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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우 칼럼니스트
기업들이 성숙기를 지나게 되면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필자가 기업순환론에서 설명했던 성숙기를 지나 ‘나는 누구인가’ ‘시련을 극복하자’ ‘재도약을 위한 움츠림’ 단계로 이어지는 쇠락기에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필자는 이 단계를 쇠퇴기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기로 표현하고자 한다. 파산(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속성장을 위한 준비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과정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화려한 성숙기를 지나온 기업들에게 이러한 준비과정은 마치 급속한 경제성장 뒤에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를 고민하는 것과 유사하다. ‘달도 차면 기운다’에서 보여주듯이 끝이 없을 것 같던 성장도, 수익성도 어느덧 주춤거리기 시작한다.
탁월한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유비무환의 정신이 있는 경영자라면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인지하는 순간 곧 다가올 쇠퇴기를 인지할 수 있다. 제품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어떤 히트 제품들도 성숙기를 지나면 범용화(Commodity)화 된다. 제품의 수익성은 매우 낮아지고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거치게 된다.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질 날이 멀지 않다는 것이다.
불안한 미래가 다가올 것을 훤히 내다보면서도 막연하게 ‘좀 더 늦게 오겠지’ ‘끝까지 버티면 되겠지’ 같은 안일한 사고방식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몰락을 가져온다. 이는 역사가 보여 주고 있다. 불행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먹거리를 최소한 성숙기 때부터 찾아나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인 수종사업(핵심 줄기사업)이 어느 날 갑자기 한 두 사람의 천재에 의해 발굴되고 사업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하며 부단한 연구개발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 시켜가는, 인고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고난의 과정이다.
이 과정들은 기업의 역사가 60년이 채 안 되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는 해 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므로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실제로 서구의 오래된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내는데 10년이 평균적으로 소요된다.
일례로 OLED디스플레이의 경우 기판으로 사용되는 유리를 대체해 플라스틱이 일부 적용되면서 구부러진 화면을 제공하는 시제품들이 소개됐지만 두루마리식의 자유자재 구부러짐을 구현하는 것에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플라스틱을 필름수준으로 얇게해 자유로운 구부러짐을 구현했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업 역시 10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며 달성한 결과다.
삼성SDI는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칼라필터, LCD TV, PDP TV, 2차 전지 등 다양한 신제품들을 출시해 성공했다. 이들 역시 10여년의 준비 및 시행착오 기간을 통과하며 이룩한 업적들이다.
인텔은 30년 전 메모리 반도체는 포기하고 시스템 반도체로 선택과 집중을 해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10년여에 걸쳐 개발한 ‘P 메모리’ 새로운 기술로 메모리 반도체 복귀를 선언하고 나섰다. 오랜 준비에 따른 야심찬 도전이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사람도 한 분야에서 성공을 하려면 10년은 그 분야에 종사해야 나름 이름도 알릴 수 있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크게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과거의 성공이 미래 도약의 걸림돌이 된다”는 말과 같이 우수한 제품과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준비에 느리게 대응하기 마련이다. 결국 시기를 놓치고 휘청거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은 누구도 알지 못하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기존 사업의 사업성과 자주 비교하다보면 예상되는 시장 규모나 이익규모만을 보고 자주 포기하게 된다. 미래가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자금이 넉넉한 기업들일수록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기다릴 만큼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들이 강해진다. 다시 말해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기업들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는 선진기업들을 따라 잡기 바빴다.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합작을 통해 기반을 구축했고 남다른 성실함과 분주함으로 선진기업들을 따라잡았다.
이후 막상 1등을 하고나니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들린다. 처음부터 기술을 개발하고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부족하니 당연한 것이다.
선진기업들도 어느날 갑자기 신제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들도 오랜 세월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고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히트 상품들을 개발한 것이다.
결국 핵심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M&A를 통한 성장은 신시장 개척을 안 해본 우리기업들에게 리스크가 높은 모험일 수 있다.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앞서가기 위해서는 기업문화도 종전과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문화, 위계질서 보다는 수평적인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문화 등과 같은 기업변신이 수반돼야 한다. 생각은 그대로인데 성형수술로 얼굴만 달라졌을 경우 외모는 멋있을지 몰라도 본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과 같다.
외형성장은 이뤘지만 막상 의사결정시에는 과거의 본래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쉬워 진다. 신 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나 자신도 변화를 수반해야 하는 것이므로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10여 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수종 사업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을 통해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살펴보자. 순환 개념을 도입해 크게 4단계 그리고 각 단계별 세부 3단계로 구분해 12 단계로 정리해 봤다.
▲ 자료: 필자제공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첫번째 단계는 수종사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작이 어렵다고 한다. 만약 그동안 준비해오고 있던 수종사업 후보들이 많다면 고르면 되지만 없다면 발굴부터 고민을 해야 하니 갈 길은 멀고 마음만 급해지게 된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힘들다.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파악하며 미리 준비하는 단계다. 놓쳐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실상은 우리들의 일상생활과도 같이 별다른 고민과 준비 없이 지내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허겁지겁 서두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기업의 업의 개념이나 경영이념에 맞는 사업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들이 보유한 핵심 역량을 벗어나는 무모한 사업결정은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몇몇 사람들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과오를 저지르는 경우들이 다반사이고 그 결과는 회사의 존폐 위기를 가져오게 된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속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창업초기에는 창업자의 철학이 반영돼 회사를 발전시켜 나갔지만 족벌 경영의 경우 후세로 이어지면서 자신들의 사업수완 능력을 보여주려는 무모함이 발생하게 된다. 무리하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시도하다 좌절한다.
전문 경영자들의 경우 자신들의 실적을 주주에게 보여주기 위해 효율 중심으로 경영을 하다 보면 ‘왜’라는 의문이 사라지고 ‘어떻게’의 함정에 빠져들어 목적을 잃어버리고 수단에만 매달리게 된다. 때문에 지키는 것이 새로 세우는 것 보다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표현도 꽤나 설득력이 있는 표현이다.
이런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논의와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경영이념, 핵심역량에 맞는 수종사업을 선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선정된 수종사업을 론칭하기 위한 사업화 단계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맞게 수종사업의 전략과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수종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매출도 변변치 않고 효과가 가시적이지도 않다. 이를 기존 사업의 관점에서 자꾸 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제시를 요구하면 성장하기도 전에 질식해서 죽을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하듯이 새로운 사업을 기존의 시각과 업무처리 방식으로 조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업무프로세스도 시장과 고객에 맞게 새로 정의 해야 한다.
다음은 당연히 새로운 전략과 프로세스를 실행할 사람들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들을 통해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조직과 경영자들을 선정하는 ‘조직 정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이다. 신시장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차별화 전략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단순히 제압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판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인 공조도 필요하고 경쟁자들이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고유의 역량을 확보해야 수월하게 전개 할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이익을 창출해 사업의 성과를 가시화 하고 성공의 열매를 가질 수 있는지 확인 하는 과정이다. 세 번째 단계를 무사히 넘겼을 경우 큰 탈 없이 진행되지만 세 번째 단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채 계속 시간만 허비되고 가능성이 가시화 되지 않으면 네 번째 단계에서 우선 냉정히 Stop 또는 Go를 결정해야 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기존 사업마저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사례들이 있다. 경영자의 독선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고 밀어붙이다 망한 경우, 왜곡된 정보로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해 망한 경우 등 언론을 통해서 자주 접하게 된다. 만약 Go를 결정했다면 마지막 임전무퇴의 의지로 사업을 추진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아마도 모든 경영자들이 원하는 단계일 것이다.
결국 수종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이루는 과정도 단순히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 조직만을 갖추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략적으로 설명한 4단계를 다 차례로 밟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성공 경험이 누적될수록 해당 기업은 수명 연장의 지혜를 축적하면서 새로운 씨앗을 발굴하는 우수한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12단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함께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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