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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탄핵, 대선 정국과 맞물려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국가 방역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화재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인명 피해가 컸던 동탄 메타폴리스 빌딩의 경우 화재 발생 이틀 전에 현지 소방서가 실시한 화재 안전 환경 조성 경진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곳이라고 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혹은 사고들이 천재(天災)라기 보다는 대부분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한숨이 나온다.
어수선한 틈을 타고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는 더 전횡을 부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고 정권 교체시마다 단골로 나오는 정부 부처 개편에 살아남기 위한 조직 방어에만 안간힘을 쓴다.
정치권은 책임지지도 못할 ‘폴리코노미(Poli-conomi)’를 남발하면서 경제를 살리려는지 죽이려는지 헷갈리게 한다. 종편 TV는 급박하고 돌아가고 있는 글로벌 이슈와 등진 채 연일 국정농단 사건만 앵무새처럼 떠들어댄다. 주말이 되면 서울 도심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목청을 높인다. 오늘을 사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어떤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러한 진통이 과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시기다.
일부 젊은 층 중에는 만약 이번 탄핵이 부결되거나 정권 교체가 되지 않으면 이 땅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민을 가겠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을 정도이다. 정말 끔직하고 섬뜩하다.
젊은층의 절규를 우리 사회의 리더나 엘리트들은 얼마나 인지를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절규하는 이들을 역이용해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된다. 만약 그렇다면 또 다른 엄청난 후유증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 밖의 세상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제각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분위기가 넘쳐난다. 벽을 높이기도 하고, 강자는 약자에게 회초리를 들기도 하며, 판을 새로 짜려는 짝짓기를 서슴지 않는다. 경제적 파이를 상당 부분 해외로부터 가져 오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긴장감을 잠시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나라는 기본적으로 원칙이 지켜지고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하지만 사회구조 면에서 우위에 있는 국가들도 많다.
국가를 대대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총론만 무성하지 각론이 없기 때문에 언어 유희적 말장난에만 그치면서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어떻게 보면 국가 개조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고 왜 국가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편하게 살고 있는 국가들은 보편적으로 인명 혹은 인권 중시를 국가 통치 철학의 가장 상단에 놓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모든 인재들이 인명이나 인권에 대한 경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무책임하고 무사 안일한 사회 구조에서는 후진국적인 사고나 사건이 그치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위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보신(保身)에 급급하고 전문성도 없는 낙하산 인사가 난무하는 관행은 현실을 더 부채질한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가 개조의 첫 단추다.
기득권 내려놓기, 공정성은 제대로 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다음으로는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창의가 발휘되고 인재가 배출되는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본이 갈수록 고갈되기 마련이다. 바로 우리가 처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수저계급론, 헬조선, N포세대, 갑질 횡포 등 신조어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적나라한 시대상이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재벌들은 신(神)도 부러워한다고 한다. 권력이나 돈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공공연히 입에 오르내릴 정도다. 우리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특권은 200개도 넘는다고 한다. 보좌진은 무려 7명까지 둘 수 있다.
제대로 된 나라의 의원들은 원룸에서 자고, 무거운 서류 가방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심지어 2명의 의원이 1명의 보좌관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기까지 한다.
땅콩 회항, 만취 난동 등 재벌 2, 3세들의 꼴볼견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재벌 혹은 대기업의 횡포는 극성을 부린다. 만국병의 근원인 이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한 우리 사회 지도층의 뼈를 깎는 실천 의지,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과정이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에 대한 엄중함은 필수적이다. 내는 사람은 혈세인데 쓰는 사람은 주머니돈처럼 여긴다.
걷어가는 것은 철저한데 사용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나 공정성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 집행 과정, 결과에 대한 평가 등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제대로 된 나라들은 예산의 남용이나 도둑질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룰 메이커의 공정성 또한 중요하다.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엮여져 있는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불법, 탈법, 편법만 조장하고 아첨이나 아부를 하는 좀비족만 양산하게 된다.
끼리끼리 울타리를 치고, 여기서 탈락한 부류들은 결국 사회적 지진아가 돼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만다. 온갖 좀비들이 세상을 휘저으면서 사회를 점점 더 좀먹게 한다. 소수의 배만 불리게 도고 다수는 더 빈곤해지며 사회적 불만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와 비슷한 인구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독일의 성공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바로 독일의 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 경제의 핵심인 중소기업) 모델이다.
수익성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어떻게 하면 기술을 가진 개인이나 소기업의 싹을 초반에 꺾으려는 우리의 기업 풍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술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기초로 생태계 내에서 작지만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R&D, 세제 등 각종 지원이 뒤따른다. 교육 제도도 해당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백업을 한다.
미텔슈탄트가 고용의 78.5%를 책임지고 있으며,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나 된다. 종업원이 10명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명 미만 기업까지 합치면 96%나 된다.
대부분 수출주도형으로 엄청난 수익을 내는 강소기업들이다. 독일 경제가 유럽의 성장 엔진이 되고, 독일 대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잘 나가는 것은 미텔슈탄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배경에는 독일인들이 근면성, 검소함, 합리성, 실용성, 기득권을 허용하지 않는 소박한 시민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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