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파시 테크놀로지…언어의 종말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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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만으로 뉴런 자극…저커버그 “생각을 접하는 것, 궁극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3-25 16:08:47

▲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벌써 30년쯤 된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원숭이의 뇌를 실험하다 깜짝 놀랄만한 발견을 하게 됐다. 당시 연구자들은 원숭이의 행동에 따라 뇌세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목격 중이었다. 뉴런에 대한 연구였다.

흥미로운 점은 원숭이가 행동을 하지 않고, 다른 원숭이의 행동을 단지 관찰하기만 할 때도 뉴런에 반응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뉴런을 ‘거울 뉴런’이라고 한다. 여기서 핵심은 거울 뉴런의 반응이 마치 해당 원숭이 자신이 직접 그 행동을 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비슷한 현상은 인간에게도 일어난다. 보통 실체도 불분명하다고 여겨지고, 막연하게 ‘공감’이라 부르는 인간의 정신상태가 사실 과학적으로 관찰 가능한 실체를 갖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 과학적 발견은 이후 인류의 뇌과학에 엄청난 진전을 가져온다.

단지 보기만 해도 뉴런이 반응한다는 것, 타인의 행동에 공감하는 능력이 뉴런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은, 역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미세한 감각적 메시지가 인식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언어의 종언을 말하다

2년 전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고객들과 흥미로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제는 페이스북의 미래와 텔레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이었다. 페이스북의 미래에 대한 한 유저의 질문에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충분한 생각을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막 무언가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여러분의 친구들은 여러분이 원한다면 바로 그 생각을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궁극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입니다”

내가 머릿속에 무언가를 떠올릴 때 바로 내 친구가 그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 이것에 저커버그는 ‘궁극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을 활용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세계를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세계로 끌여 들이고자 한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감정과 공감 능력 자체가 과학적으로 관찰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이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혁명과 같은 신호였다.

뉴런 마케팅에서 공감 미디어까지, 뇌과학의 가능성과 혼란

인간의 행동과 감정이 과학적 연구의 영역으로 가시화되면서 뇌 과학 연구는 심리학 연구뿐 아니라 마케팅 기술에 도입된다. 인간이 가장 매혹적으로 느끼는 색상은 무엇인가.

이것이 뇌 과학 연구 속에서 밝혀지는 순간, 광고회사들은 해당 색상을 각 상품들에 어떻게 조합시킬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심리치료사들은 상담자의 마음을 즉각적으로 읽어낼 것이고, 연인은 상대의 모호한 말에 혼란을 느낄 필요가 없어진다.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언어가 갖는 모호성 혹은 애매성을 극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함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계에 시(時)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듯하다. 우리는 더 이상 김소월의 반어법을 해석할 필요가 없는 세계를 살게 될지 모른다.

적어도 모든 것이 브레인-투-브레인(brain-to-brain)으로 연결돼 인간의 문명을 완전히 다른 발전단계로 인도할 세계에서라면 말이다. 그러나 같은 결과를 그 반대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책의 필자 중 한 명인 장대익이 말하는 바처럼, 거울 뉴런은 인간의 행동뿐 아니라 타인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응한다. 비극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독자처럼 거울 뉴런은 인간의 도덕 감정이 전개되는 매트릭스의 기능을 한다.

인간의 공감능력과 도덕 감정이 문명과 문화를 지탱하는 동인이라 할 때, 뇌 과학은 진정으로 인간의 사회성과 진화의 열쇠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요컨대, 뇌 과학의 진전은 극단적인 두 갈래의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과거와의 극단적인 단절이 있다. 물리적 한계와 모든 불투명성과 애매성들을 제거한 채 완전히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의 테크놀로지 세상이 우리 앞을 기다리는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뇌과학의 발전은 파괴돼 가는 인간의 사회성과 도덕감정의 이해를 심화해 줄 여지를 갖는다.

적어도 인류의 삶에서 그간 설명되지 않았던 많은 단초들이 이를 통해 해명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이 공상과학 소설처럼 너무 부풀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태경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