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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진 기자(부동산 2팀)
“실은 모두 합의를 봤다. 막상 하려니 마음이 좀 그랬던 것일뿐”
성남시청 공무원 주장이 아니다. 개 도축장을 오랜 시간 운영해 온 상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달 27일 그는 성남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랜 기간 운영했던 자신의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개시장 자진철거는 지난해 12월 13일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이하 상인회)가 맺은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다. 협약 조건으로 판매목적의 개 보관·전시·도살을 중단하고 관련 시설들을 모두 자진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성남시는 개시장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반려동물 1000만 가구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에 발맞추기 위해 모란시장 내 개시장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후 김진흥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TF팀을 신설했다.
성남시의 전략은 ‘설득과 대화’였다. TF팀에는 공무원들뿐 아니라 평생 개를 도축하고 판매해 온 상인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매주 1회 이상 머리를 맞대고 가장 이상적인 접점을 찾기 위해 장시간 대화했다. 그리고 그 결실이 자진 폐쇄 약속이었다.
성남시는 상인들의 영업손실 보전에 초점을 맞췄다. 영업손실 보전을 위해 건물주 등과 협의해 임대료 인하를 유도했다. 또, 종사자 맞춤형 취업알선, 시 소유 공실점포 입주권 부여, 비가림막·간판·보행로 등 환경정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자가 찾아간 모란 개시장 풍경이 협약의 완성도를 증명했다. 물론 반대자가 있었고 동의할 수 없다는 고성이 오고갔지만 이웃들 대부분은 이미 협약을 한 상태에서 겪어야할 통과의례라는 분위기였다.
사실 잡음이 없는 나랏일은 없다. 어찌 보면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토론은 그래서 필요하다. 모든 사안에 잡음을 최소화하는데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해하며 내 입장을 설득하는데 대화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쌍방소통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개시장 22곳 중 15곳이 완전히 폐쇄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성남시는 여전히 반대하는 상인들에 자진철거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재촉 등을 자제하는 것이다. 오는 5월까지 동물보호단체 등과 함께 논의하며 설득의 과정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해결될 수 없었을 것 같던 문제가 실마리를 찾고 끝날 기미가 보일 수 있었던 배경 역시 대화였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 전반에는 대화보단 지시가 즐비해 보여 안타깝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사드배치논란도 마찬가지였다. 논란이 분분했던 배치필요성 여부와 별개로 정부는 필요성을 인정했고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전자파 유해논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들에 충분한 설득과 대화를 시도했는지 의문이다.
대다수 논란의 사안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 ‘중대 사안이라 어쩔 수 없었다’ 식의 래퍼토리가 지겹게 느껴지는 까닭도 어쩌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을 바에 내 맘대로 하겠다는 식의 인식이 저변에 자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국민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를 전제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설득과 대화, 국정을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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