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눈물, 사고 친 조카 부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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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2-29 00:01:01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올 6월 브라질 세아라주 뻬셍 산업단지에서 우리 업체의 용광로에 불이 당겨졌다. 용광로에 불씨를 넣는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꺼지지 않는 뜨거운 용광로에서 뿜어져 차디찬 철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판매여부와 관계없이 생산된 철을 계속해 판매해야 하기에 어지간한 규모의 회사들도 엄두를 못내는 것이 바로 용광로 제철소다. 국내에서도 포스코와 현대제철만이 보유했을 뿐이다.

큰 의미를 지닌 불씨를 위해 행사가 거행되기도 한다. 이날 ‘화입식’ 당시에도 그랬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물론 화입식이 성공적으로 거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직원들도 감격했다. 국내 세 번째로 용광로제철소를 보유한 업체로 발돋움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창사 62년만의 경사를 맛 본 주인공은 동국제강이었다.

이날 손수 불씨를 넣은 이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었다. 우리 돈으로 6조4000억원이 투입된 용광로 건설을 위해 동국제강은 30%를 분담했다. 나머지 20%는 포스코가, 50%는 브라질 철강석 업체 발레가 맡았다.

단독 건설은 아니었지만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지닌 화입식이었다. 화입식이 거행된 6월에 동국제강은 2014년 6월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조기졸업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페럼타워를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결실이었다.

동국제강의 조기졸업을 견인한 중추적인 인물로 거론되는 이는 장세욱 부회장이었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한 걸음 도약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한 장 부회장을 두고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이 뒤따랐다.

장세주 동국제강 전 회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일삼다 3년 6개월의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빗댄 표현이었다. 잡음을 무마하고 정상화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장 부회장에 또 다른 근심거리가 최근 생긴듯하다.

조카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가 서울 모처에서 술집 종업원 등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술에 취해있던 장 이사는 홧김에 물잔을 집어던져 고급양주 5병을 깨트려 기물파손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거센 후폭풍이 뒤따랐다. 특히 장 이사가 옥살이 중인 장세주 전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더욱 비난여론이 몰아쳤다.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강도는 줄지 않았다.

사실 그를 둘러싼 잡음은 이사 임명 당시부터 불거졌던 사안이기도 했다. 동국제강의 후계자로 부각되면서 회사 정상화의 주역이었던 장 부회장이 배제되는 뉘앙스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동국제강 오너자제가 아니었다면 빚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설사 그의 부친이 철창신세를 지지 않았더라도 날카로운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짊어져야 할 무게다.

하지만 비판을 고깝게 여겨서도 안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가 만약 오너 자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어도 34세의 나이로 이사직에 오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가 임원으로 올라 선 이상 장선익이란 용광로에 불은 당겨진 셈이다. 회생을 갈망하는 주주들과 임직원에 고개 숙이고 이제 능력을 보일 때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