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대신 사욕 택한 ‘뻔뻔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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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하보연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03 02:52:22

▲ 하보연 기자(금융부)

최근 불교계가 시름하고 있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형문화재 ‘봉국사’와 유적지 ‘청담사 터’가 훼손·방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1호 ‘봉국사 대광명전’은 바로 옆 부지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기업 두산그룹의 계열사 두산건설의 발파작업으로 훼손되고 있다. 유형문화재는 역사적·예술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 가운데 유형(형태가 있는 것)인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봉국사는 지난 1028년 고려 현종19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내부에는 연대(1674년)가 분명한 조선 후기 건축물 ‘대광명전’이 존재하고 있다. 10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므로 불교계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지켜야 할 가치가 높은 문화재다.

최근 봉국사 스님들은 걱정에 사로잡혔다. 봉국사 바로 옆 20m 떨어진 곳에서 두산건설의 재건축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발파작업으로 인한 진동 때문에 대광명전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목격한 대광명전은 외벽 곳곳에 균열이 있었고, 약한 기왓장들이 여럿 부서져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봉국사 스님들이 여러 번 성남시와 두산건설 측에 공사를 중단하고 문화재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스님들은 계속된 민원 요청으로 성남시 관계자들이 몇 번 다녀가긴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지었다. 심지어 두산건설 측은 국내 최고의 로펌까지 앞세우며 공사를 강행해 스님들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유적지인 ‘청담사 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앞서 SH공사는 은평뉴타운 사업을 위해 발굴조사를 시행할 당시 904년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담사 터’를 발견했다. ‘청담사 터’는 통일신라시대 때 학자 최치원이 쓴 ‘법장화상점’에 언급된 화엄10찰 가운데 한 곳으로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 유적지로 평가되는 곳이다.

SH공사는 청담사 터 발견 후 유적지 보호를 명분 삼아 추가 발굴 없이 복토(원형 그대로 해당 지역의 흙으로 다시 덮어놓는 것) 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현재까지 보존 방법은 외면한 채 그대로 방치하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키웠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문화재 유실 및 훼손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재는 이 땅에 먼저 살다간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 중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아 마땅히 보호하고 보전해야 하는 역사 그 자체다. 아무리 길어도 100년 밖에 못 사는 인간과 달리 문화유산은 오랜 세월을 버텨내며 민족의 명맥을 잇는 과거의 현재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두산건설·SH공사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계열사와 공기업 등은 앞장서서 살아있는 역사를 훼손·방치해 짓밟고 있다. 심지어 문화재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서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기업의 존립 목적 자체가 ‘이익 추구’라고 할지라도 공익을 지키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의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제는 그들이 먼저 나서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들을 보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하보연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