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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우호(40) 지티기어 대표는 여러 게임 장르 중 유독 레이싱 게임에 빠져들었다. 양 대표는 레이싱 게임 전용 휠(핸들)과 페달이 있는 시뮬레이터를 공동구매로 들여와 판매하면서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양우호(40) 지티기어 대표는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었다. 평소 레이싱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국내에 보급하고 있다.
“원래 레이싱 게임 마니아였죠. 10여년 전 레이싱 게임 마니아라면 눈이 돌아갈만한 어마어마한 장비가 나왔어요. 기존에는 가정에서 조이패드나 조이스틱으로 게임을 했는데 핸들과 페달이 있는 본격 레이싱 장비가 나온 거죠. 독일 파나텍사(社)에서 만든 제품이었는데 고가의 장비라 쉽게 살 수가 없었죠”
양 대표는 이 장비를 꼭 사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개인에게 낱개로 팔지 않아 여러 개를 한 번에 구매해야 했다. 결국 그는 사람들을 모아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블로그를 통해 공동구매를 할 사람 20명을 모은 뒤 독일 본사에 직접 연락했어요. 그러더니 그쪽에서 물건을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꿈에 그리던 장비를 구할 수 있게 됐어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직장에서 받는 급여는 집에 고스란히 주고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수입해 얻은 부수입으로만 사업을 넓혀 나갔다. 제품 종류와 제조사의 다변화를 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초까지 지티기어는 파나텍 제품만 수입했다. 현재는 로지텍과 트러스트 마스터의 레이싱 시뮬레이터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물론 기술력 세계 1위로 알려진 파나텍의 경우 그가 국내에 독점 수입하고 있다.
사업이 된 취미…촉을 믿고 벌인 일이 적중해 샐러리맨서 사업가 변신
“그랑투리스모와 레이싱케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다보니 1만2000명 정도 모이더라고요. 여기에서 촉이 왔어요. 처음에 1000만원어치를 수입해 팔아서 1500만원을 만들고 다음에는 1500만원어치를 수입해 2000만원을 만들어 점차 파이를 늘려 나갔어요. 주로 마니아층이 구매하지만 수요층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죠. 사업이 되겠더라고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최근 2~3개월 전부터 레이싱 전용 게임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레이싱 게임방은 처음에는 저가의 레이싱 시뮬레이터 장비를 사용했다. 그러나 손님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점차 지티기어가 수입하는 고가제품군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호재는 또 있었다. 레이싱 게임방에 이어 개인적으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게임 리그를 만들었다. 현재 약 20개의 팀이 있는데 점차 증가하고 있어 향후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 양 대표는 사업 초기 독일의 파나텍사(社) 제품만 수입했지만 지금은 로지텍, 트러스트 마스터 등의 제품도 병행수입하고 있다. 그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도 추진중이다. ⓒ스카이데일리
“같은 취미를 갖고 장비를 구입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한 장소에서 모인 건 아니고 온라인을 통해 서로 만나는 것이지요. 그곳에서 경기를 펼치면서 그들끼리 리그를 진행합니다. 저희는 리그 활성화를 위해 우승자에게 장비를 지원하면서 계속 지티기어를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2주 전에 열렸던 경기에는 총 32명의 유저가 모여 게임을 즐겼죠. 향후 레이싱 게임에 대한 스폰서 및 운영 활동을 하며 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게임 리그에 참여하는 유저 가운데는 실제 레이싱 선수들도 있다. 레이싱 선수들은 지티기어가 수입하는 파나텍사의 제품을 이용하면서 실제 레이싱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평가했다.
“레이싱 선수들이 레이싱 시뮬레이터가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느낌과 같다면서 칭찬을 하더라고요. 실제로 레이싱 업계에서는 선수들의 트레이닝 장비로 이용되고 있어요. 실전에서는 하기 어려운 운전 기술을 시험해 보기도 하죠. 초보자들은 자신이 카레이서로 기질이 있는지 가늠해 보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하죠. 외국에서 사용하는 초고가 레이싱 시뮬레이터의 경우 2억원이 넘는 제품도 있어요”
시장성 있는 레이싱 시뮬레이터…전시회·TV방송 협찬 등 수요 다양해
키덜트족이 늘면서 양 대표는 레이싱 게임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을 확신했다. 따라서 하드웨어 수입에서 벗어나 레이싱 게임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초와 비교할 때 지난해 말에는 시장이 3배 정도 성장했다고 봐요. 올해에도 2~3배 성장할 겁니다.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통한 레이싱 게임의 대중화를 이끌고 싶어요. 지금은 함께 게임에 참여한 이들의 순위를 공개하고 경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예정이예요”
양 대표는 레이싱 게임 대중화를 위해 시뮬레이터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오픈마켓과 협력해 가격할인을 벌이는 동시에 수입·판매 과정에서 거품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오픈마켓에서 지티기어가 수입하는 제품은 다른 수입사에서 공급하는 제품보다 25%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용으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제품은 유럽 현지에서 한화로 40~5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어요. 여기에 쇼룸을 만들어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설치하면 기본 세팅 비용만 250만원에서 400만원 정도 들지요. 국내에 들어올 때는 아무래도 관세 및 운반비용이 추가되다보니 가격이 상승합니다. 그래서 수입·판매 과정에서 거품을 빼려고 노력하죠. 이미 많이 알려진 로지텍 제품의 경우 시장가격을 20% 이상 낮추기도 했어요”
▲ 레이싱 시뮬레이터는 실제 차량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일반 소비자는 물론 실제 레이싱 선수들까지 연습을 하며 즐길 수 있다. 초급자용은 약 75만원 정도지만 외국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은 2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스카이데일리
지티기어 홈페이지에서는 레이싱 게임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어려워하는 고객을 위해 초급자용·중급자용·고급자용 등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초급자용의 경우 약 75만원에 거치대를 포함한 핸들, 페달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중고로 팔더라도 다시 고가에 내 놓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티기어와 우리가 수입하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각종 전시회에도 많이 참여 했어요. 게임 전시회 뿐 아니라 게임과 관련 없는 일반 전시회에서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들여놓기도 하죠. 지금은 우리가 수입하는 제품을 TV 게임방송이나 드라마에도 협찬해 주면서 점차 알려나가고 있어요”
지티기어는 직접 제품 AS를 해주며 서비스 질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외국 수입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AS를 신청하고 보내는 것이 쉽지 안기 때문이다. 지티기어에서는 고객이 문제 있는 제품을 보내주면 수리 후 5일 안에 보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양 대표가 자발적으로 제품 판매가를 낮추고, AS를 하는 것은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레이싱 게임이 E스포츠로 인정받아 세계적인 대회가 열리는 것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가 E스포츠에 강하잖아요. 레이싱 게임도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처럼 유행할 수 있다고 봐요.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들이 많은데 레이싱 게임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죠. 카레이서 슈마허는 자동차 회사 페라리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아서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죠. 저는 레이싱 게임을 지원해 게임계의 슈마허를 키워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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