 스위트밀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나오고 있다. 스위트밀은 수 년째 심각한 자본잠식에 허덕이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채 그룹 차원의 지원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코오롱 그룹이 자본잠식에 빠진 외식사업체 스위트밀을 오랫동안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스위트밀은 진작 정리돼야 할 기업으로 회자됐지만 이웅열 코오롱 그룹 회장의 의중으로 인해 버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프리미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웅열 회장은 스위트밀 경영 상황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으며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트밀은 ‘비어드파파’라는 제빵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비어드파파는 원래 일본에서 유명한 즉석 슈크림빵 전문점이다. 비어드파파는 전 세계 4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무기노호사의 대표 브랜드다. 한국에는 지난 2002년 일본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고(故) 조성민에 의해 처음 들어왔다.
조씨는 씨엔씨컴퍼니를 설립해 프랜차이즈 영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명인 씨엔씨컴퍼니는 고(故) 최진실과 조씨의 영문이니셜을 따서 만들었다. 그러나 조씨는 경영악화로 지난 2004년 체인점 운영에서 손을 뗐다.
조성민이 포기한 비어드파파를 이어받은 곳이 코오롱 그룹이다. 지난 2004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무기노호사와 합작해 스위트밀을 만들었다. 스위트밀은 외식 사업을 12년 째 전개하고 있으나 최근 업계에서 침체를 넘어 추락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스위트밀은 수년 째 적자가 이어지며 자본잠식을 당한 상태다.
애물단지 된 디저트사업, 생생내기용 재단기부…코오롱 지원 빼면 ‘빈껍데기’ 논란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6. 6월 말 기준, 일부 제외) ⓒ스카이데일리
야심차게 준비한 비어드파파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하자 코오롱 그룹은 직·간접 지원을 해왔다. 계열사에서는 매년 꼬박꼬박 제품을 매입해주고 있다. 매출의 3분의 1 가량이 계열사 간 거래로 발생한다.
수의계약을 통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준 곳은 덕평휴게소(덕평랜드)다. 덕평휴게소에는 비어드파파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덕평휴게소는 애초 코오롱글로벌이 지분 100%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오롱글로벌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덕평랜드 지분 49%를 맥쿼리에 넘기고 덕평휴게소를 관리하는 회사 네이처브리지를 세웠다. 지난해 내부거래액 1위는 덕평휴게소를 운용하는 네이처브리지였다.
지난 4년간 스위트밀이 네이처브리지 등 특수 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액은 ▲2012년 19억원 ▲2013년 19억원 ▲2014년 19억원 ▲2015년 21억원이다.
코오롱그룹은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스위트밀의 운영 및 시설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스위트밀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재벌가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현재 스위트밀의 최대주주는 지분 57.14%를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다. 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스위트밀의 지배구조를 보이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이 회장은 결국 2013년 본인의 지분 전부(19.97%)를 공익재단인 꽃과어린왕자에게 넘겼다. 그러나 2012년부터 스위트밀은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져 이 회장이 비난면피용, 생색내기용 기부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군다나 꽃과어린왕자 재단은 이웅열 회장의 부인인 서창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스위트밀의 지난 4년간 실적은 ▲2012년 매출액 54억9900만원, 영업손실 1억6800만원, 당기순손실 2억7600만원 ▲2013년 매출액 60억4500만원, 영업이익 9200만원, 당기순이익 100만원 ▲2014년 매출액 62억1300만원, 영업이익 7100만원 당기순손실 2300만원 ▲2015년 매출액 61억3800만원, 영업손실 9500만원, 당기순손실 2억2500만원 등이다.
개당 2500원 비싼 슈…소비자들 “빵 파는 곳인지 몰랐어요”
비어드파파 업황을 보기 위해 서울 시내에 위치한 매장들을 찾았다. 취재 결과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인기 매장이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비어드파파는 일반인들에게 매장에 대한 홍보가 안 돼 있었다.
매장을 이용하거나 지나치는 상당수 시민들이 비어드파파가 ‘슈크림’을 파는 곳인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매장에서 음료를 먹고 있던 고객조차도 이곳이 ‘슈’로 유명한 곳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본 비어드파파에서는 ‘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현지실정에 맞게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빵집이 아닌 커피숍인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림동 최대 복합쇼핑몰인 포도몰 비어드파파 매장에서 만난 전지나(35·여)씨는 “간판만 봤을 때는 화장품숍인 줄 알았다”며 “슈크림 모양 간판으로 바꾸던지 해야 빵집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 서울 시내 비어드파파 매장을 찾은 방문객 상당수는 이곳이 슈 전문점인 것조차 알지 못했다. 사진은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어드파파 신림 포도몰점, 양재점, 메뉴판, 오리지널슈 ⓒ스카이데일리
포도몰 단골 방문객이라는 남승민(25)씨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포도몰을 자주 오지만 비어드파파는 처음 듣는다”며 “친구들과 놀러갈 때 그냥 커피전문점을 가지 슈크림을 먹으러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재점은 지하철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신림점보다는 비교적 손님이 많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비어드파파가 슈 전문점인 것을 아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이인우(30)씨와 안남숙(68·여)씨는 “커피를 파는 곳인 줄 알았다”며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지인을 기다리기 위해 들렀다”고 멋쩍게 말했다.
매장에 앉아서 한참동안 수다를 나누던 여성들에게 다가가 슈크림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이주원(21)씨는 “여기가 슈크림 전문점이었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씨 뒤에 있는 ‘슈크림 전문점’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아기에게 간식을 사주기 위해 가끔 온다는 이정미(가명·38·여)씨는 스위트밀의 고가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가격대가 비싸다보니 자주 오지는 않는다. 다만 5개에 3500원인 미니슈를 사러 가끔 온다”며 “음료는 아무래도 커피전문점을 가거나 ‘쥬씨’ 같은 저가 생과일주스 전문점에서 주로 사먹는 편이다”고 말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스위트밀의 오리지널 슈는 개당 2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 뼘도 안 되는 치즈케이크 스틱은 1800원이다.
매장 직원은 “전부 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다. 그러나 일반 빵집의 슈크림과 비교했을 때 맛과 퀄리티에서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단골이 꾸준히 찾는다”며 “최근 본사에서 매장 리뉴얼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경험한 적 있는 김한별(27·여)씨는 한국에서 비어드파파 매장이 안 되는 이유로 디저트 문화가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식후 줄을 서서라도 디저트를 먹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있지만 한국은 아직 일본에 비해 디저트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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