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아닌 이상 우아한 사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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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08 16:51:19

▲ 유은주 기자 (산업부 2팀)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반어법이 있다. “Dream on” 계속 꿈꾸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꿈꿔봐야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비꼬는 말이다. 창업을 만만히 생각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남의 돈 벌어먹기 힘든 세상, ‘회사의 부속품처럼 살면서 더러운 꼴 겪느니, 조그만 가게라도 창업해 사장님 소리 한 번 들어볼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창업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창업을 하게 되면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금수저가 아닌 이상 처절한 노력이 뒤따른다. 규모가 작은 소자본 창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히려 회사생활보다 더한 ‘을’을 경험할 수도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 씨는 치킨집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회사 다니기 힘들어서 관두고 치킨집을 차릴 생각이라면 회사를 때려치우지 않는 것이 낫다. 치킨집 창업은 몇 배 더 고생할 각오한 뒤 시작해야 버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가게 바닥청소서부터 오토바이배달 등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해도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빠듯한 현실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여성들의 창업로망으로 불리는 인터넷 쇼핑몰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창업의 문턱도 높지 않은데다 주변을 보면 쉽게 성공하는 것 같아 보이니 섣불리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이들이 태반이다.

윤모 씨는 대학생 시절 쇼핑몰 피팅모델을 하다 직접 쇼핑몰 차려 운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쇼핑몰 사업이 만만치 않자 결국 6개월도 못 돼 문을 닫았다. 윤 씨는 추운 겨울날에 차가 없어 무거운 겨울외투를 끙끙거리며 들고 다녔던 것에서부터 이윤이 채 5000원도 안 되는 상품을 반품해줬던 경험 등 다양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꽃집과 카페사업에 대한 환상도 비슷하다. “회사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조용하게 꽃집이나 하나 차리고 싶어요” 이런 말은 현직 플로리스트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얘기다. 플로리스트에 대한 환상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얼핏 보면 화려하고 우아한 취미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듯 하지만 이면에 감춰진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사수완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동네 꽃집들은 단가를 맞추기 힘들다. 결국 잘 팔리지 않아 생기는 재고와 관리비 손실은 고스란히 꽃집 사장의 몫이다.

카페 역시 뜨거운 창업 열풍만큼 허상도 많다. 작은 가게에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선 아르바이트생을 둘 여력조차 없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기 시간도 없이 화장실도 눈치를 보면서 평일과 주말 모두 가게를 지키지만,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폐업하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창업에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환상에 사로잡혀 이면에 감춰진 초라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청년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청년들에게 벤처 창업을 장려하는 정부 시책의 효과로 청년창업은 늘고 있다. 하지만 중·장년 창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2015년 말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30세미만 창업자의 5년 생존율은 16.6%로 50대(33.6%)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취업 대신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창업을 택했다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창업 실패율을 낮추기 위한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은 바로 실전 체험이다. 실제 준비하고자 하는 업종에서 일을 배우는 것만큼 현실적인 가르침은 없다. 몸으로 배우는 것은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그만큼 경험의 근육을 다지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 예비 창업자라면 우아한 신선놀음을 꿈꾸는 대신 맨몸으로 부딪칠 각오부터 할 필요가 있다.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