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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너는 마땅히 공의만을 따르라. 그리하면 네가 살겠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을 차지하리라.” <신명기 16 : 20>
법정에 한 남자 수형(受刑)인이 입장했다. 가짜 포도주를 만들어 팔다 적발돼 구속 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않았다. 자기 자신이 변호에 나설 것을 요구해, 법원으로부터도 그 같은 건의가 받아드려진 것이다.
법정에 선 수형자가 재판관에게 질문이 있다고 했다. “재판관님 혹시 화학분야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물론 자신은 법률가이므로 모른다고 답했다. 다음엔 증인으로 나온 ‘주조(酒調)책임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물었다. 주조 책임자는 “난 화학기사일 뿐 법률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소”라 고했다.
그러자 그 수형자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마치 선고를 하듯 말했다. “보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서 들은 대로 재판관이나 기사가 화학분야와 법률분야를 알지 못하듯 이 무식한 자식이 어찌 법률이나 화학분야의 것을 알고 있겠습니까” ‘탈무드’에 나오는 글을 인용해 보았다. ‘무식한 것도 죄’라는 교훈을 주는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반드시 깨달아야 할 한 가지 경고가 있다. 모르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변명은 법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이런 변명을 하는 자들을 향해 일찍이 경고하고 있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 ; 20)”
양치기소년 같은 국회의원들, 탄핵소추 위법이란 사실 정말 모르나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처럼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탄핵소추가 잘못됐다고 항변한다. 웃긴다. 당시는 그것이 위법이란 것을 몰랐을까.
정말 몰랐다면 입법부의 무식(無識)이 드러나는 것이고, 알면서도 모른 체 했다면 직무유기이자 직권남용에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 한 것이다. 입법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모두가 다 탄핵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도 전공이 아니라서, 법률공부를 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둘러대기 명수들인 국회의원들. 지금도 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수작을 부리며 국민들을 얼마나 속이며 우롱할지 자못 궁금하다. 남을 탓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럴 싸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생각이 안 난다고 말하는 게 그들의 특징이다.
하나 같이 양치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런 자들을 그 부끄러운 욕심에 내버려두셨다고 하셨다. 결국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스스로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늦게 서야, 이 시대의 악행과 불행들이 자기 자신이 스스로 저지른 범죄의 결과물인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생각이 허망해 마음이 우둔해지지 않았는가를 철저히 깨닫고 회개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인용하고자 한다. 수탉 두 마리가 암탉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둘은 한참을 싸웠고 마침내 승패가 결정됐다. 싸움에서 진 수탉은 깊은 상처를 입고 고개를 숙여 패배를 인정하고, 어둑한 구석으로 숨어버렸다.
반면에 싸움에서 이긴 수탉은 암탉을 차지하게 된 기쁨과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높은 담장 위에 올라가서 큰 소리를 내지르며 자랑을 했다. “꼬끼오, 이 세상은 내 것이다” 그때 그 수탉의 소리를 들은 독수리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눈 깜짝할 사이에 담장 위의 수탉을 낚아채 가버렸다. 결국, 싸움에서 진 수탉이 암탉을 차지하게 됐다.
국론 분열 부추기는 정치권…역사적 심판에 승복해야
작금의 정치계를 보면서 수탉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승리한 수탉이 독수리의 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서 영원한 승자, 영원한 패자는 없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도 있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일순간 지지도가 높아진다거나 일이 잘 풀린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가장 못 믿을 것이 유권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인기가 상승할 때 일수록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때가 바로 위험한 때다. 선거도 치르기 전 성급하게 승리감에 도취돼 함부로 큰소리를 내고 우쭐대다간 자칫 독수리 밥이 되기 십상이다. 결국 다 된 밥상에 다른 사람이 수저를 들게 된다는 말이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아직 탄핵도 안 됐는데 정치권이 너무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렸다. 촛불을 더 높이 들어 반드시 탄핵을 관철해야 한다”며 촛불 투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또 “국민적 기대를 헌재가 외면하고 있다”며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는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헌재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시들해진 촛불시위에 반해 날을 거듭 할수록 기세등등한 장외 태극기 시위로 탄핵이 무산될까 겁이 나는 가보다. 오히려 촛불을 들기보다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정도(正道)다. 당파적 이익보다 국가적·헌법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입장을 보여야 마땅하다.
태극기 시위대에 맞불을 놓기 위해, 촛불을 선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조기 탄핵을 요구하면서 탄핵 심의의 사실상 전제가 되는 특검 연장을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다. 민주당 뜻대로 특검이 연장될 경우 헌재가 그만큼 탄핵 일정을 늦춰도 할 말이 없다.
탄핵심판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분열과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에선 각종 괴담과 루머, 가짜뉴스가 난무 하고 오프라인 광장에서는 탄핵 찬성과 반대집회가 세 대결의 양상으로 과열되고 있다.
촛불이나 태극기나 모두 국가 안위를 위해서 집회를 한 것인데 야당이 태극기는 박사모 등의 정치선동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촛불은 ‘민심’, ‘국민의 소리’라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혼란을 부추기며 헌법 재판소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정치꾼들로 인해 나라와 국론이 두 쪽이 날판이다. 최근 들어 촛불시위에 ‘사드반대’,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극단 세력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많은 시민이 촛불 시위에 참여 한 건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 때문이지 야당을 지지하거나, 통진당 해산에 불만을 품어서가 아니다.
야당이 진정 정권교체를 희망한다면 촛불에 편승한 극단세력의 발호를 막아 시위의 순수성을 지켜야 할 것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집회 시위자들을 선동하는 발언은 분노와 대립을 부추길 뿐이다. 여야가 모두 헌재를 무력화 하려는 세력이다. 모든 정당, 태극기·촛불시위대, 탄핵 일정과 판결에 개입하려는 충동을 자제해야 한다.
민주주의 핵심은 승복이다. 따라서 기각이든 인용이든 최종 결정에 승복하는 자세가 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 탄핵의 마지막 결정은 정치권이나 시민집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 헌재가 하는 것이다.
지금은 재판관들이 한 치의 편견과 예단 없이 정교한 법리와 헌법적 가치에 의거해 가장 공정한 결론을 내릴 것을 믿고, 그 역사적 심판을 조용히 지켜봐야 한다. 우리 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달려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판사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잠시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 <잠언 12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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