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 갈등 위험 수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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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11 17:28:03

▲ 이성은 기자 (산업부 1팀)

대한항공이 조종사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5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파업이었다. 2015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해 2월에는 쟁의 행위에 돌입하면서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그동안 1.9% 임금인상안을 고수해 왔다. 형평성을 고려해 일반직 노조와 같은 임금인상률을 조종사 노조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일반직 노조는 1.9% 임금인상 협상을 타결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초기에는 37% 임금인상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일 있었던 임금협상에서는 29%를 제시했다.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이 1억40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29%를 인상할 경우 4000만원이 오르는 수치다. 노조 측은 귀족노조라는 비판에도 외국 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이유로 이런 인상안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노사 간 임금인상 갈등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조종사 폄하 발언이 문제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대한항공 부기장 페이스북 게시글에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으로 가는데 개가 웃어요”라고 댓글을 달아 조종사들의 공분을 샀다.

이 같은 조 회장의 태도에 대한 불만은 노조 측의 발언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업 하루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은 실질 목표치가 아니다”라며 “사측이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면 노조는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해 사측의 성의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그동안 사측이 조종사들에 대한 근무 환경, 임금, 처우 등을 무시해 많은 조종사들이 외국 항공사로 빠져 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A씨는 스카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조종사들은 항공기 내에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시차 적응도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성의 없는 사측’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까지 일주일 간 파업을 진행했다. 현재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사측과 집중교섭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사측과 두 차례 만나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는 15일 이후 2차 파업이 예상됐다. 노조 관계자 B씨는 “사측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2차 파업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22일 발생한 대한항공 노조 파업은 단순한 노사 문제는 아니었다.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강구하는 사안으로 번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 그 결과 파업 2일 전인 20일부터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를 운영하며 특별안전감독, 현장 안전점검 등을 실시했다.

이런 발 빠른 대처로 파업 첫날인 22일 결항 항공편이 18편에 그치며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노조가 2차 파업에 들어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항공업계는 연간 항공여객 1억명 시대를 열었을 만큼 유례없는 호황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노사갈등을 풀지 못할 경우 열매를 따먹기는커녕 경쟁사에게 밀릴 수도 있다. 이런 불안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노사 간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성은 asd3cpl@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