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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22일부터 조종사 유출을 막기 위한 임금인상 파업에 돌입했다. 2005년 이후 11년 만에 진행하는 이번 파업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결렬 이후 지난 2월 쟁의 행위에 돌입한 뒤 1년 가까이 임금인상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1.9% 임금인상을 고수하고 있으며 노조는 37%를 내세웠다. 지난 7일 있었던 임금협상에는 노조 측이 29%를 제시했다. 조종사 노조 측은 그동안 열악한 대우 등을 이유로 사측과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이 1억4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29%를 인상해도 4000만원이 올라 귀족노조 파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고된 운항업무와 2~3억원에 달하는 중국 항공사들에 비해서는 열악하다고 제기해 왔다. 반면 지난 3월 사측은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가 적힌 문구의 스티커를 캐리어에 부착한 채 투쟁해 오던 이규남 노조위원장과 집행부를 회사 명예 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하고 스티커를 부착한 조종사 21명을 자격심의위에 부쳤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 5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SNS에 조종사를 폄하하는 댓글을 달아 조종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조 회장을 고소했다. 조 회장은 당시 대한항공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조종사는 비행을 할지 말지만 결정하면 되는데 뭐가 힘드냐.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으로 가는데. 개가 웃어요” 등의 내용으로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조종사들의 일지를 살펴본 결과 조종사들은 이륙전부터 착륙까지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초긴장의 연속이었다. 여객기 무인조종은 상상만 해도 공포스러운 상황이 조종사들의 일기를 통해 확인됐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대한한공 내 조종사 처우 개선 문제 논란과 파업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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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원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 모였다. 조종사 노조와 사측 간 팽팽한 대립으로 결국 11년 만에 파업이 발생했다. 이들은 구호를 외치며 처우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스카이데일리
# 대한항공 조종사 A씨의 일기…“자동모드라도 단 한순간 방심 못하는 비행기 운항”
나는 지난 XX일 오후 1시 인천발 런던행 비행기를 조종했다. 스케줄이 나오면 가장 먼저 조종사 브리핑을 한다. 원래는 운항 1시간 45분 전까지만 나가면 되지만 1시간 이른 2시간 40분 전에 브리핑 장소에 도착했다. 서류 검토와 브리핑하는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조기 출근했다.
첫 번째 브리핑을 통해 비행계획서, 출발지, 목적지, 항로상 기상점검, 비행시 제안사항 고시 등을 확인했다. 이후 비행 1시간 20분 전에 객실 승무원들과 합동으로 두 번째 브리핑을 했다. 비행기 탑승 후에는 시스템 점검과 항법을 입력했다. 항법 입력은 차량 네이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는 긴장도가 극에 달했다. 복잡한 공항에서 이륙을 위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륙과 착륙은 조종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지난 5월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위해 지상 활주를 하던 중 엔진에 불이 난 적이 있었다. 당시 화재 이후 조종사의 대처가 미흡했다면 불이 더 크게 번졌을지도 모른다.
이륙 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비로 자동항법장치와 자동비행장치가 있지만 비행 도중 상황을 판단하고 입력 조작을 하는 건 조종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런던으로 가는 도중 각 국 항로관제소에서 속도와 고도를 지시하면 수행 가능 여부를 판단했다. 다른 비행기와 위아래 또는 앞뒤 간격을 조절하기도 하면서 최적의 상태를 유지했다.
비행 도중 난기류를 만나거나 조금이라도 기상 악조건이 의심되는 구역이 있으면 피해야 한다. 이때 계획된 항로보다 거리가 더 길어지니 연료도 더 들어가고 도착 시간도 늦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비행 중간에 조작도 더 해야했다.
런던 도착 2시간 전부터 착륙을 위해 공항의 기상 상태를 확인하고 기체 상태를 점검했다. 착륙시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드디어 런던공항에 착륙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한국 시각으로 새벽 3시가 됐다. 곧장 잠이 든 나는 4시간 만에 일어났다. 한국시각으로 오전 약 7시지만 영국시각으로 밤 10시였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 조종사 노조는 사측과 약 1년 간 임금협상을 이어왔다. 노조는 임금인상의 이유로 빡빡한 운항 스케줄과 열악한 처우, 그리고 조종사 이탈 등의 문제를 내세웠다. ⓒ스카이데일리
자사 조종사 자존심 짓밟은 조양호 회장 ‘개가 웃는다’ 댓글논란…불난 데 부채질한 격
A씨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이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A씨에 따르면 비도적적인 부분은 오히려 오너인 조 회장 일가가 더 많으며, 연봉 수준 역시 노동 강도와 국제적 수준에서는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이 2005년 파업 이후 11년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 것도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파업 출정식에 나선 이들은 제복을 차려 입고 줄을 맞춰 서서 구호를 외쳤다. 구호에는 ‘정경유착’이나 ‘대한항공 수사’와 같은 단어가 담겨 있었다. 일부 조종사들이 가져온 캐리어에는 ‘일은 직원 몫, 돈은 회장 몫’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조종사 노조는 사측에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형평성을 이유로 2015년 일반직 노조의 임금인상분인 1.9%를 주장했다. 조종사 노조와 사측 간 팽팽한 대립으로 결국 11년 만의 파업이 발생했다.
노사 간 대립이 지속되자 오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의 한 부기장이 SNS에 올린 비행 전 조종사 업무에 대해 쓴 글에다 조양호 회장이 직접 댓글을 남겨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조 회장은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기상 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드냐. 자동차 운전보다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며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는 댓글을 작성했다.
이에 노조 측은 “엉터리 지식을 갖고 있다”며 “조종사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 이후 조 회장에 대한 노조측의 비난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고 결국 파업에 이르는데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측과 조종사 노조는 그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오며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조종사 SNS 글에다 조종사를 폄하하는 댓글을 달아 갈등이 심화됐다. ⓒ스카이데일리
평균 1억4000만원 귀족노조 시선에 반해 중국 비해 반값…“조종사 이탈 문제 심각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앞서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사무실에서 파업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평균 임금은 1억4000만원이다. 조종사 노조는 파업 이후 임금 인상률 요구를 37%에서 29%로 낮췄다. 만약 29% 인상이 된다면 조종사 1인당 연봉은 4000여만원이 올라간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은 실질 목표치가 아니다”며 “국제 조종사 노동시장 임금과 비교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사측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인다면 노조는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조종사 노조는 지난 10년 동안 조종사의 실질임금이 줄어들어 외국 항공사와 임금격차가 두세 배 이상 벌어져 유능한 조종사가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적 항공사들은 국내 조종사들을 연봉 2~3억원 수준으로 스카우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은 경력이 적은 외국 파견 조종사를 대거 수입하는 회사라고 자사를 비판했다.
조종사 A씨는 이탈하는 내국인 조종사를 대신해 들어오는 외국인 조종사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에이전시를 통해 들어온 이국인 파견 조종사는 내국인 조종사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며 “이들은 월급을 에이전시로부터 받기 때문에 대한항공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고 전했다.
▲ 자료 :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스카이데일리
윤관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항공사 조종사 퇴직현황’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항공사를 떠난 조종사는 총 362명이었다. 이 가운데 160명이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54명, 2015년 158명의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났다. 조종사들의 지속적으로 이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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