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
담뱃갑 경고그림이 흡연자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02년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이 주장된 지 13년 만인 2015년 담뱃갑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됐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는 담배제조회사들이 담뱃갑 앞·뒷면 상단에 경고그림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경고그림은 ▲간접흡연 ▲구강암 ▲뇌졸중 ▲성기능장애 ▲심장질환 ▲임산부흡연 ▲조기사망 ▲폐암 ▲피부노화 ▲후두암 등이고, 이 그림은 24개월 주기로 정기 교체한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경고그림을 보지 않기 위한 방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담배 케이스 판매가 급증했다. 담배 판매업자들은 경고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담뱃갑을 거꾸로 진열하는 궁여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흡연자를 대상으로 담뱃갑 경고그림에 대한 현장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교보타워 옆 ‘꽃동산’(사진)은 흡연자들이 애용하는 장소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시행되고 있는 답뱃갑 경고그림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이곳에서 실시했다. 흡연자 다수는 경고그림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아니, 너무 한 거 아니예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교보타워 옆 ‘꽃동산’이라 불리는 흡연구역에서는 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기자가 찾은 교보타워 꽃동산은 항시 많은 사람들이 흡연을 하는 장소다. 점심시간이면 ‘너구리굴’이 된다는 것이 교보타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종의 경고그림을 담은 설문조사용 패널을 설치했다. 조사는 교보타워 관계자의 동의를 얻어 진행했으며, 해당되는 곳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고그림 질색하는 흡연자들…“평소 금연 생각 항상 해”
기자는 총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첫 번째 질문은 ‘이 그림들 중 가장 금연 생각이 드는 그림은 무엇인가요’였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10종의 담뱃갑 경고그림을 골랐다. 첫 번째 질문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은 그림 세 가지를 뽑아서 ‘이 그림들을 보면 금연하실 생각이 드십니까’라고 물었다. 끝으로 ‘금연 결심 이후 심각한 금단현상이 나타나도 계속 금연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있게 했다.
꽃동산에 들어온 한 흡연자는 경고그림이 들어간 설문조사 패널을 발견하고 바로 등을 돌렸다. 그는 “담배 피는 곳에서 이런 그림을 걸어두면 어떡하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흡연자는 “담배 피고 있는 사람들한테 (이런 설문조사를 하는 건)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며 설문조사를 거부했다. 하지만 흡연자 다수가 설문에 관심을 보였다.
▲ 경고그림에 대한 흡연자들은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와 “그림들이 혐오스러울 뿐 금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혐오스럽다는 사실에는 동조했다. ⓒ스카이데일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영상편집 작업을 주로 한다는 강옥원(65) 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골초다. 그의 하루 흡연량은 두 갑이다. 영상 편집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3갑에서 3갑 반까지도 피운다고 답했다.
강 씨는 “결국 못 끊는 사람은 계속 피울 것이다”며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를 피우는 양이 줄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그림으로 실질적으로 금연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경고그림 도입을 반대했다.
신대휘(26) 씨 역시 경고그림 도입을 반대했다. 신 씨는 “담배는 기호식품이고 개인의 선택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경고그림을 보면) 기분만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경고그림 때문에 담배케이스도 잘 팔린다고 하는데 어차피 필 사람은 계속 필 것이다”고 주장했다.
직관적 경고그림 금연 생각나게 해…“금연 계기는 가족 때문”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185명이 참여했다. ‘이 그림들 중 가장 금연 생각이 드는 그림은 무엇인가요’라는 첫 번째 설문에서는 직접적으로 의미가 전달되는 그림이 높은 표를 얻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미 전달이 약하다고 평가 받던 그림들이 예상 외로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첫 번째 설문 결과는 ▲후두암(28.6%) ▲조기사망(15%) ▲구강암(14.2%) ▲간접흡연(11.1%) ▲성기능장애(10.3%) ▲심장질환(5.5%) ▲폐암(5.2%) ▲피부노화(4%) ▲임산부흡연(3.2%) ▲뇌졸중(2.4%) 순이었다.
10가지 그림 중 높은 득표율을 차지한 후두암·조기사망·구강암 그림을 골라 진행한 ‘이 그림들을 보면 금연하실 생각이 드십니까’라는 두 번째 질문에서는 ▲구강암(47.1%) ▲후두암(31.4%) ▲조기사망(21.6%) 순으로 나타났다. 10가지 중에서 골랐을 때와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타났다.
세 번째 질문인 ‘금연 결심 이후 심각한 금단현상이 나타나도 계속 금연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네(62.7%)’라는 대답이 ‘아니오(37.3%)’보다 2배 정도 많았다.
▲ 보건복지부의 담뱃갑 경고그림 10종(사진)에 대한 스카이데일리 설문조사 결과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측은 경고그림에 대해 “해외에 비해 강도가 약한 편”이라며 “간접흡연과 조기사망 그림의 경우 그림 크기도 작고 의미 전달이 잘되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스카이데일리 설문조사에서는 조기사망은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간접흡연은 네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간접흡연 그림에는 담배연기로 인해 어린이의 눈이 충혈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조기사망 그림에는 가족사진에서 남성이 태운 담배처럼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두 그림은 폐암이나 심장질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혐오감이 덜하다는 이유로 효과성에서 저평가된 그림이었다.
조기사망 그림에 스티커를 붙인 김진경(38) 씨는 “20개월 된 자녀가 있다”며 “그림에 아이가 있는 모습을 보고 내 아이가 생각나서 붙였다”고 말했다. 같은 그림에 스티커를 붙인 오종현(26) 씨는 “현재 딸이 둘이다”며 “가족사진을 보고 가족 생각이 나서 이 그림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공모(50) 씨 역시 조기사망 그림을 선택했다. 공 씨는 “아이를 생각하면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며 “너무 혐오스러워 보이는 그림은 단지 징그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간접흡연에 스티커를 붙인 이수영(35) 씨는 “금연을 생각하는 계기는 대부분 가족 때문”이라며 “평소 금연을 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데 혐오스러운 그림 때문에 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용주(36) 씨는 후두암 그림에 스티커를 붙였다. 이 씨는 “평소에도 금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경고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그림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민기(27) 씨 역시 후두암 그림을 선택했다. 그는 “가장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0개 그림 중 이것이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다.
▲ 설문조사에 응한 흡연자들 중 상당수는 가족사진이 담긴 ‘조기사망’ 그림에 스티커를 붙였다. 그러나 1위를 차지한 그림은 가장 혐오스럽다고 평가를 받은 구강암 사진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수술 장면이 그려진 폐암과 심장질환 그림은 상대적으로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김형섭(41) 씨는 “수술 그림이 어떤 수술을 하는 모습인지 잘 알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 많은 흡연자들이 금단 증상이 나타나도 금연 결심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네’ 항목에 스티커를 붙인 박성조(39) 씨는 “금연을 계속할 수 있겠다고 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 아니겠느냐”며 “과거에 금연을 시도했다가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국내서 흡연으로 연간 6만명 사망…“더 강도 높은 금연정책 필요해”
담뱃갑 경고그림에 대한 불만은 애연가들 집단뿐만 아니라 금연 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선진국 중에서는 담뱃갑 전체 크기 중 80% 이상을 채우는 곳도 있고, 그림도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력한 금연 정책을 위해서는 해외 선진국처럼 정부가 담뱃갑의 디자인을 지정하고, 편의점 등에서 담배를 진열·광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10종의 경고그림 중 2~3개를 제외하고는 의미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우준향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6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다”며 “경고그림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아직 강도가 높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 총장은 경고그림의 비중 부분도 지적했다. 현행 법상 경고그림의 비중은 담뱃갑 전체 크기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하며 경고문구를 포함해 50% 이상 채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판 중인 경고그림 등은 이런 조건의 최소치만 충족하는 실정이다.
우 총장은 “담배갑 경고그림은 기존 흡연자들의 금연보다 청소년 등의 흡연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연간 수만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현실에서 담배회사들은 다시 흡연인구를 채우기 위해 매혹적인 디자인의 담뱃갑을 생산해 청소년을 예비 고객으로 확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