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군비경쟁…1930년대 혼란으로 회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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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총력전의 시대, 혼란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1-28 14:43:04

▲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미국은 NAFTA를 비롯해 다자간 무역협정의 틀을 취하하고 미국 중심의 새로운 무역 체제를 만들고자 한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통해 재점화되는 상황이다. 유럽은 난민 문제와 테러 위험으로 시끄럽고 한반도는 조기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며 모든 것이 혼란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지속되는 장기불황, 강대국 간 군사경쟁 격화, 파시즘과 테러리즘을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의 부상 등 세계정세는 1930년대를 닮아가는 모양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많은 역사학자들의 1930년대의 혼란을 지금의 혼란과 빗대기도 한다.

에릭 홉스봄은 1994년에 출간된 ‘극단의 시대’라는 책을 통해 20세기의 서막을 총력전의 시대로 규정한 바 있다. 파시즘과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세계대공황이 전 세계 시민들의 삶을 뒤흔들었다. 그렇다면 2010년대의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은 어떠한가.

총력전으로 문을 연 20세기

혼란의 서막은 항상 경제위기로부터 온다. 19세기 후반 장기불황을 경험하며 전 세계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제국이었던 영국이 몰락의 징후를 보이자 떠오른 세력은 독일과 미국이다. 이 두 강대국은 1~2차 세계대전을 주도하며 20세기 총력전의 막을 올린다.

총력전은 엄청난 살상을 불러왔다. 국가 간 전쟁 자체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국가가 자국민들을 대량학살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를 중심으로 파시즘이 부상했다. 무솔리니를 동경했던 히틀러는 독일에서 나치당을 세우고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독일의 권력을 접수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히틀러가 홀로코스트를 통해 살해한 유대인은 적게는 60만부터 많게는 수백만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와 영국의 의용군, 러시아, 미국의 군대들은 연합해 대(代) 파시스트 전쟁을 치뤘다. 기존의 전쟁은 병사들을 살해하는 전쟁이었다면 이 시대의 전쟁은 민간인 학살이 병사 살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야말로 총력전의 시대라 할 만하다.

풍요와 내전이 공존했던 시대

2차 대전이 끝나며 전 세계는 크게 두 구역으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구의 북반구는 서구 열강들이 주도하는 경제체제를 통해 번영의 시대를 구가한다.

1950~60년대는 서유럽과 미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가장 부흥했던 시대였다. 서독은 미국의 지원 아래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낸다. 한국과 일부 북반구 개발도상국들은 1960~80년대에 거대한 경제성장을 이뤄낸다.

이 시대 지구 북반구의 문화를 특징짓는 키워드 중 하나는 물질적 풍요였다. 풍요는 대체로 청년 세대들의 시대감성을 변화시켰다.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기성 세대의 화두는 사라졌고 음악과 패션과 성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새로운 감성이 나타났다.

제임스 딘은 신세대 반항의 아이콘이 되고, 청바지와 록음악은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사고관을 가르는 경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반면, 남반구는 여전히 전쟁의 혼란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전쟁의 양식이 바뀌었다. 세계대전의 열강 간 대전은 사라지고 기존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약소국의 민족해방전쟁과 내전이 일어났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는 그 중심이 됐다. 수많은 게릴라 전쟁이 수반됐다. 알제리는 프랑스를 상대로 독립을 갈구한다. 베트남은 내전을 겪게 되는데 이 내전은 경찰국가 미국의 개입 속에 거대한 게릴라전을 낳기도 한다.

다시 전지구적 혼란의 시대로

1968년 유럽과 미국을 축으로 일어난 이른바 ‘68혁명’은 이러한 시대 감성이 복잡하게 뒤얽히며 일어난 사건이었다.

풍요의 문화 속에서 기성세대에 반항하던 신세대들은 미국의 베트남전쟁에 분노하며 전 세계적인 저항운동을 일으켰다. 이 저항운동은 반전운동뿐 아니라 당대 기성 권력 일반에 대한 도전으로 점차 확산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풍요의 시대는 북반구를 중심으로 해서 1950~60년대에 형성됐다. 그러나 1970년대에 오며 경제불황이 시작되고, 1980년대 이후 긴축정책으로 기조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부상한다. 경제위기는 이제부터 항구적인 것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이 혼란을 틈타 무수한 분쟁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에릭 홉스봄이 이 책을 출간한 1994년은 이미 중동과 아프리카를 축으로 무수한 종교전쟁과 민족갈등이 생겨나던 때였다. 위의 묘사처럼 홉스봄은 20세기를 총력전으로 시작해서 다시 새로운 혼란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경제 불황은 멈출 줄을 모르고 종교의 얼굴을 한 테러리즘은 세계 곳곳을 들쑤시고 있다. 강대국들은 다시 군사경쟁을 진행 중이니 다시 1930년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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