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부부의 역작 ‘한식 세계화’ 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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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1-21 00:02:38

이명박 정권 당시 정부 차원의 역점사업이던 ‘한식 세계화’가 실상을 보니 당초의 야심찬 목표와는 달리 졸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식 세계화는 대통령 영부인까지 나섰던 사업이기에 이른바 ‘MB 부부 역작’이라는 기대감까지 불러 일으켰지만 그 결과를 보면 오히려 ‘단기적 쇼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MB 정부는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던 해부터 한식 세계화 깃발을 들어 올렸다. 지난 2008년 닻을 올린 이 사업에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나서자 당연히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그리고 한식을 전 세계인이 먹는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로는 약 10년에 걸친 야무진 계획이었다. 내년(2017년)까지 한식을 이탈리아·프랑스·중국·태국 등에 이어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겠다다는 포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목표연도가 다가오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세계 5대 음식은커녕 한식의 세계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한식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업 자체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2010년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이사장으로 세워 한식재단까지 설립했지만 혈세만 낭비한 채 여전히 ‘무늬만 세계화를 외친다’는 지적이 많다.

한식재단은 ‘한식 가이드북’을 출간하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며 홍보활동에 나서기는 했다. 하지만 실효성 없이 돈만 거액을 쓰는 혈세낭비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일례로 영국 런던 기념회에서 8987만원, 프랑스 파리에서 9483만원,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4769만원을 각각 썼다. 1인당 소요비용이 런던 449만원, 파리 474만원, 브뤼셀 238만원이었다. 정부는 ‘퓨전 한식 홍보행사’ 명목으로도 1인당 50만원~100만원을 호가하는 비용을 써댔다.

이는 상식적으로 봐도 과용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홍보효과가 나타나 한식 세계화 사업이 성큼 성과를 올렸다면 이 정도의 예산을 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정부의 한식 세계화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사업은 아니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누가 봐도 성과가 있다고 봐줄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출판기념회 및 한식홍보행사에 사용된 혈세만 13억원에 달했다. 이런 비용을 지출했으나 마땅한 성과는 없었다”고 질타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최순실 씨가 한식 세계화 사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보도를 보면 특정업체 주관의 한식홍보 행사에 미르재단 인사가 참석·격려하기도 하고 문체부는 한식 세계화와 평창올림픽을 연계하자는 해당 홍보행사 주관업체의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식재단은 차은택씨가 몸담았던 문화융성위원회의 연결고리 의혹까지 나왔다. 낙하산 논란에서 나아가 ‘뒷공작’ 구설에까지 휩싸인 바 있는 현직 이사장은 문화융성위원회 출신이다. 한식 세계화의 중심에 서 있는 재단조차 이처럼 미증유의 대통령 측근실세 게이트에 연루의혹이 제기되면서 과연 앞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 그지없다.

다만 민간부문에서 일말의 희망 어린 소식이 나와 다행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맛집 안내서’로 각광받고 있는 ‘미쉐린 가이드’가 최근 2017년 서울판을 냈는데, 별표를 받은 24곳의 식당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곳이 한식당이었다. 정권과 정부가 합심해 벌인 한식 세계화가 지지부진한 반면 민간에서의 자발적 노력은 빛을 발했다는 점이 대단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더욱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 실린 별 3개를 받은 만점 식당 두 곳이 모두 한식당이다. 강남구 신사동 ‘가온’과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라연’이 그 식당들이다. 전 세계에서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은 음식점은 단 111곳뿐인 점을 감안하면 가온과 라연은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가온은 왕의 수라상의 흐름에 맞춘 한식 코스요리로 각광을 받는다. 이 곳을 운영하는 생활자기업체인 광주요가 고급스런 도자기에 음식을 담아내 더욱 일품이다. 신라호텔 ‘라연’은 정통 한식을 재해석 한 메뉴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두 곳 모두 한때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지만 한식 세계화의 의지를 꺾지 않고 다시 일어나 세계적인 식당으로 명성을 쌓게 됐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데서 그치지 않고 한 나라 그리고 그 국민들의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는 의식이 중요하다. 단순한 홍보나 행사로 음식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고 오만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과 국민들의 문화가 잘 어우러질 때 외국인들이 그 맛을 즐기게 된다.

어차피 깃발을 들어 올린 한식 세계화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억지춘양식 정부의 탁상머리 행정을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이번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두 곳의 식당을 잘 살펴 한식 세계화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일신하는 내부정비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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