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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증권시장을 호령하던 현대증권이 상장폐지 됐다. 처음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을 공개한 지 41년여 만이다. 지난해 3월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 지분 29.62%를 1조2500억원에 사들이며 계열사로 편입한 지 약 8개월여 만이기도 하다. KB금융그룹(이하·KB그룹)의 지주사인 KB금융지주(이하·KB금융)는 최초 인수한 지분 외에 나머지 70.38%에 대해 자사주와 현대증권 주식을 교환하는(1대 0.19 비율) 형식으로 현대증권 주식 100%를 확보했다. 당시 이 거래를 두고 현대증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KB금융이 의도적으로 현대증권 주식을 저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상당한 잡음이 일었다. 그런데 최근 KB금융 내부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은 KB손해보험(구·LIG손해보험)이다. KB손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KB금융이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KB손보 주식을 헐값에 매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KB손보의 주식 헐값 매각 논란을 둘러싼 소액주주와 KB손보 갈등 상황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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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KB손해보험 소액주주들이 그동안 수차례 논란이 돼 온 주주가치 훼손 등을 문제 삼아 KB금융지주의 수장인 윤종규 회장의 행태를 규탄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KB손해보험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KB손해보험(이하·KB손보) 소액주주들이 KB금융지주(이하·KB금융)와 수장인 윤종규 회장의 행태를 규탄하는 집단행동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스카이데일리 단독 취재 결과, KB손보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수차례 문제로 지적돼 온 주주가치 훼손 등을 문제 삼아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KB손보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KB금융 측의 태도에 개선이 없어 지난 17일 열린 주총에 참여해 사외이사 재선임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뒤 시위에 나섰다.
특히 KB손보 소액주주들은 향후 KB금융과 수장인 윤 회장을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재억 KB손해보험 소액주주모임(이하·소액주주모임) 대표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단은 회사 측의 태도를 지켜보겠지만 기존대로 100% 자회사 전환을 강행한다면 소송을 제기해 제동을 걸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KB소액주주 “주식 헐값 각 후 모르쇠, 윤종규 거수기 사외이사 재추진 반대”
손보업계 및 KB손보 등에 따르면 앞서 KB금융은 KB손보의 지배력 강화 과정에서 KB손보 소액주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KB손보 상장폐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KB손보의 100% 자회사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이에 KB손보 소액주주들은 “KB금융이 언론플레이, 자사주 매집, 제3자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KB손보 주식 헐값 인수를 추진 중이다”며 “특히 KB금융은 앞으로도 추가 지분취득을 시사하고 있어 주주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근 KB금융의 행태를 보다 못한 KB손보 소액주주들은 급기야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17일 열린 ‘KB손보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 및 주가하락 방조의 책임을 지닌 사외이사들 재선임건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뒤 시위에 나섰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KB손해보험 이사회라면 당연히 KB손보 주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윤종규 회장 입맛에만 맞추고 있다”며 윤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KB손보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이번 주총 안건에는 신용인, 심재호, 박진현 등 3명의 사외이사 재선임건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가운데 신용인, 심재호 등은 지난 2015년 6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자사주 매각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던 인사들이다.
▲ 양종희(사진) KB손해보험 사장과 신용인, 심재호, 박진현 사외이사는 윤종규 회장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들이 KB금융의 KB손보에 대한 ‘주식 헐값 매각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KB손해보험]
지난해 3월 두 사람은 재선임됐고 동시에 박진현 사외이사도 추가 선임됐다. 지난해 이들 세 사람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 자사주 매각 및 3자배정 유상증자 등은 주식 헐값 매각 논란의 단초가 된 사안들이라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KB손보 소액주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주식 헐값 매입 논란의 단초가 된 사안들에 대한 회사 측의 해명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해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주주만이 아닌 모든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하고 실질적인 주식 가치에 걸맞은 결정으로 KB손보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와 함께 회사측의 향후 행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얘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심지어 주총 당시 회사측은 총회의 ‘효율성’을 주장하며 일반 소액 주주들의 발언을 저지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며 “결국 이날 주총에서는 KB금융의 KB손보 100% 자회사화와 관련된 향후 계획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표결에 참가한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은 약 5489만주였다. 이 중 17% 수준인 932~937만주 정도를 가진 주주들이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1대 주주 KB금융(39.81%), 2대 주주 국민연금(9.53%), KB금융 계열사 KB자산운용이(5.99%) 등 찬성표의 지분이 과반이 넘어 결국 사외이사 재선임건은 가결됐다.
이에 대해 유재억 KB손보 소액주주모임 대표는 “안건이 가결되긴 했지만 KB손보의 3대 주주이자 외국인 투자가 중 최대주주인 ‘JP모건’이 소액주주와 뜻을 같이해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의미 있는 결과다”며 “하지만 KB금융, 국민연금, KB계열사 등이 보유한 주식이 과반이 넘기 때문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KB손보 한 소액주주는 “KB금융과 KB손보, 이들의 수장 윤종규 회장은 주주가치 훼손은 물론 주주들의 권리를 묵살했다”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에 대한 재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그동안 ‘친박’으로 분류돼 온 윤 회장 역시 이번 기회에 스스로 퇴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KB손보 내에서 소액주주와 사측의 갈등 양상에 대해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지난해 5월 말 삼성물산 소액주주의 피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난 상황이기 때문에 KB손보의 행보 역시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액주주의 피해 방지를 위한 입법 발의 움직임이 한창인 상황에서 KB손보의 행보는 시류에 역행하는 행보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 KB손보 소액주주모임 측은 17일 열린 주주총회 전에 본사 앞에서 시위를 가졌다. 소액주주들은 “이날 주주총회에서도 회사 측으로부터 주식 헐값 매도 의혹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사진은 소액주주들의 시위 모습 ⓒ스카이데일리
유상증자 등을 통한 주식 헐값 매각 및 주주가치 훼손 논란, 이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단체행동 돌입 등에 대해 KB손보 관계자는 “3자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오는 2021년 도입되는 IFRS17에 대비해 RBC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처사였다”며 “우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 완전 자회사 작업과 관련해서는 KB금융 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할 말이 없다”며 “우리는 인수대상이 되기 때문에 인수하는 측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KB금융이 KB손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자사주 매각, 유상증자 통한 주식 헐값매각 논란…“지주사만 배만불렸다” 분분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KB금융의 KB손보 주식 헐값 매입 논란은 지난 2015년 11월 처음 불거져 나왔다. 당시 KB금융은 KB손보 자사주 829만주를 주당가 2만7850주(약 2309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거래로 KB금융 소유 KB손보 지분율은 기존 19.47%에서 33.29%로 껑충 뛰었다.
당시 KB손보 안팎에서는 KB금융이 매입한 가격이 ‘헐값’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2014년 KB금융이 KB손보의 전신인 LIG손보를 인수할 당시 주당 매입가는 5만5200원이었기 때문이다. KB금융에 인수된 후 KB손보의 실적이 기존에 비해 올랐다는 점은 논란을 더욱 부채질 했다.
KB금융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또 한 차례 KB손보에 대한 지배력을 끌어 올렸다. 이번에도 역시 주당 매입가는 바로 직전 자사주 매입 당시의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KB손보는 지난해 말 자본확충을 이유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올해 초 신주를 발행했다. 당시 KB손보의 신주는 KB금융이 전량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는 2만6250원으로 총 매입가는 1706억원 가량이었다. 이를 통해 KB금융의 KB손보 지분율은 39.81%까지 올랐다.
KB손보 소액주주들은 당시 KB손보의 유상증자를 두고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발행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최근 1개월간 최저 종가에 신주를 발행한 것은 사실상 KB금융 쪽에 특혜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대주주의 지분을 염가에 늘려주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KB손보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헐값 인수’로 헐값 증자의 차익은 결국 대주주만 독식하는 꼴이 됐다”며 “실제로 KB금융은 당시 거래로 약 75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산됐다”고 꼬집었다. ‘염가매수차익’은 매수회사가 피매수회사를 공정가격보다 싼 가격에 인수할 때 발생한 이익을 의미한다.
▲ 윤종규(사진) KB금융 회장은 KB금융지주를 통해 KB손보를 100% 완전 자회사화 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KB금융 및 KB손보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주가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KB손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공시를 낸 뒤 불과 하루 만에 대금을 납입하는 ‘도둑공시’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주식 매입 대급을 납입한 뒤 불과 사흘 만에 배당을 실시한 점에서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일련의 사안들에 대해 유재억 KB손보 소액주주모임 대표는 “지난 1월 유상증자에 찬성한 KB손해보험 이사회와 윤종규 KB금융 회장에 해명요구서를 보냈지만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직접 만나 설명을 듣고자 하는 요구에도 불응했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모임 대표 “언론플레이 통한 의도적 주가 하락 정황도 있다” 주장
KB손보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KB손보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주가하락을 유도한 정황도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해 8월 한 언론사는 KB손보가 수조원대 자본확충 부담을 안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기사 제목에는 그 대상을 ‘국내 손보사들’로 표현했지만 기사 본문의 내용은 대부분 KB손보에 국한된 이야기였다. 기사는 ‘IFRS17의 부채 공정가치 평가로 인해 KB손보에서 판매하고 있는 금리연동형(최저보증이율 적용) 상품 때문에 생보사뿐만 아니라 손보사도 자본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KB손보가 LIG손보 인수 후 최대 2조원대의 자본확충 부담을 안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기사 본문 말미에는 ‘이로 인해 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글귀도 적혀 있었다. 해당 기사는 지난해 8월 22일에 보도됐고 실제로 KB손보의 주가는 2.8% 하락했다.
기사가 보도된 후 바로 다음날 한승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사의 내용에 대해 ‘손보사, 부채공정가치 평가 관련 주가 하락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당시 사건에 대해 유재억 대표는 “해당 기사가 보도된 후 직접 KB손보 IR팀과 통화를 시도했고 ‘해당 기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회사측에서 봤을 때도 해당 기사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 측과 통화후 직접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통화를 시도했는데, 기자로부터 ‘기사의 상당 부분은 KB손보 IR팀과 상의한 뒤 작성한 것이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에 IR팀에 재차 사실관계를 묻자 그제야 ‘해당 기자가 기사를 작성한 뒤 검토해달라고 보냈길래 일정 부분 손을 봤을 뿐이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는 명백히 KB손보 측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시도한 정황이다”며 “상식적으로 회사가 자신들의 위기와 이로 인한 주가 하락 내용을 담은 기사를 사전에 상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것은 KB손보 측이 직접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증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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