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운업 붕괴, 정부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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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02 00:19:26

▲ 임현범 기자(금융부)

한때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 위상이 무너져 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160여척에 달했던 국내 컨테이너선은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 ‘원칙’에 의해 현재 70척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청산절차를 밟으면서 선박과 노선 등 알짜자산 매각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상선을 5년 후 세계 5위권 국적선사로 육성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2M 가입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해운업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핵심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선박 신조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정책금융기관과 체결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해당 정책금융기관은 산은을 포함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은캐피탈 등 5곳이다.

산은에 따르면 이날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선박신조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되는 금액이 24억달러로 기존 대비 2배 늘어났고, ‘부채비율 400% 이하’를 충족해야만 했던 지원 조건도 완화됐다. 부채비율이 400% 이상이더라도 장기운송계약 등 안정적인 현금 확보가 가능한 경우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변경’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때 정부는 구조조정 ‘원칙’을 내세우며 ‘부채비율 400% 이하’ 기준을 충족한 선사에 한해서만 지원에 나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내세운 구조조정 원칙 탓에 당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벌크선 사업부 등 알짜자산과 선박을 매각했다. 현대증권을 국민은행에 매각하면서 1조2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현대상선과 달리 해운동맹 가입에 성공했던 한진해운은 부채비율 400% 이하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파산했다.

이는 결국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해운업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경쟁력 강화 방안을 먼저 내놓기보다 채무조정을 우선시한데 ‘원칙론’을 내세워 해운업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해운업 위기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수주 절벽이 심화되면서 세계 수위권 대형 선사를 제외한 나머지 선사들 모두 출혈경쟁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 주요 국적선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해운업종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한만큼 대형화를 통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올해에만 중국 1, 2위 선사인 (중국원양운수)COSCO와 차이나시핑(CSCL)이 합병했고, 세계 1위인 머스크도 독일 2위 국적선사인 함부르크 쉬드를 인수했다.

이들 해운선사들의 공통점은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해운업이 가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원칙만을 앞세우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를 공중분해 시킨 우리 정부의 판단과 사뭇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번 산은을 포함한 5개 금융정책기관이 맺은 협약을 살펴보면 뒤늦게 ‘부채비율 400% 이하’라는 지원 기준을 완화시키긴 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땜질식 처방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해운업 특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