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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를 대중화시키려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보험료는 좀처럼 인하되고 있지 않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10% 정도 보험료를 할인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현대해상은 자체 보험요율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한 전기차 보험을 단독으로 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전기차 전용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현대해상이 최근 업계 최초로 지난달 28일 출시한 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 및 순수 전기자동차) 전용보험에 대해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혜택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반 자동차 보험의 전기자동차 특약과 비교했을 때 보험료 부분에서 차이가 없고 특별한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2일 보험업계와 금융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전기차 전용 보험 출시 소식에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험료 할인혜택을 기대했지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쏘울 EV 모델을 소유한 전인성(33)씨는 “고가의 전기차량은 자기차량 손해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전용 보험 상품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용상품 보험료가 과하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통의 자차보험료는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차량가액이 고가인 전기자동차의 보험료는 비전기차보다 1.5배~2배 높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전자장비 등 고가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전기차 8종 대부분 배터리의 보증기간은 6~10년으로 휘발유와 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2~4년)의 2배나 되고 대형사고가 아닌 이상 배터리가 손상될 확률도 낮은데 현행 전기차 보험료는 과하게 비싸게 책정된 것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제주지역 금융애로수렴 현장 간담회를 통해 전기차의 자차 보험료가 비전기차에 비해 약 10% 정도는 인하될 여지가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한 연구보고서에는 전기차가 비전기차에 비해 손해율이 낮게 나타났다는 내용이 실렸다. 똑같은 사고가 났을 때 드는 수리비용 자체는 고가의 전기·전자 부품이 많은 전기차가 비싸지만 사고의 빈도수가 적고 심각성에서도 전기차가 비전기 차량보다 덜했기 때문이다.
▲ ⓒ스카이데일리
보험개발원 홍보팀장은 “꾸준히 전기차 자차담보의 손해율을 측정하고 있다”며 “금감원 발표대로 비전기차량보다 손해보험사의 자차담보 손해율이 낮은 건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완성차업계, 금융감독원, 산업통상자원부, 보험개발원 등과 함께 전기차 전용 보험상품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인곤 에너지팀 직원은 “이번달 말쯤 프리즘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손해보험사의 전기차 보험 관련 손해율, 차량충돌실험 등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공개될 것이다”며 “앞으로 전기차전용보험을 출시할 보험사들이 해당 보험요율 참고할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전용보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할인률 낮고 큰 우대혜택 없다”
현대해상은 자체 보험요율을 적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개발원의 최종 용역 결과가 발표되기 전 단독으로 전기자동차 전용보험을 출시했다. 그러나 보험료 할인율은 일반 차량 보험료에 비해 불과 3%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대폭 인하한 상품을 출시하기 쉽지 않지만 우리는 3%나 할인했다”며 “배터리 방전시 긴급 충전서비스가 포함돼 있는데, 기존에는 무료 견인 가능 거리가 10km였으나 이번 상품은 40km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기차 이용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네이버 카페 ‘전기차 동호회’ 회원( dent****)는 “현대해상에서 전기 자동차 전용 보험이 출시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보험상품이 개시되기 전 상담해봤지만 딱히 전기차 전용보험이라고 큰 우대를 해주는 것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는 글을 올리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다른 회원(sktj****)은 “일년 넘게 전기차 타면서 견인을 부른 적이 한번도 없었고 보험사 견인차 일하는 친구한테 물어봐도 (전기차 이용자가) 견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경험상 배터리 잔량이 25% 미만이 되면 미친듯이 알람이 울리는데 그게 싫어서라도 가까운 충전소 찾아서 충전을 하게 되므로 충전서비스도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nu****)은 “전기차를 새로 구입하면서 삼성다이렉트에서 견인거리를 40km 늘리는 특약을 신청했는데 (추가 금액은) 천원도 안됐다”며 전용보험 견인 서비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 현대해상측은 선점효과를 위해 전기차 전용상품을 출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실효성 측면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는 높은 차체 비용때문에 보험료가 일반 보험료의 2배가 넘는다. ⓒ스카이데일리
르노삼성 전기차 SM ZE(차량가 4100만원)를 운전하는 5년 무사고 40대 남자가 현대해상 전기차 전용보험을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내야할 연간 보험료는 66만원2000원인데 비해 일반 보험료는 68만3000원으로 약 2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운전경험이 없는 20대중반 여성이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Q(차량가 4300만원)을 운전할 경우 보험료는 더 크게 올라간다. 현대해상 일반자동차보험 상품에 가입할 경우 해당 여성이 내야할 연간 보험료는 153만5500원이다. 반면 현대해상 전기차 전용 보험에 가입해 3%를 할인받을 경우 보험료는 149만원이다. 이 경우도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신상품 선점효과 해명조차 의문…전문가 “소비자 니즈 모르면 외면 받는다”
현대해상 홍보팀 관계자는 “보험상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전기자동차가 활성화될 것을 고려해서 선점 효과 차원에서 만든 상품”이라며 “전기자동차 사고 모수(모집단의 특성을 나타내는 값)가 작아서 손해율에 대해 기준이 되는 자료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대해상의 선점 마케팅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측면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현대해상이 올해 3월 출시했던 드론 보험도 업계 최초로 화제를 모았지만 지난 10월까지 가입건수가 겨우 1건에 그쳤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갈 지라도 소비자들이 필요한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경우는 다반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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