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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
자녀를 키운다는 표현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표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대단한 행복이다.
살다 보면 여러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개 아들과 엄마 사이는 별 문제가 없다. 딸과 아빠 사이에도 큰 문제가 없다. 아들과 아빠, 딸과 엄마 사이가 문제가 된다. 동성 간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가정의 경우 부모는 자녀에게 있어 미래를 살아갈 일종의 모범이 된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에게 있어 일종의 경쟁상대가 되기도 하고, 엄마는 딸에게 있어 일종의 라이벌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 일컫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엘렉트라콤플렉스’다.
라이벌 간에는 일종의 경쟁의식과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아빠들은 아들이 자신을 라이벌로 여긴다는 사실을 모를 때가 많다. 엄마들 역시 딸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모르고 지낸다. 그저 내 자식이거니 여기는 까닭이다.
자녀가 어린 시절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아들이나 딸 모두 언젠가는 부모를 떠나 독립해서 살아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장차 살아갈 능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다. 얼마 전 아주머니가 딸과 함께 상담을 왔다. 딸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경우 함께 자리를 하면 제대로 상담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어머니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생년월일시를 통해 사주를 보니 어려운 시기에 있었고 한창 갈등을 겪는 중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니 엄마와의 원인 모를 갈등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좀 더 시간을 끌면서 학생이 좀 더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얼마 가지 않아 문득 “엄마가 너무 예뻐서 영”이라는 한마디 말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 순간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었다. 엄마가 너무 예쁜 나머지 열등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아주머니는 세련된 미모와 몸매를 가진 여인이었다.
반면 딸은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살도 좀 찐 편이었고 용모도 엄마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얘기해보라고 은근히 재촉하자 학생은 한마디 덧붙였다. 엄마가 아주 가식적으로 목소리를 꾸며서 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용모가 떨어지는 것은 아빠를 닮아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학생의 다음 말이 걸작이었다. 아빠는 사실 키도 작고 안 생겼지만 부잣집 아들이었고 이에 엄마는 미모를 이용해서 결혼하는 바람에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 생긴 이유에 대한 원천적인 분석이라 하겠는데 어린 학생의 말이라 단순하고 직설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면 아빠를 미워해야지 왜 엄마를 싫어하냐고 반문하니 아빠는 자기에게 무척이나 자상하다고 대답한다. 반면 엄마는 늘 옷이나 사 입고 일주일에 여러 번 피트니스와 요가를 하면서 잔뜩 멋만 부린다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공부도 외모도 모두 별로라서 기분이 늘 언짢다고 털어놨다.
환하게 웃으면서 학생을 다독거렸더니 학생 또한 자신도 좀 머쓱했는지 미소를 지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그래서 너는 지금 미운 오리새끼이지만 나중에는 엄마보다 더 우아한 백조가 될 거라고 얘기해줬다.
그리고 학생도 나중에 예뻐지고 우아해지면 당연히 그에 걸맞게 가식과 위선도 필요하게 된다는 말해줬다. 가식과 위선이 사실 나쁜 것이 아니라 다 필요한 것이라도 덧붙여줬다.
운세가 지금 그래서 그렇지 분명히 나중에 좋은 운이 오면 환하게 피어날 것이 분명했기에 그런 말을 해준 것이다. 운이 좋아지면 사람마다 지닌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기에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었다.
이런 문제는 어린 학생의 유치한 고민이고 갈등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향후의 삶에 대한 진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학생이 훗날 한 여성으로서 잘 살아가려면 당연히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마음에 드는 남성을 유혹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할 것이고, 갖은 전략과 전술을 익히고 동원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여성의 한 사람인 엄마만 봐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싶으니 이게 장차 될 일인가 싶은 학생의 걱정인 것이다. 그러니 자신보다 우월한 엄마가 미울 수밖에 없다.
잘난 부모 밑에선 그 자식이 치일 수도 있다. 능력이 있는 아빠를 둔 아들은 대체로 고민이 많다. 게다가 그 아빠가 다소 권위적인 경우라면 부자간의 갈등은 거의 필연이다. 그처럼 미모와 능력이 있는 엄마를 둔 딸은 힘들기 마련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이 세상이 얼마나 치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다. 그 바람에 아직 세상 험한 것을 모르는 아들에 대해 냉정한 훈계 혹은 충고를 한다. 엄마들 역시 딸에겐 유난히 냉정하다. 딸이 살아갈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냉정한 충고나 가르침이 필요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녀의 기를 꺾어놓고 나면 될 일도 안 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의 벽, 요즘 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돼선 아니 된다는 말이다.
힘든 환경에서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사랑하는 자신의 동성 자녀에게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은 “내가 네 나이 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곤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호호당은 웃게 된다. 이어 그건 당신의 운이 그래서 그랬던 것이지 뭐 특별히 당신이 잘 나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준다.
사람의 환경의 산물이다. 힘들면 긴장하는 법이고 편안해지면 풀어지는 것은 만고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모습과 방식이 다르다. 강한 아빠가 아들을 자신처럼 만들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미모의 엄마가 딸에게 자신의 미모를 은연중에 과시하게 되면 딸의 의욕만 죽여 놓을 뿐이다.
지난 1900년대 초 미국을 강국으로 만들어 놓는데 크게 기여를 한 대통령으로서 시어도어 루스벨트란 인물이 있었다.
공부도 엄청 잘 했고 전쟁영웅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 잘 난 아빠를 둔 덕분에 대통령의 아들 셋 중에 한 명은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아버지에 못하지 않은 훌륭한 아들이고자 했지만 그게 너무 부담이 돼 인생을 실패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잘 난 아빠를 둔 아들들은 비록 물질적인 환경이 좋을지라도 실은 성장환경이 나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한다. 또 힘들게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아버지가 무능한 바람에 그렇다는 말도 한다.
라이벌이란 존재는 그로부터 배울 것도 많지만 결국엔 이겨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니 아들은 아빠를 이겨야 하는 법이고, 딸은 엄마를 극복해야만 세상에 나가서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다.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자신의 주관을 내세우기 시작할 때면 가끔 말다툼처럼 되기도 하고 또 갈등처럼 될 때도 있다. 그럴 때 그걸 두고 자녀가 반항한다고 여길 일만은 아니다.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아직 그것이 미흡하고 성숙한 상태는 아닐지라도 부모로선 더러 경청하고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일부러라도 말이다. 일부러 져주는 척이라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http://www.hoho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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