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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국내 제약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활발하다. 이와 동시에 일동제약, 녹십자 등의 경우는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이 같은 후계작업에서 오너일가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방식이 지주회사 전환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증여세가 부과되는 직접 증여 방식 보다 세금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기업을 지주회사(존속법인)와 사업회사(신설법인)로 인적분할한 후 오너 소유 사업회사 지분과 지주회사 지분을 맞바꾸는 방식, 일명 ‘주식스왑’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다.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들이 너도나도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제일약품 역시 물적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 제약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설립을 공론화 하진 않았지만 경영승계 이슈가 맞물려 있는 만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 무늬만 제약사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외국 제약사 제품의 유통 비중이 큰 상황에서 유통전문기업을 새롭게 설립한 사실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모두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것이 제약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일약품의 최근 행보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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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제일약품이 일반의약품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는데, 이를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한승수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 등에서는 향후 이를 바탕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오너 3세에 원활한 승계작업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제일약품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제일약품의 지배구조 변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 해석이 나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단순 주식 증여 대신 지배구조 전환을 택했다는 주장이 제약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5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달 1일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분할은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제일약품의 지배구조는 ‘한승수 회장→제일약품(존속기업)→제일헬스사이언스(신설기업)’ 등으로 바뀌었다.
존속 회사인 제일약품은 전문의약품 사업을, 신설 회사인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일반의약품 사업을 각각 담당할 예정이다. 제일약품은 사업 분할의 이유로 사업부문의 특성에 맞는 전문성 확보와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한 기업 경쟁력을 강화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번 결정을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제일약품의 최대주주이자 오너 2세인 한승수 회장이 올해 70세로 고령인데다 이미 지난 2011년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3세인 한상철 부사장이 이미 제일약품 경영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점은 이 같은 여론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1976년생인 한 부사장은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제일약품에 입사했다. 입사 후 초고속 승진과 함께 회사 내 요직을 섭렵한 그는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자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일약품 경영권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은 바로 증여세로 꼽힌다. 사업 분할 전인 지난 9월 말 기준 제일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27.31%를 보유한 한 회장이다. 같은 시기 한 부회장의 지분율은 4.66%에 불과했다. 만약 한 회장이 가진 지분을 단순 증여할 경우 증여세만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제일약품 사업 부분 분할을 두고 경영권 승계를 염두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영권 승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막대한 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단순 증여 대신 지배구조 개편을 선택했다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 핵심엔 인적분할 통한 지주회사 설립 및 실탄(자금) 확보 시선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6년 9월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제약업계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제일약품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에서 눈여겨 볼 사안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존속기업인 제일약품의 인적분할과 향후 지주회사 주식 확보를 위한 한 부사장의 실탄 확보다.
현재 증권가와 제약업계 등을 중심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제일약품 경영권 승계 예상 시나리오는 이렇다. 우선 제일약품을 지주회사 역할의 제일약품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인 제일약품으로 인적분할 한다. 그 후 지주회사는 유상신주를 발행해 오너 소유의 사업회사 지분과 맞바꾼다. 이 과정을 거치면 오너의 지주회사 지배력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그러나 이런 절차에서 필히 전제돼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인적분할 전에 미리 제일약품 지분을 많이 확보해 놓는 것이라는 게 증권가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전에 미리 확보한 사업회사 지분이 많을수록 지주회사 지분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일약품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그만큼의 실탄(자금)이 필요하다. 제일헬스사이언스 설립은 바로 이 같은 실탄 확보와 연관 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전 최대한 많은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실탄 창고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일헬스사이언스를 통한 한 부사장의 실탄(자금) 마련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 연봉을 챙기는 방식과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을 직접 보유하면서 배당금을 챙기는 방식이다. 실제로 전자의 경우는 이미 실행된 상태다. 한 부사장은 제일헬스사이언스 설립과 동시에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후자의 경우도 실행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제일약품은 한 회장과 그 특수관계자 지분이 45.99%에 달하기 때문이다. 제일약품이 소유한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을 한 부사장에게 넘기는 것은 사실상 한 회장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행세 논란 단골손님 의약품 판매대행 업체 설립 두고 ‘한상철 실탄창고’ 논란 무성
▲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제일약품의 물적 분할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적 증거는 또 있다. 물적 분할 직후 판매대행 전문업체 설립 추진이 바로 그것이다. 제일헬스사이언스 설립 직후 제일약품은 의약품판매대행회사인 제일앤파트너스 설립을 확정하고, 회사 운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제약사 계열 의약품 판매대행 업체는 사실상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사업을 전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유통단계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으로 인식돼 ‘끼워넣기’ 혹은 ‘통행세’라는 지적도 있다.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경우가 많아 ‘내부거래 후 배당’ 방식을 통해 오너 일가의 배를 불려주는 기업이라는 인식도 짙다. 실제로 몇몇 제약사 오너들은 판매대행 업체 직접 소유를 통해 배를 불려오다 적발돼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이번에 설립을 추진 중인 제일앤파트너스가 한 부사장 소유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제일약품이 설립 초부터 외국 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의 사업을 주 수입원으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일앤파트너스의 사업 규모는 생각 보다 클 것이라는 견해도 높다. 제일약품은 국내 토종제약업계 일각에서 ‘외국계 제약사 앞잡이’라는 원색적인 비판을 받을 정도로 전체 매출액 중 해외 의약품 판매 비중 높다.
제약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제일앤파트너스는 아직까지 설립 추진 중인 단계라 정확한 지배구조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한 부사장 직접 소유 지분이 적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제일약품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염두하고 있다면 사전에 실탄을 마련해 지분을 확보해 놔야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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