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가스관 사업 위협적 안보위험 도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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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한반도 영향력 분쟁 불씨, 북한 군부-미·중·일 다자보증 난망

김종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1-09-10 01:12:33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급진전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경제적 논리로는 남·북한과 러시아3국 모두 경제적 이득을 보는 일이지만 안보문제를 감안하면 매우 위험한 줄타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추석맞이 특별기획-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생가보다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언급이 보도되자 러시아산 양질의 가스를 저렴하게 공급받아 경제적 실리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이른바 ‘가스관 테마주’들이 9일 무더기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가스관 관련 종목인 미주제강, 하이스틸, 동양철관, 금강공업 등을 비롯해 가스밸브 제조업체인 화성 등이 모두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식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도 가스관이 개통되면 시베리아산 양질의 가스를 무한정 확보하고, 배로 운반하는데 따른 비용절감 효과 등에 설왕설래하면서 대통령의 언급처럼 사업추진이 속도를 내주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은 경제적인 효과만 보기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안보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대응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국운을 좌우할 메가톤급 시한폭탄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부각되고 있다.

가스관이 연결될 경우 러시시아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막강해지는데서 나아가 북한이 이를 지렛대 삼아 남·북 외교전에 사용할 경우 남한은 전적으로 러시아와 북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한발 더 나아가 이미 핵보유를 잠정 인정하고 있는 상황을 확고부동하게 가져가고자 할 경우 가스관은 그 어떤 군사적 위협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없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6자회담 좌장을 자처하는 중국이 견제 시위를 당길 경우 가스관 경제 시너지는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모르는 외교적 대립각의 폭발물로 변질될 우려가 적지 않다는 여론이 많다.

또한 러시아의 대한반도 영향력 강화에 미국과 일본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감안하면 가스관 경제논리는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켜 힘의 균형을 깨지게 하는 돌발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나라당의 한 중진 최고위원(3선 국회의원)은 기자와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가스관 연결 사업은 설비 작업으로 끝나지 않고 인접 도로망 및 철도 건설, 가스관 경비 및 숙소, 설비 A/S 및 통신지원, 전기(송전선) 시설, 가압설비 등의 총체적 지원 사업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 같은 일련의 부대사업들에 대해 북한을 장악한 군부 실세와 협의나 세부적인 약속 없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대단히 위험한 변수가 되어 언제 어느 때 무슨 문제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더구나 러시아의 영향력이 북한은 물론 한국에까지 미치는 것을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모두 가만 놔둘 리 없다”며 “사전에 이들 주변국가 및 우호 국가들과 충분한 협의나 양해 없이 진행될 경우 외교적 마찰로 인한 잠재적 안보위협이나 경제 외교적 직접손실 등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내심 동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쉬쉬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평화재단 산한 평화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새로운 북방외교가 필요하다’는 현안진단 자료를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분석하고 있다.

평화연구원은 진단자료에서 “러시아는 가스관 관통과 철도 연결을 통해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러시아는 북한을 설득해 남북한을 지나는 가스관 연결을 어떻게든 관철시키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가스관 및 송전선 연결 사업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크게 뒤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업이다”며 “총 길이 1000km중 700km가 북한지역을 통과하는 가스관 사업은 북·러 양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연구원은 “미국도 남·북·러의 가스관 및 송전선 연결 사업은 북한의 핵문제, 전략 방위적 판단, 미국 석유가스 업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민감하게 생각해야 할 사업이다”고 전제, “일본도 러시아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그냥 눈뜨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스관 사업은 남·북합의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테이블에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결국 이 사업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야 및 학계 등이 모두 가스관 사업에 대해 북한 핵심군부의 확고부동한 약속과 그 약속의 증표가 전제돼야 하고, 이에 대한 주변강국들의 신용보증 및 안보보증 등이 거미줄처럼 엮여져야 함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임기 전 성과내기에만 급급해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큰 위험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 이번 이 대통령의 사업진전 언급과 관련해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스프롬 사이의 실무 협의가 조만간 이뤄진 이후 오는 10~11월로 예정된 다자 정상회의에서의 한-러 양자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종우 기자 jw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