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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진 기자 (부동산 1팀)
지난해 편의점처럼 판매대에다 술과 과자·컵라면·냉동식품을 진열해 놓고 파는 술집이 생겨났다. 일명 ‘편의점포차’다.
편의점포차는 일반 술집에 비해 술값이 1000~2000원 정도 저렴하다. 안주꺼리도 편의점과 가격이 동일하다. 이 편의점포차는 특이한 콘셉트와 저렴한 가격 덕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실제로 취재차 찾은 편의점포차에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많았다. 호기심에 찾아온 이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었다. 편의점포차는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증명하는 이 시대의 풍속화였다.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권주자 안희정 충남 지사는 지난 1일 청년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편의점포차에 홀로 나타나 그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틀 후 안 지사는 청년들을 향해 ‘노년층 복지가 우선이라 반값등록금 공약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안 지사는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한 질문에 “아이들아 미안하다. 그런데 지금 나라의 형편상 너희들의 할아버지를 가장 먼저 돌봐야 한다”며 “너희들이 조금만 더 버텨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타이타닉 구명보트’의 비유를 들었다. 구명보트에 노인, 아이,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태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떻게 저런 말을 하느냐’고 반응했다. 청년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겠다고 편의점포차에 나타난 그였기에 청년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컸다. 표는 정치인의 숙명이다. 그러나 ‘젊은 정치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안 지사마저 다른 정치인들과 똑같다는 생각에 청년들은 좌절했다.
현재 20대 실업률은 3.9%다.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취업이 안 돼 졸업을 미루는 것은 이제 청년들의 일상이다. ‘텅장(텅텅 빈 통장)’세대 청춘들은 ‘어떻게 하면 값싼 편의점 냉동식품을 더 맛있게 먹는지’에 대해서 SNS로 공유하고 있다.
청년들은 ‘우리보고 언제까지 버티라고 하냐’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데, 안 지사는 이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줘’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편의점 식도락마저 가성비를 따지는 청년들에게 ‘희망고문’을 했다. 새로운 정치를 바랬던 이들에게 안 지사는 정치에 대한 불신만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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