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6년 노력 물거품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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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6년 노력 물거품 만드나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기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2-22 10:22:44

▲ 이기욱 기자(금융부)

지난달 20일부터 신한금융지주는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오는 3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이 조용병 신한은행장으로 결정됐다.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조 행장은 지난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사장 사이의 내분으로 촉발된 ‘신한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물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조 행장은 신한사태 당시 전무로 재직하면서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았다.

반면 조 행장과 함께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사태 당시 신한금융 홍보임원으로서 라 전 회장의 편에 섰던 인물이다. 현재까지 신한금융 내 ‘라응찬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신한금융이 위 사장 대신 조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택하자 일각에서는 ‘신한사태’ 지우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한 회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회장은 지난 2011년 신한사태의 해결사로 불렸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현재까지 내분을 종결시키고 ‘하나의 신한’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신한금융에 대한 호평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 행장의 회장 내정이 결정되고 3주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일 위 사장이 조 행장의 후임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위 사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의 면접 당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회장 자리를 양보하는 듯한 ‘일련의 과정’은 위 사장이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사장이 신한금융의 ‘2인자’ 자리에 오르게 되자 신한금융에는 다시 ‘신한사태’의 이미지가 씌워지고 있다. 심지어 신한카드 차기사장으로 또 다른 라응찬계 인사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신한카드 사장마저 라응찬계 인사에게 돌아가게 되면 신한금융의 지난 6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조 행장과 위 사장 사이에서 제 2의 신한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제2의 신한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며 행장 선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금융정의연대도 1일 서울중앙지검에 위 사장은 신한사태 당시 ‘위증’ 혐의로 고발하며 행장 선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공든탑을 쌓아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한 회장이 수년의 임기 동안 만든 ‘하나의 신한’이 단 몇 달 만에 무너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 만은 아니다. 신한금융 이사회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기욱 g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