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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코드=1인칭 기자가 뛴다]-<13>혼클(나 홀로 클럽)

여자혼자 클럽에 가보니 본능의 남자들 무섭게 대시

강남에선 반강제 관계요구에 줄행랑…이태원에선 혼자 놀기엔 어색한 시선들

이지현기자(bliy2@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3-29 12: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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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의 클럽에서는 여성에게 노골적인 구애의 눈길을 보내는 남성들이 많았다. 많은 남녀들이 몸을 밀착한 채 함께 춤을 추기도 했고 몇몇은 짝을 지어 클럽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클럽 출입문에는 만취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갔다. ⓒ스카이데일리
 
혼자 놀기가 대세다.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는 ‘혼밥’과 ‘혼술’부터 홀로 떠나는 ‘혼행’(여행) 등이 점차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자는 ‘혼클’에 도전했다. 나 홀로 클럽 행을 택한 것이다.
 
일을 마치고 강남역 지하상가를 찾았다. 밝은 색의 옷을 사고 평소보다 조금 더 진하게 화장을 했다. 보다 빨갛게 입술을 덧칠하면서 어딘지 모를 설렘을 느꼈다. 마치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클럽으로 향했던 그 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단 오늘을 즐기자” 평일 밤에도 인산인해…혼자 온 여자 쉽게 본 건가
 
강남역 10번 출구를 통해 빠져나왔다. 계단을 오르며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평일 저녁인데 클럽이 텅 비어있음을 먼저 걱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이곳에 나붙었던 수많은 포스트잇이 떠올랐다.
 
“위험하진 않겠지”
 
클럽에 다가설수록 쿵쾅거리는 음악이 가까워짐을 느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클럽 안에서 춤을 추거나 서성이는 모습이었다. 주말만큼은 아니었지만 발 디딜 틈을 찾기 또한 어려웠다.
 
가깝게만 느껴졌던 음악소리가 온 몸에서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떠드는 소리조차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온 몸을 감싸는 스피커 출력에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가볍게 맥주 한 모금 넘긴 채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 때였다. 누군가 기자의 팔목을 낚아챘다. 처음 보는 남성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우연치 않게 지인을 만나지 않는 이상 혼자 온 만큼 클럽 안은 온통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 옆 사람의 대화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곳에서 낯선 남자의 손을 뿌리치기에 그 사람의 악력은 거셌고 이 모습을 그 누구도 관여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이상하게 조차 생각 안했다.
 
 ▲ 이태원 클럽에서는 강남보다는 건전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춤과 눈빛으로 서로 인사를 나눴고 친구가 됐다. 외국인들과 어울려 춤을 추다 보면 자칫 해외에 나와있는듯 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 놀기에는 어색한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다. ⓒ스카이데일리

“같이 가자. 저 건너편이야”
 
다짜고짜 집에 가자고 했다. 그가 가리킨 방향에 집이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스물을 갓 넘겼을 법한 외모였다. 취기는 상당히 오른 듯했다. 군대도 안다녀왔을 법한 그 친구의 목적은 육체적 관계가 전부였다. 대화는 없었다. 아니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난생 처음 겪는 일에 취재는 뒷전이었다. 도망쳐야 했다. 덕분에 취재를 하다말고 추격전을 연출했다. 손을 뿌리치고 냅다 줄행랑을 쳤고, 그는 살짝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열심히 쫓아왔다.
 
겨우 그를 따돌렸다. 취재가 생각났다. 다시 그 클럽으로 돌아가기엔 겁이 났다. 마침 근처에는 옛 가요가 흘러나오는 클럽이 보였다. 아쉽지만 그곳에 들어섰다. 내부는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무심히 스테이지를 바라보다 홀로 서 있던 남자가 보였다. 용기를 내봤다.
 
“혼자 오셨어요?”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회초년생 서른이었다. 친구와 함께 왔으며 그 친구 생일이었다. 홀로 온 기자를 신기하게 여겼다. 가능하냐는 듯 표정을 지으며 혼자 박장대소했다. 기자는 오히려 그런 그가 내일 출근하는지가 궁금했다.
 
“왜요 출근하지. 걱정은 되는데. 일단 노는 거죠. 맥주 한잔 하실래요?”
 
못 이기는 척 마른 목을 적셨다. 한참 뛰었더니 갈증이 나던 참이었다. 순간 악몽 같았던 뜀박질이 생각났다. 다음을 기약하자는 공수표를 던진 후 자리를 떴다. 순간의 예상치 못한 불상사로 젊음의 밤을 함께 즐길 수 없다는 일이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흥겨움이 목적이라면 혼클은 가능…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마음만
 
이튿날 눈을 뜰 때부터 온종일 홀로 클럽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게만 다가왔다. 손꼽아 퇴근만을 기다렸다. 강남은 아니었다. 이태원을 가보기로 했다. 클러버들의 성지라고 하는 곳이라면 혼클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법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이태원은 평일임을 실감하게 했다. 강남보다 훨씬 한적한 분위기였다. 적막한 골목 사이에서 쿵쿵대는 음악에 이끌려 한 곳에 들어가 봤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간단한 술과 춤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들 사이로 지루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혼자 서 있던 금발의 여대생이 눈에 띄었다. 후드티에 레깅스차림.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클럽 패션이었다. 마리아. 그녀의 이름이었다.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기자와 같이 혼자 온 고객은 아니었다.
 
“저기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이 내 친구야. 즐거워보이지. 근데 난 이태원은 좀 지루해. 홍대클럽이 내 취향이야. 난 많은 친구를 사귀려고 해. 그게 자산이거든. 우리 친구할래?”
 
 ▲ 취재 막바지에 극적으로 혼클러를 만났다. 그녀도 혼자 오는 클럽은 처음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클럽은 혼자 즐기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문화가 더 우세했다. 사진은 이태원의 한 클럽 ⓒ스카이데일리

그녀의 말 한 마디에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됐다. 지난 밤 강남에선 느끼지 못한 새로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홀로 클럽을 찾았다는 기자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입장료 때문이었을까. 이태원의 모든 젊은이들이 이곳에 모여 있는 듯 바글바글했다. 취재를 이유로 술 한 잔 마시지 않은 기자도 춤에 심취해 음악에 몸을 맡긴 청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씩 어깨가 들썩거렸다.
 
이렇게 홀로 클럽을 즐길 수 있겠구나 싶던 그 순간,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대뜸 어디냐고 물어봤다.
 
“클럽. 누구랑 왔냐고 묻지 마. 혼자 있으니까”
 
그는 말 한마디에 이태원으로 달려와 줬다. 왜 왔느냐 툴툴댔지만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마리아의 말이 떠올랐다. 여기선 친구가 전부였다. 맥주 한 병을 비우고 스테이지에 올랐다. 어제의 기억도 취재의 스트레스도 잠시 내려놓았다.
 
바로 옆에서 춤을 추는 여자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왔느냐는 질문에 빨간 볼의 그녀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놀라웠다. 홀로 왔다는 나를 바라봤던 사람들의 표정이 내 얼굴에 투영됐을지 궁금해졌다.
 
“저도 처음이에요. 혼자 온 것은. 사실 처음부터 혼자 오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친구가 파투를 냈죠.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긴 싫고 이왕 온 것 춤이나 추다 가자고 생각해 용기를 한 번 내봤어요”
 
긴 생머리에 테크남방, 검정색 스키니진. 수수했던 그녀의 옷차림과 대조적으로 클러버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내 그녀는 음악에 몰두했다. 그 때 한 남자가 기자 앞으로 다가왔다. 말은 없었다. 춤과 눈빛만을 보냈다. 이정도론 놀라지 않기로 했다. 경계를 풀었고 하찮은 춤으로 화답했다.
 
이태원 클럽을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술도, 화려한 춤 솜씨도 필요하지 않았다. 어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 뜨거운 청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SNS에 ‘혼술’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해봤다. 30만개가 넘는 다양한 술 사진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함께 검색됐다. 반면 ‘혼클’ ‘혼자클럽’은 채 200개가 넘지 않았다.
 
클럽이라는 곳이 혼자보다는 친구끼리 술 마시며 춤을 즐기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아직까지는 흔치 않아 보였다. 클럽이라는 제목의 사진들에는 친구와 그들의 젊음을 간직한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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