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보다 나쁜 권오준 자리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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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보다 나쁜 권오준 자리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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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4-03 00:01:08

▲ 김신 편집이사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장시간에 걸친 조사, 피의자 결론에 따른 구속영장 청구, 그리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등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파면·구속으로 이어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이슈들로 떠들썩하다.

비운의 대통령을 둘러싼 이슈와 더불어 4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대한민국 사회를 또 다시 들뜨게 만들고 있다.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과 경선 과정, 정치 거물들의 거취 문제 등이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실 대부분 이슈의 시발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이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재계는 물론 대한민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고, 결국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몇몇 기업인들은 자신의 이권을 위해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에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 KT 황창규 회장 등이 대표적 인사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부역자’라는 오명에 휩싸였던 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분위기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 차기 대통령 선거 등에 대중적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의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냈다. 오히려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

국내 굴지의 철강그룹 포스코의 수장 권오준 회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권 회장은 지난 1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앞서 권 회장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여론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도 권 회장이 지난 1월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돼 사실상 연임이 기정사실화 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난 여론은 포스코 전체를 향했다. 당시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국민기업이나 다름없는 포스코가 주인인 국민을 배신했다”며 날 선 비판을 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권 회장은 연임 확정 후 자신의 입지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다 소명했고, 최순실 관련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원인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여러모로 관여한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외부입김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권 회장의 발언은 몰락한 정권과의 ‘선긋기’로 평가됐지만 여전히 권 회장의 연임에 대한 불만 여론은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권 회장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 아니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는 태도를 문제 삼는 여론이 많다. 바로 자신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이다. 권 회장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현재 구속수감 중인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의 지시로 회장직을 꿰찼다는 진술이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일을 추진할 때는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사람이 ‘과거의 적폐’와 가까운 인물이라면 이 말은 더욱 무게감이 부여된다.

앞으로 40여일 후면 정권이 교체된다. 대한민국은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대거 바뀔 가능성이 크다.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인물이 사회 곳곳에 배치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포스코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생산하는 국간 기간산업 중 핵심기업이다. 이는 박근혜 정권 때 선임된 권오준 회장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물러나는 결단을 해야 하는 배경이다.

누군가의 손에서가 아닌 스스로 깨끗하게 물러날 기회를 찾는다면 지금이 적기다. 권오준 회장은 자신의 자리만 보전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권 회장이 받는 이 같은 국민적 지탄은 최순실보다 더한 오명이라는 것을 새김질 해야 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