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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섭 JD 부자연구소 소장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12월 당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추진했던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중도 좌파인 렌치 총리가 정치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없애려 상원의원 수를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두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반대 59.1% 찬성 40.9%로 부결된 것입니다.
친(親)EU 성향의 렌치 총리가 자신의 총리직을 걸고 실시했던 국민투표에서 부결이 나오자 총리직을 사임했죠. 이후 이탈리아의 조기 총선이 대두되면서 제1야당인 오성운동(五星運動·Movimento 5 Stelle)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반(反)EU 정서를 지닌 오성운동의 집권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텍시트(Itexit·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 바람이 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 봉착한 유로존…무한확장 가능한 美 달러
유로존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미국은 유로존이 재정적으로 통합되고 유로화가 국제결제통화가 돼 불편했습니다. 불편을 넘어 위기를 느끼기도 했죠. 유로가 미국의 달러화를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달러화는 세계기축통화입니다. 달러는 미국 연방준비은행 얼마든지 찍어줄 수 있는 통화입니다. 이미 지난 1970년대 초반 금본위제는 없어졌죠. 미국은 모자르면 더 찍어내면 되니 무역적자가 나더라도 달러화만 있으면 망할 일이 없습니다. 달러는 무한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2008년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긴축정책을 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오히려 확장정책을 폈죠. 다른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오면 긴축정책을 펴라고 IMF에서 얼마나 난리를 쳤습니까.
그들은 오히려 위기의 월가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퍼주며 망한 회사가 리먼브라더스 하나 아니었던 가요. 여기서 바보가 된 나라가 있습니다. 중국이죠. 그들이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었는데 2008년도 금융위기 당시 달러 무한확장을 하면서 돈을 풀어대니 사실상 미국의 국채는 반토막 나지 않았습니까.
달러를 계속 찍어내면 달러의 가치가 희석되니 달러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전에 독일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통해 중산층의 부를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만약 어떤 사람이 1억을 가지고 통장에 넣어뒀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한국은행이 찍어 대서 갑자기 내일 1억이 1원의 가치로 떨어진다면 앉아서 돈을 수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중산층의 부를 나라가 합법적으로 수탈하는 도구입니다.
중국이 무역을 통해 미국에 물건을 주면 받는 달러는 어디에 있는 돈일까요. 중국으로 부의 이전이 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중국의 돈은 미국은행의 중국 계좌에 돈이 이전된 것이고 그건 단지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냥 숫자만 찍혀있는 돈이죠. 그래서 달러도 중국으로 이전되지 않고 미국에 쌓여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못된 짓을 해서 미국이 응징에 나서고 그 계좌를 동결시켜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냥 빈털터리가 됩니다. 이것이 긴축통화의 힘이죠. 근데 유로가 달러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흥국에서 유로를 결제통화로, 외환보유고로 쌓아두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유로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물건을 사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중국 계좌를 만들어 거기에다 숫자만 찍어주는 것입니다.
신흥국 함정에 빠뜨리는 美 달러…유로화로 미국의 무한확장 균열 생겨
여기서 문제 생깁니다. 유로가 달러화 블록체인을 깨뜨리는 일이 생기는 거죠. 달러화 블록체인이란 아무 가치 없는 달러를 주고 전 세계의 물건을 살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무한확장을 통해 위기도 극복할 수 있었는데 유로화라는 거대 통화가 생기면서 이런 달러와의 무한확장에 균열이 생겼죠.
그럼 달러화는 계속해서 무역작자가 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달러화는 그렇게 되면 신흥국에 시장개방을 요구하게 되고 그 신흥국에 핫머니들을 투여합니다. 어마어마하게 신흥국의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이죠.
신흥국은 달러의 유입으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에 거품이 끼죠. 게다가 브라질이나 멕시코와 같은 나라들은 원유 가격을 올려 바다 속 깊은 곳에 묻힌 석유광구인 심해유전을 개발하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땅에서 파던 유전은 50달러에서도 사업성이 있지만 심해유전은 70달러는 돼야 사업성이 나옵니다. 그런데 만약 석유가격이 100달러까지 갔다면 어떻게 될까요. 심해유전도 사업성이 나오게 되죠. 그럼 이러한 심해유전을 갖고 있던 나라들은 심해유전을 개발해도 사업성이 나오니 개발하고 싶어집니다.
그때 미국이 이러한 심해유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다국적회사인 스탠다드 오일 등을 통해 유전 개발 비용을 빌려주죠. 그리고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개발이 완료돼 사업성이 나올 때쯤 석유가격을 20달러선까지 빠지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물론 사우디와 결탁은 기본입니다. 그럼 심해유전 개발을 하던 브라질, 멕시코 등의 나라는 패닉에 빠지고 어차피 석유를 캐내도 사업성이 안 나오니 안 캐내는 것이 더 유리하죠.
그런데 그 심해유전을 개발하려 들어갔던 원금과 이자는 석유를 뽑아서 주려 했는데 어떻게 주겠습니까. 줄 돈이 없으니 심해유전이든 지상유전이든 가스공사 같은 국영기업도 다 팔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해야 하죠.
우리나라도 IMF 때 이 방식에 걸려 모두 뺏겼던 것 아닙니까. 그렇게 미국의 달러는 신흥국을 함정에 빠뜨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도 유로가 있으면 힘들어집니다. 달러가 혼자 있을 때는 확장과 수축을 통해 그동안의 적자를 일시에 만회했는데 유로나 위안화가 뜨면 이런 식의 장난을 치지 못하죠.
재무만 통일된 건 유로의 치명적 약점…미국은 이텍시트를 바란다
유로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습니다. 재무만 통일되고 정치 체제는 통일이 안 된 것이 문제죠. 그리스의 위기는 이런 약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주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텍사스의 석유가격이 갑자기 떨어져 위기에 처해 있어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연준에서는 달러를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려 할 것입니다.
그 달러는 실리콘밸리로 엄청난 돈을 번 캘리포니아에서 가져다 쓰는 것이죠. 그렇다고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왜 우리가 번 돈을 가지고 텍사스에 주느냐고 항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로는 그게 아닙니다. 재무적으로 유로화를 쓰는 것만 통일 됐을 뿐 나라별로 빈부와 근면성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 등의 격차가 있는 상태에서 유로화를 쓰게 돼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부 유럽은 버는 것도 없으면서 ECB에서 돈을 빌려 펑펑 소비하죠. 자동차를 집집마다 몇 대씩 삽니다. 북부 유럽은 제조업이 발달했으니 값싼 자동차를 남부 유럽에 팔았습니다.
하지만 남부 유럽은 관광업으로 돈을 버는데 그 돈도 그리 잘 버는 게 아니어서 항상 적자가 났습니다. 그래서 ECB에서 계속 돈을 빌려 썼죠. 이후 ECB는 더 이상 남부 유럽에 돈을 빌려 줄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북부 유럽에서 자신의 돈으로 가난한 남부 유럽 사람들이 모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말이죠.
이런 식으로 미국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유럽을 서로 다른 나라이다 보니 문제가 도리 수 있는 겁니다. 빈부격차가 있는 상태라면 필연적이죠. 이러한 약점이 있는 상태에서 유로는 달러처럼 무한확장을 하며 신흥국을 압박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위안화든 유로화든 달러가 대적하는 국제통화는 가차 없이 쳐냅니다. 영국은 미국과 친한 나라이기도 하죠. 이탈리아도 그 대열에 동참합니다. 앞으로 이탈리아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나라들에서 극우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유로를 탈퇴한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강력한 달러에 맞서려던 유로는 앞으로 사라지고 다시 한 번 달러의 패권이 100년 간 지배할 수도 있습니다. 이텍시트는 미국이 가장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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