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그친 롯데그룹의 새해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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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그친 롯데그룹의 새해 다짐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기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20 00:32:20

▲ 이기욱 기자(금융부)

매년 새해가 되면 헬스장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모두 그렇진 않지만 이들 중 대부분 ‘운동’ ‘건강’을 신년 계획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물론 그 다짐은 오래가지 않는다. 2월이 채 되기도 전에 헬스장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지우게 된다. 오죽하면 “헬스장은 1월 장사로 1년을 버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이러한 작심삼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호르몬 아드레날린, 코티솔의 작용기간이 3일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3일이 지나면 뇌는 자연스럽게 ‘포기’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롯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작심삼일이 꼭 ‘호르몬’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호르몬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법인’의 새해 다짐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롯데그룹의 올해 목표를 천명했다.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다툼, 뇌물 공여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만큼 롯데그룹의 올해 목표는 ‘윤리성’ ‘도덕성’ ‘준법정신’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건전한 기업철학에 기반한 준법경영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계열사 중 한 곳인 롯데손해보험에서 일이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HR팀(인사부)은 각 부서에 공문을 내려 보냈다. ‘올해부터 각 부서 직원들은 자신들의 연차를 남김없이 사용해야 하며 사용하지 못한 연차는 보상 없이 자동으로 소멸된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큰 반발이 일었다.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푼돈을 아끼려고 직원들을 농락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에 롯데손보 측은 “법적 문제가 없는 조치다”고 해명했지만 근로기준법 1장 5조, 4장 61조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여전히 문제의 소지는 남아있다. 설사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조치는 신 회장이 새해다짐으로 내건 ‘윤리성’ ‘도덕성’을 작심삼일로 만들어버리는 행위와 다름없다.

롯데손보의 직원들은 잔업으로 인한 휴일근무가 일상화될 정도로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다. 연차를 ‘안’쓰는 것이 아니라 ‘못’쓰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연차를 쓴다고해도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량이 줄어들지 않는만큼 롯데손보측의 ‘연차 의무 사용’ 조치는 “연차를 쓰고 일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주어진 일을 완료하기 위해 연차를 반납하고 일을 하는 근로자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이를 어떻게든 지불하지 않으려고 분란의 소지가 있는 새로운 지침을 만드는 것보다는 정당하게 보수를 지불하는 것이 훨씬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개인의 작심삼일로 인한 피해는 몇 개월치 헬스장 이용비를 버리는 것에 그치지만 롯데의 작심삼일은 많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롯데그룹은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해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기욱 g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