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 울리는 보여주기식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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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슈퍼 울리는 보여주기식 상생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김인희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2-22 22:40:43

▲ 김인희 기자(산업부 2팀장)

골목상권 내 편의점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빅3로 불리는 GS25·CU·세븐일레븐은 가맹점 수를 늘리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강남일대 주택가만 둘러봐도 편의점이 해당 상권 일대를 이미 잠식한 상황이었다. 기존에 있던 동네 슈퍼 및 마트는 밀려난 지 오래였고, 동네 슈퍼가 나간 자리에는 대기업들이 하는 편의점이 입점했다.

편의점 업계 올해 시장 매출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편의점 빅4(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가맹본사의 매출액은 2010년 6조7621억원에서 지난해 14조5953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편의점에서는 점포에서 판매하는 품목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판매 품목은 빵, 치킨, 야채, 과일, 상비약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됐다. 서비스 영역에서는 관련 업체와 O2O 형태로 업무협약을 맺어 택배, 금융, 카쉐어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사업은 사실 이전부터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입에 오르내렸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014년 동반성장위원회에 편의점을 비롯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중기적합업종은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의해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금지·제한되는 업종을 뜻한다. 당시 편의점, SSM 등은 중기적합업종에 선정되지 못했다. 다만,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편의점 업계와 수퍼마켓협동조합은 상생협약을 맺었다.

문제는 상생협약이 큰 틀에서 이뤄졌지만 자세한 사항은 협의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동방성장위원회 홍보팀 소속 김범식 차장은 “편의점의 다양한 품목과 서비스 부문에서는 다른 업종과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자세한 부분은 논의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유통사업을 하는 것 자체를 지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거느린 거대한 유통채널을 통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양상에 제재가 필요하다. 대기업의 편의점이 다양한 품목과 서비스영역을 확대하면서 기존 슈퍼마켓이나 마트는 운영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

편의점·SSM 등은 중기적합업종 대상에서 제외 됐다. 따라서 동네 슈퍼마켓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소한 품목·서비스 영역의 조정은 필수다.

보여주기 식의 상생협약은 실제 소상공인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김인희 i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