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세무조사 꼬리내린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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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 세무조사 꼬리내린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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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3-17 14:39:59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치킨은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줏감이자 대표적인 간식거리다. 당초 본래의 뜻은 닭 혹은 닭고기를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치킨은 ‘튀긴 닭’을 의미한다.

본래의 뜻을 잃은 외래어로 국립국어원에서도 ‘닭고기튀김’으로 불러줄 것을 주문하지만 이름 자체만이 갖는 ‘맛’ 때문에 순화는 힘들 전망이다.

1970년 1.4kg에 불과했던 1인당 연간 닭 소비량은 13.4kg(2015년)로 급증했다. 주머니사정이 나아진 것도 원인이었겠지만 1980년대부터 급증한 프랜차이즈치킨집들이 소비를 견인했다. 대표간식으로 자리매김 한 지 벌써 30년을 넘겼다.

하지만 가격은 늘 부담스러운 편이다. 월급 받은 아버지가 양손가득 치킨을 사 오셨을 때도 배달 앱 등을 통해 가정에서 편안히 시켜먹는 오늘날에도 그래서 치킨은 늘 ‘작은 사치’였다. 그래서 치킨 값 인상은 늘 예민하게 작용한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세상에서 치킨 가격만큼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주된 이유는 납득할 수 없는 가격 인상이다. 오는 20일 업계 1위 BBQ가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제품 당 평균 2000원 안팎이다. 가격 인상이 마음에 안 들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라 생각될 수 있으나 업계 1위의 가격인상은 곧 업계 전반의 가격인상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불만이 지탄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 BBQ 측이 인상요인으로 지목한 점들을 두고 불만이 새 나왔다. BBQ는 제품 당 3000원의 가격인상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임차료·매장운영비·원부재료 등으로 2100원 그리고 배달앱수수료 900원을 이유로 들었다.

가장 잡음이 많은 부분이 바로 이 900원이다. 가맹점주 등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이 부분을 소비자들에 전가하는 모습을 취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가 별다른 이유 없이 AI를 이유로 치킨 값을 올릴 경우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자 BBQ가 꼬리를 내렸다.

물론 세무조사를 겁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치킨이 본래 단어의 뜻을 잃고 새로운 의미로 국내에 정착했던 것처럼 BBQ의 인상요인 역시 본래 취지와 달리 세무조사 이야기가 나오자 꼬리를 감췄다.

닭의 날개 짓은 오래가지 못한다. BBQ의 오랜 비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었다. 가격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이지 못한 인상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지름길이다. 적어도 이번 BBQ의 인상발표와 철회는 소비자들에 한 발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