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동문 이광구, 연임 명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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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23 00:01:12

▲ 김신 편집이사

지난 한 해 우리나라 금융권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빠르게 변해 가는 금융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내·외부 악재마저 끊이지 않았다. 산업계 불황의 여파가 금융권을 흔들기도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부실채권들이 은행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그 와중에도 희소식은 있었다. 우리은행 민영화 성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1년 이후 정부 소유 기업에 머물러 있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약 15년여 만에 민간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무려 5번의 시도 끝에 이뤄낸 결과였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얻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당시 이광구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이 행장은 앞서 2014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배수의 진’을 칠 정도로 민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인물이다.

민영화가 성공 후 이 행장은 더욱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 향후 계획 등을 순차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민영화 성공 직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방송에서는 “내년 ‘5대 신성장동력’ 첫 번째 과제로 지주사 전환에 나선다”는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이 행장의 발언은 상당한 화제가 됐다. 단순히 지주사 전환 결정 그 외에 더욱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의 시선은 ‘내년’이라는 단어에 모아졌다.

이 행장 스스로 내년의 계획을 밝힌다는 의미는 내년에도 행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고, 이는 곧 연임 의지를 피력한 것과 마찬가지 의미로 해석됐다. 앞서 정해진 이 행장의 임기는 지난해 말 까지며, 현재는 올해 주총까지로 약 3개월 가량 연장된 상태다.

이 행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 것도 이 때부터였다. 이 행장 역시 연임을 시사하는 행보를 꾸준히 보였다. 얼마 전 낙하산 인사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며 차기 행장 후보를 내부인사로만 규정한 시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이 행장이 수장 자리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를 넘어설 인물이 내부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의 결과였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 이 행장이 자신의 연임 의사를 내비치는 데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적지 않아 주목되고 있다. 이 행장의 연임은 어렵사리 성사시킨 우리은행 민영화의 목적과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주장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관치금융 철폐 목적의 민영화를 성사시켜 놓고 정부가 앉힌 인물에게 조직의 수장을 계속 맡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 행장 역시 민영화가 성사되기 이전에 은행장에 올랐다는 이유로 정부가 발탁한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숙원사업이었던 민영화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이 행장의 역할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일궈낸 결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순 없다. 우리은행 전 임직원, 나아가 국민 전체가 뜻을 모아 물심양면으로 도왔기에 가능했다는 쪽이 오히려 사실에 가깝다. 민영화 이후에는 누구 한 사람의 뜻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은행이 돼서는 안 되며, 정부의 개입은 더더욱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앉힌 이 행장 재임 기간 동안 우리은행에는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 민영화 성사 직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정부 개입의 대표적인 병폐가 바로 낙하산 인사 문제다. 어렵사리 성사시킨 민영화를 두고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정부가 앉힌 인사로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은행을 누구 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라고 스스로 자처해 온 이광구 행장의 용퇴 결단을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