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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시 명랑고양이협동조합’은 2011년 유기·길고양이 보호활동을 하던 경기도 고양시 지역단체인 ‘고양시 캣맘 협의회’가 협동조합 형태로 법인을 설립한 단체다. 서주연 이사장(사진)은 국내 최초 고양이만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스카이데일리
골목 어귀를 돌아다니는 길고양이가 사회적 갈등 요소로 점차 자리 잡고 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이들로 인해 배회하는 고양이가 동네에 집중된다며 난색을 표하는 이들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고양시 명량고양이협동조합’은 이 같은 길고양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설립됐다. 고양이만을 위한 협동조합으로는 국내 최초다. 유기·길고양이 보호활동을 하던 경기도 고양시 지역단체인 ‘고양시 캣맘 협의회’가 모태다.
‘포획-중성화-방사’ TNR…길고양이와 주민 간 상생길 도모
이곳의 주 업무는 ‘TNR’이다. TNR이란 포획(Trap) 후 중성화수술(Neuter), 방사(Return)에 이르는 단계를 뜻한다.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과 보호를 위해 TNR을 진행하고 있으며 길고양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주민설득을 위한 일도 이들 몫이다.
특히 인식개선을 위한 문화행사 마련의 경우 시급한 당면 과제기도 하다. 최근 유기고양이와 길고양이들이 배고픔에 쓰레기봉투를 뜯고 더미를 헤집는 등 골목을 어지럽히면서 사람들로부터 학대받는 경우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발정기 때 나는 특유의 울음소리도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길고양이를 포획해 안락사까지 실시하는 상황이다. 명량고양이협동조합 측은 TNR을 이용해 고양이 개체 수 조절이 가능해 민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서주연(54) 이사장은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안락사에 사용하는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고 논문이 나와 있어요. 또 길고양이들이 어떠한 한 영역에서 일시적으로 다 죽으면, 다른 길고양이들이 그 영역을 채운 후 오히려 새끼를 더 많이 낳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 고양시 일산동구 장발산동 인근 ‘고양시 명랑고양이 협동조합' 사무실에는 유기·길고양이 등을 임시보호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주인에게 파양되거나 다친 몸을 회복 중인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 이사장은 안락사만으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은 불가하며 쥐 등의 서식이 늘어 또 다른 불편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고양이 한 마리당 4~5마리의 쥐를 억제할 수 있어요. 또 고양이의 분변냄새 만으로 쥐들이 접근을 하지 못한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어요. 국가가 나서면 좋겠지만 시에서는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하면 꼭 선례를 요구하더라고요. 그래서 해외사례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서 이사장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미국의 ‘앨리 켓 엘리스(ALEEY CAT ALLIES)’이나,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생을 전제한 도시환경사업을 하는 일본의 ‘네코다스케’ 등 각국 단체들의 자료들을 수집해 길고양이와 사회적 협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TNR을 해서 제자리에 방사하면 1년에 2번의 발정을 겪지 않으니 고양이 숫자가 저절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미국 스텐포드대 같은 경우에는 대학 내에서 TNR을 시행한 결과 3~5년 사이에 개체수를 60% 이상 줄였다는 논문도 나왔죠”
조합이 위치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일대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양이 관련 민원이 빈번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고 서 이사장은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물꼬를 틔운 것이 TNR이라고 강조했다.
“8년 전에 이곳에서 저와 다른 주민 한 분이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숨어서 사료를 주기 시작한 것이죠. 숨은 이유는 주민들이 싫어했기 때문이에요. 저희를 쫓아다니며 밥그릇을 엎곤 했죠”
서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일부 주민들이 사료에 쥐약을 첨가하는 일도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골목마다 고양이 밥을 주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등 점차 변화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은 아직 재정비 필요해…‘문화 활동’ 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풀다
조합은 아직 성숙해져가는 단계로 보였다. 현재 명랑고양이협동조합은 총회를 준비 중이다. 조합의 정관 등을 바꾸기 위함인데 최근 수십만원의 고양이 치료비만 챙긴 뒤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 조합원’이 많아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입회비 3만원, 월회비 1만원이에요. 그 돈도 안내는 회원들이 많아요. 치료비만 받고 회비를 내지 않는 회원들도 좀 있고요. 치료비가 최소 30만원이상이에요. 3년 간 납입해줘야 조합 운영이 가능한 것이죠”
▲ 길고양이들의 시술·치료 등에 쓰이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합은 매년 ‘명랑고양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에서는 연예인들의 소장품을 후원받아 판매하고, 일반 시민들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문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를 타개하기위해 조합이 50%만 부담하겠다고 하면 조합에 남으려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에요. 서로 대화를 통해 방안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캣맘’으로서의 원칙 등을 손 볼 생각입니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필요한 시술이나 치료를 하고 입양을 보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비용충당을 위해 명량고양이협동조합은 판매·행사·플리마켓·펀딩 등 수익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주력 행사는 매년 ‘고양시 명랑고양이 페스티벌’이다. 연예인 소장품 판매뿐만 아니라 주민과 연예인이 만나 고양이에 대한 인식개선과 소통 나눔을 중심으로 하는 행사다. 올 초에는 페스티벌에서 장나라, 박보검 등 연예인들의 소장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 132만원과 더불어 장나라씨가 개인적으로 기부한 1000만원 등을 합쳐 1132만원을 고양시에 기부하기도 했다.
“매년 명랑고양이 페스티벌에는 가수 장나라 씨가 참여해 일일판매원도 하면서 저희를 많이 알렸어요. 그때 저희를 안 사람들이 고양이를 학대할까요. 밥 못주게는 안 할 것 아니에요. 그게 제일 큰 거죠. 문화가 지역사회에 스며든다. 고양이를 이야기하고 화두를 던진다. 그 목적은 달성한 것 같아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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