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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젤스헤이븐은 6·25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1959년 설립됐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 허름한 군용천막 아래서 아이들을 돌보던 엔젤스헤이븐은 해외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효민 국내사업팀 팀장, 조준호 대표, 강정민 홍보기획팀 팀장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우연히 한 칼럼에서 ‘벙어리장갑이란 말이 장애아동에 상처를 주니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을 보게 됐어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지만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숨어있던 것이었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곧장 시작하게 됐습니다”
엔젤스헤이븐 조준호(49)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담긴 벙어리장갑을 대체하는 언어순화 사업을 하고 있다. 기독교적 설립 정신을 기반으로 반세기 이상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 온 ‘엔젤스헤이븐’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꿈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이다.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기 시작했죠. 두꺼비장갑, 엄지장갑, 손바닥장갑과 같은 숱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그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이 ‘손모아장갑’이었죠. 우선은 기업·유관단체 등을 설득해 손모아장갑을 알리고 나아가 국립국어원 등에 건의해 단어까지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
‘손모아장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복지단체 엔젤스헤이븐은 지난 1959년 설립됐다. 설립자 故 윤성렬 목사가 전쟁 중 부모를 잃은 아이 5명의 대부(代父)가 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20대 청년이었다.
허름한 군용천막아래서 은평천사원이란 이름으로 나눔에 힘을 쏟기 시작한 지 57년 된 엔젤스헤이븐은 현재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상태다. 국내에서는 은평재활원·은평천사원 등에서 아동·지역복지에 애쓰고 있다. 해외에서는 우간다·베트남 등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아성·여성·장애인 지원사업을 전개 중이다.
▲ ‘손모아캠페인’은 장애인 비하 의미가 깃든 벙어리장갑 대신 손모아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장려활동이다. 이들은 벙어리장갑 어원을 두고 ‘언어장애인들은 성대와 혀가 붙어 있다’는 옛 사람들의 믿음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손모아장갑 캠페인 포스터(위·엔젤스헤이븐), 강정민 팀장, 김효민 팀장 ⓒ스카이데일리
“벙어리장갑이라 불리게 된 데는 여러 추측이 있어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언어장애인의 성대와 혀가 붙어있다’고 믿었던 옛날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것이죠. 네 손가락이 붙어있는 모습을 언어장애인을 낮춰 부르는 벙어리에 빗댄 표현인 것입니다”
엔젤스헤이븐 홍보기획팀 강정민(38) 팀장은 ‘벙어리’라는 단어 자체가 언어장애인을 낮춰 부르는 표현인 만큼 벙어리장갑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3년 전부터 손모아장갑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벙어리장갑이란 단어를 뜯어보면 이면에는 장애는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어요. 이 같은 인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공동체 건립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됩니다. 장애가 계속 부정적으로 비춰진다면 장애인들 역시 부정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결국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으로 귀결되는 것이죠”
“무심코 쓴 표현 누군가에게는 상처…장애, 부정적인 것 아냐”
조준호 대표는 장애인복지 앞에 붙는 ‘불쌍하다’는 수식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감정을 기반으로 한 나눔은 결국 비장애인들이 강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되고 나아가 장애인들을 약자로 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그는 공영방송에서 하는 모 프로그램의 예를 들었다.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의 사연이 TV를 통해 방영됐어요. 방송 후 모금액만 10억원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곳에 쓰이고 힘이 될 수 있는 금액이에요. 그녀를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뻗은 것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슬펐습니다. 이정도 불행이 돼야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어요”
조대표는 TV에서 비참하고 자극적인 사례가 등장할수록 모금액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정말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드러내야만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사실 도움이 필요한 분들 중에는 모금방송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숨기고 싶은 것이 여과없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자신의 모습을 전부 드러내지 않고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 조준호(사진) 대표는 “장애인들이 TV에 나와 보이기 싫은 모습을 드러내면서 성금을 후원받는 것은 ‘동정심’에 기초한 낮은 수준의 나눔이다”며 “비장애인이 일반인들과 구별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차별과 편견 대신 공존을…“사회 속에서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살아가길”
국내사업팀 김효민(42) 팀장은 인터뷰 중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일하기 전 발달장애인들에 대해 ‘불쌍하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고백하며 눈물 흘린 것이다.
엔젤스헤이븐 측은 단순한 사회복지가 아닌 한 단계 고차원적인 나눔을 꿈꾼다고 전했다. 동정심을 기반으로 한 시혜적 차원의 일시적 도움은 수준 낮은 나눔이다. 이들이 지역공동체 일원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고차원적인 나눔이다.
이곳의 캐치프레이는 ‘장애인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이들은 이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거듭 고심했다. 고민을 통해 나온 사업이 ‘마을살이 도와주기(supportive community)’다.
마을살이 도와주기는 서비스코디네이터를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 공동체 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앞서 소개된 손모아장갑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들이 사회 내에서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시설로 들어가 보호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저희는 이들을 향한 ‘시설장애인’ 복지를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의 의미가 아닐까요”
| 엔젤스헤이븐(은평천사원) 설립자 윤성렬 목사 |
▲ 은평천사원(엔젤스헤이븐) 설립자 고 윤성렬 목사 엔젤스헤이븐은 지난 1959년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설립된 ‘은평천사원’의 아동복지사업에서 출발했다. 50여년간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경험을 살리고 은평천사원의 가치와 비전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엔젤스헤이븐으로 거듭났다.
설립자 고 산초 윤성렬 목사는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보통리(한새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1899년 배재학당에서 마태복음 18장 12절을 읽던 중 ‘길 잃은 어린양’ 구절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신학교에 입학했다. 1919년 서울 공덕리에 예배당을 준공하고 금강여관 및 온정리 예배당, 수양관 등을 세웠다.
1937년 일본의 민족성 말살정책에도 흑석동교회, 한남동교회를 신축했다. 또한 1950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막내아들 대영을 기려 전주에 윤대영 기념교회를 세웠다. 1959년 은평천사원을 설립하고 1961년 5월 10일 당시 보사부(현 보건복지부)에서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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