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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중산층의 표심을 잡기위해 부자와 대기업을 때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실한 비법중 하나가 중산층의 표심을 잡는 쪽이 이긴다는 계산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어떤 정당도 중산층의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엉뚱하게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부자와 대기업을 때린다고 해서 중산층의 경제사정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부자와 대기업을 조른다고 중산층 표가 지지표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말이다.
또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 내는 복지확대 공약도 그렇다. 그 혜택은 대부분 저소득층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결국 중산층의 관심을 끌기에는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온 말이 어느 정당이 되었던 중산층의 표심을 잡기만 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어느나라나 중산층의 표심이 선거의 향배를 좌우한다는 것은 기정된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이 정의하는 중산층은 ‘중위가구 소득의 50~150%에 속하는 소득계층’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산층은 소득의 중간층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중심축으로서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것은 이런 중산층이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나름대로의 자각과 응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주도세력이 중산층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는 계층간 갈등이 적고 국민적 의사결정이 쉬운 반면 그렇지 못하는 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크고 국론이 쉽게 분열된다.
결국 한 사회가 갈등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을 끌어 올려 중산층의 비중을 늘리고 그들의 삶의 질을 총체적으로 향상시키는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고 정권 창출을 위해 경쟁하는 정당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중산층의 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위축되고 초라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5년 75.3%에 달했던 중산층의 비중은 2010년 67.5%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전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의 1.3배에 달했던 중산층의 소득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2010년까지 평균적인 소득증가율의 절반으로 추락했다.
중산층의 숫자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속주머니 마져 얄팍해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현재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중산층의 몰락과 무관하지 않다. 중산층의 몰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도 중산층의 소득이 줄고 가계부채가 늘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헙에 처했다.
결국 경제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되면서 고 임금과 저 임금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중간 임금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중산층이 일자리를 잃으면 빚을 지거나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 유럽 각국은 중산층 복원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게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진작부터 2012년 재집권 계획의 캐치프레이즈로 ‘중산층 복원’을 내걸었다. 이에 비해 여야 정당이나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인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렇다 할 ‘중산층 복원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겨우 생각해 냈다는 것이 여야를 막론하고 1%부자와 재벌로부터 세금을 거둬 저소득층에 퍼주는 로빈후드식 복지공약만 남발할뿐, 중산층의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겠다는 실제적인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보면 ‘만나의 밥상’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 ‘만나의 밥상’의 주체는 돈을 신으로 섬기는 물신(物神, mammon god)도 정치의 힘이나 신자유주의의 시장경제도 아니며 수익을 많이 올리는 대기업도 아니고 거대한 초국적 농산물 기업이 아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신 하나님이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만나의 밥상’이란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한 밥상이며 모두에게 넉넉한 밥상이다. 만나의 밥상은 각 사람이 가져간 양은 서로 달랐으나 모두가 넉넉한 만족한 밥상이었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 특히 신자유주의의 경제 세계화가 보여준 밥상은 많이 가진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데 반해 적게 가진 자는 살인적인 빈곤으로 신음하고 있는 양극화의 합창이요, 불평등한 밥상이다. 그렇기에 ‘만나의 밥상’은 우리들에게 모두가 함께 즐겁고 신나며 모두가 함께 넉넉한 밥상이 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만나의 밥상은 약자보호 및 약자 우선의 밥상이며 상생의 밥상이다. 적게 거둔 자에게 규제가 전혀 없는 반면에 많이 거둔 자에겐 남은 양식이 썩는 규제가 있다는 것은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하며 지극히 약한 약자에게 먼저 우선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면서 빈자를 보호하며 살아가는 삶이야 말로 빈자 보호의 경제요, 지극히 낮고 천한 자들을 위해 봉사하며 섬겨 나가는 경제이어야 진정한 ‘만나의 밥상’이요,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밥상인 것이다. 만나의 밥상은 바로 이러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들의 생명∙정의∙평화의 삶이 되는 것이다.
이제 그만 마무리를 정리해야겠다. 중산층 복원의 핵심은 역시 일자리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중산층의 빈곤층 추락을 막고, 저소득층의 중산층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지확대도 필요하지만 이 역시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전직 대통령의 말대로 일자리를 늘리는 생산적인 복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고소득층 때리기와 저소득층 퍼주기만 하는 것으로 지금의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그 보다는 ‘중산층 키우기’라는 전향적인 목표가 매우 절실한 때다. 모쪼록 이번에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 경쟁의 장(場)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사도행전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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