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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빈 시인(새터민, 탈북자)
요즘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힐링’과 ‘소통’의 중심이 있는 주인공이 있다.
자신의 힘든 경험을 발판삼아 글을 통해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힐링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이수빈(34)씨.
그녀는 20살의 나이에 홀홀단신 탈북해 중국으로 가 갖은 고생 끝에 30살이 되던 해 한국 땅을 밟은 새터민(탈북자)이다.
북한에서 국경을 넘으며 다시는 못 밟을 땅이라고 생각한 후, 정확히 1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때에는 가슴속에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는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며 “상처가 쌓이면 무뎌져서 더 이상은 통증을 못 느낍니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것이 재밌고 글을 통해 독자와 얘기하며 그들의 아픔까지 치유하겠다는 그녀는 시인답게 세심하면서도 또 한 켠으로는 당찬 여장부의 위엄을 보였다.
부푼 꿈 안고 간 탈북 중국행은 고난의 시작
스스로를 상품이라고 칭하는 이수빈씨는 “저의 원산지는 평안남도 안주군 용현리고 상품등록일은 1979년 7월 6일 입니다”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1남2녀 가운데 장녀로 태어나 문학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다는 그녀는 함경북도 길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녀가 졸업했을 당시 먹고 살기도 어려운 북한의 현실은 그녀의 가정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녀가 혈혈단신으로 국경을 넘을 각오를 한 계기이기도 했다.
“1998년, 제 나이 19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국에 사는 친척을 찾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국경을 넘는 것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조차 모른 채 집을 나섰습니다. 국경 근처에 다다르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국경을 넘었지만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국경 감시가 철저하지 않았습니다. 또 너무나도 운 좋게 초소병들이 임무교대 하는 시간과 맞물려 별다른 제재 없이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시련은 그 때 부터였다.
무일푼으로 중국으로 넘어간 그녀는 고생 끝에 친척을 찾았지만 그들은 그녀를 외면했다고 한다.
그녀는 중국 흑룡강성으로 건너가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중국어를 전혀 몰랐던 그녀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벙어리 흉내를 내며 낮에는 중국사람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밤에는 독학을 하며 단 6개월만에 생존을 위한 언어 습득을 완료 했다고 한다.
▲ 이수빈씨는 중국에서 벙어리 생활을 하며 언어를 익혔고 공안의 검색을 피하기 위해 여성의 몸으로 건설현장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학교에 취직해 일을 하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녀가 심양의 식당에서 일을 할 당시, 그 곳에 그녀가 가명으로 쓰고 있는 ‘왕춘’이란 이름의 살인자가 수배범으로 지목되면서 공안들의 검문이 있었다. 그녀는 이로 인해 공안의 검색을 받았던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살인범은 ‘왕춘’이란 이름의 남자였고, 주변의 증언으로 다행히 공안의 검색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불법체류자란 사실이 발각되면 곧바로 북한으로 추방되기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는 식당일을 그만 두고 건설현장으로 일터를 옮겨 더욱더 힘든 나날을 보냈다.
“중국 건설현장에서의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생활은 공안들의 감시망을 벗어났지만 일의 강도가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어 자살시도를 두번이나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주변에서 일찍 저를 발견해 병원치료를 받았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건설 현장일을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던 중 운 좋게 북경에 위치한 ‘북경육제학교(우리나라로 치면 초,중,고등학교가 합쳐져 있는 재단)에 보조교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당시 그곳에서는 저를 조선족으로 판단하고 한국어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제 장점을 인정해줬습니다. 또한 동시 통역도 가능했기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그 곳에서 일할 수 있었죠”
북경육제학교에서 일한지 8년여가 되던 2008년, 전 세계인의 ‘기쁨의 축제’라고 불리던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픔의 축제’가 됐다. 중국정부가 올림픽 기간 혼잡하다는 이유로 타 지방 사람들 전부를 베이징 밖으로 내쫏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배움을 깨닫고 배움의 생활을 시작하려던 찰나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문을 접해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갈 곳이 없던 저는 자주 다니던 교회를 찾아가 목사님에게 사정을 말했고 교회의 도움으로 제3국을 거쳐 2008년 11월 다시는 밟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한반도 땅(대한민국)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0여년을 타국에서 힘든 시간을 겪고 마침내 내 나라, 내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땅을 밟을 그 당시 감동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언어만 통하면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습니다”
▲ 이수빈씨는 새로운 한국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사람을 만나 소통함으로써 그 곳의 문화를 익히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의 다른 새터민은 본인들의 요청에 의해 가렸다>
한국으로 온 그녀는 새로운 삶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당시 그녀는 ‘말이 통하는데 못할 것이 없다’는 각오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다.
그녀는 2009년 3월 국정원에서 새터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하나원을 졸업했다. 국정원은 살고 싶은 지역을 선정하도록 해 보내줬고 그녀는 ‘제주도’를 선택했다.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평온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녀는 그동안 깨달은 바와 같이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실제로 배우고 나누는 일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 이수빈씨는 1년간의 제주도 생활 동안 많은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제주도에서는 중국어 학원을 다니며 주로 교회 봉사활동에 자주 참가했습니다. 중국어 학원을 다닌 것은 말은 유창하지만 기초가 부족한 중국어를 완벽하게 마스터 하기위한 하나의 일환 이었습니다”
“학원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인터넷 동호회 등의 여러 사이트에도 가입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제 장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제가 한국에 적응하는 방법 이었습니다”
현재 그녀는 사는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생은 적응의 반복이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녀에게 소통의 즐거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1년간의 생활을 마친 후, 그녀는 본격적인 배움의 길을 걷고자 대학에 진학했다. 한국외대 중국어학과에 입학했고 올해 3학년에 재학중이다.
힘겨웠던 인생 발판삼아 문학소녀의 꿈 키워
현재 그녀는 시인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직업을 갖고 있다.
과거 문학소녀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그녀는 처음 동호회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들을 썼고 당시의 폭발적인 반응을 접한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대중에게 부드럽게 다가가고 대중들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책을 통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의 경험과 역경을 기반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는 저의 시집은 제 진심을 담았습니다”
그녀는 “독단에 빠진 문학의 틀을 깨고 소통이 되는 문학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 이수빈씨가 자비를 털어 낸 시집 ‘힐링 러브’는 탈북과정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웠던 역경을 이겨낸 그녀의 경험이 희망적인 내용으로 담겨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그녀는 시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독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한다.
방학마다 100권 가량의 책을 읽는다는 그녀는 지난달 ‘힐링 러브’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독자와 경험을 나누고 싶어 스스로 오천원, 만원씩 모은 자비를 털어 어렵게 발간했다는 이번 시집은 진정성 있는 그녀의 생각과 가치관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다들 어렵고 힘든 투쟁을 벌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책을 통한 힐링을 하고 싶습니다. 지친 대중들을 사랑으로 만져주고 대중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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