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몰락에 최순실 게이트 의혹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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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1-28 00:02:50

전 세계 5대양 6대주를 누비던 해운사 한진해운이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한 기업의 문제 이전에 우리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운 사건이기에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의 글로벌 원양선사로 이름을 드높이며 전 세계 바닷길을 개척하고 누벼왔다. 40년 역사의 한진해운은 곧 국가 기간산업 역할을 해 왔다는 얘기다.

이런 한진해운의 몰락 배경에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일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한진해운이 미르재단에 원하는 만큼 출연을 하지 않자 괘씸죄에 걸려 몰락 수순을 밟았다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 같은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정황들을 보면 금융당국의 ‘강한 부정’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정황들이 그렇싸하게 들어맞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몰락은 수십년에 걸쳐 닦아 놓은 전 세계 황금 바닷길을 온전히 빼앗길 위기로 몰아넣었다. 한진해운의 최순실 의혹이 철저히 규명돼야 할 이유다. 특히 우리 경제 전반에 역풍이 불 것을 알면서도 사리사욕에 눈 먼 권력의 칼이 은밀히 작동됐다면 멀쩡한 국민을 향해 춘 칼춤과 다르지 않다. 국민의 이름으로 용서할 수 없는 권력농단이다.

국내 최대의 해운기업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150여 척의 선박으로 전 세계 70여 개 정기 항로를 운영해 왔다. 수송물량은 연간 1억 톤 이상이다. 한진해운은 수출지향형 한국의 무역자립에 첫 바닷길을 연 기업이기도 했다. 우리경제의 기반이 된 수출 원자재와 상품들을 싣고 전 세계를 잇는 교량 역할을 했다. 전 세계 60여개국에 5000명의 글로벌 근무인력이 그것을 반증한다.

비록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불황에 해운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그 상황만으로 세계의 바닷길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을 하루아침에 문 닫게 해서는 안 됐다. 큰 패착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내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동반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당초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품는 방안을 내놨었던 부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는 그 반대로 이뤄진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괘씸죄에 걸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고 한진해운 노조도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조의 주장처럼 올해 초만 해도 한진해운의 영업기반이나 자산과 실적 등 주요 지표는 현대상선 보다 우위에 있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도 한진해운에 대해 회생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했었다. 해외 전문기관들 또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의아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비췄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5월 조건부 자율협약 이후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고 자구안도 잇따라 반려됐다. 용선료 협상 역시 사실상 현대상선과는 다르게 정부가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지난 8월말 추가지원 불가결정이 나면서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한진해운은 부도덕한 회사로 낙인찍히기를 반복했다. 왠지 이를 몰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정황들이 반복됐다. 이에 정부의 결정이 잘한 일이라는 반대급부 여론이 형성됐다. 한진해운은 그렇게 두 번의 죽임을 당한 처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은 부도덕한 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오르내리면서 하루아침에도 길거리로 내쫒길 운명에 처했다. 또한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우리의 위상이 급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몰락에 따른 대안을 현대상선을 키우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지만 이 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정부는 현재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13위권인 현대상선을 5위의 초대형 국적선사로 만들고 고려해운(19위), 장금상선(29위), 흥아해운(37위) 등의 중견선사들을 현대상선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이른바 액션플랜을 내놨다.

하지만 몸집만 키운다고 글로벌 해운선사가 될 수 없는 것은 상식이다. 외형의 경우도 글로벌 해운사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면서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일례로 일본은 10위권 내에 있는 3개의 대형선사를 하나로 합병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합병시 글로벌 5위로 도약한다. 앞서 독일 하팍로이드는 중동계 UASC과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5위사로 뛰어 올랐다. 시진핑 정부도 지난해 중국원양운수집단(COSCO)과 중국해운(CSCL)을 합병해 공룡 해운사를 탄생시켰다.

정부의 국내 해운사 몸집 불리기 전략은 결국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에서 흉내만 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우리가 몸집을 늘리려 하면 해운동맹에서 사실상 견제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이 떠난 자리를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국가적 손실을 일으킨 책임자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배후를 철저히 밝혀 다시는 국가경제에 치명상을 주는 위험한 권력의 굿판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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