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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지금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LA 주재했을 당시 몇몇 한국의 지방정부와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 유치를 위해 발품을 팔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레고랜드, 씨월드 등 남부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테마파크를 이 잡듯이 헤집고 다녔다. 엄밀하게 투자유치는 아니지만 이들의 허가를 받아야만 투자를 일으킬 수 있고, 사업의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업자에게 브랜드·지적재산권 사용 권한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정부에서도 테마파크를 유치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어떻게 하면 지방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궁여지책으로 생각된다.
유명 테마파크들은 연중 누적 입장객 1000만명이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인구 5000만이 조금 넘는 인구 규모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이익을 창출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적 벽이다.
또 씨월드와 같은 파크는 기후적인 환경으로 인해 제주도 정도를 제외하고는 연중으로 운영하기가 힘든 것이 태생적 난관이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온갖 잡음과 지자체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우리는 부족한 내수를 충족하기 위해 관광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나름대로의 매력적인 요소와 콘텐츠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주변국과 비교해서 그리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는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에서도 이웃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일본 도쿄의 디즈니랜드는 1983년에 개장됐으며 규모로 보면 미국의 오리지널 파크보다 더 크다. 지난해에 개장된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의 2배나 넓으며, 홍콩 디즈니랜드의 3배 정도에 달한다. 일본 2대 도시 오사카에는 지난 2001년 개장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있으며, 3대 도시 나고야에는 축구장 17배 규모의 ‘레고랜드’가 이달 1일 오픈했다.
중국 베이징은 2020년 유니버설 스튜디오 개장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2년 상하이에는 레고랜드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테마파크 유치측면에서도 경쟁국에 비해 훨씬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관광객의 유치를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더 많은 국내 관광객이 밖으로 나가야 할 판이다.
테마파크 유치를 보면 우리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선 관광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이웃 국가들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개발에 대한 거부감과 님비 현상까지 겹친다. 한편으로는 불합리한 제도, 각종 규제, 부정과 비리, 이에 더해 주가(株價) 튀기기 등 각종 조작 등이 난무하기까지 한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같은 현상이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일본이나 중국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국보다 여건이 낫고, 상대적으로 사업이 빠르게 진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마파크 유치가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중국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우리 한류와 글로벌 테마파크의 결합이 안성맞춤이고, 볼거리 혹은 놀거리를 풍부하게 하는 중요한 관광 자원임에 틀림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글로벌 테마파크의 동북아 포지셔닝(위치 선정)은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다. 더 이상 한국에 그 기회가 올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테마파크 유치 과정을 보면 우리의 현주소 적나라하게 드러나
그나마 천신만고 끝에 확정된 것이 춘천에 들어서는 레고랜드다. 당초 이뤄진 협상에서 강원도는 다른 경쟁 지방정부에 비해 불리했다. 다행스럽게도 부지가 쉽게 마련되고 때마침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전철이 생기면서 사업성이 확보돼 가까스로 성사됐다.
일본의 나고야보다 빠른 7년 전에 사업을 개시했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시공사 선정 잡음으로 삽도 못 뜨고 있는 형편이다.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강원도는 빚더미에 앉게 됐다고 울상을 하고 있다.
화성 송산그린시티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천 서구의 한국판 디즈니랜드 등도 소문만 무성하지 비슷한 이유로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초기 단계에는 단체장들이 움직여 그럴 듯하게 추진하다가 얼마 가지 않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또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교한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지 않고 민간 전문 영역이 참여할 틈이 좁은 것도 다른 큰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중간에 떡고물이라는 챙기려는 좀비들만 수두룩하니 일이 잘될 리 만무하다.
테마파크 유치 과정을 보면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 우리의 수준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중국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다.
최근 롯데월드 타워가 우여곡절 끝에 정식 개장을 했다. 지금 세계는 ‘스카이 타워’ 전쟁이라는 표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수입이 짭짤하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기 지난 5년간 매년 9조원 정도의 수입을 안겨줬다고 하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최근 관광객 유치의 유인책으로는 유서가 깊은 유적지뿐만 아니라 초고층 랜드마크형 건물, 도심 속의 휴양 리조트 등도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면 5성급 호텔, 쇼핑몰, 전시장, 갤러리, 미식(美食) 레스토랑 등으로 해외 관광객을 적극 유인한다.
중국의 상하이나 베이징을 가보면 아파트는 물론이고 같거나 유사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의 미관이나 경쟁력을 고려하는 이들의 식견이 돋보인다.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는 구호만 요란하고 총론만 있을 뿐 각론이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근시안적 사고로 우리식만 고집한다. 경쟁에서 뒤지는 이유가 매우 분명하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의 지방 도시들은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한강과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수려한 산들이 많다. 세계 어느 곳을 다녀 봐도 이만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는 도시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단추를 잘못 끼워 한강 주변에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어 밤에 유람선을 탄다 하더라도 크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주위에 산들이 많다고 하나 국내 등산객만 즐비하고 외국인은 거의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분별하게 개발하라는 주문은 결코 아니다.
선진 도시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국고를 낭비하면서까지 많은 이들이 해외에 나가 벤치마킹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그런데 무엇을 배워오는 지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 지를 전혀 알 길이 없다. 도시 백년대계라는 일관성까지 결여돼 있으니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진통을 겪고 나면 모두가 새로운 것에 기대하고 더 좋아질 것이라는 꿈을 꾼다. 그러나 막연히 남에게 기대기보다 우리 자신의 의식이나 문화, 사고와 이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나 비전 등이 바뀌어 질 때 더 나은 세상이 현실화된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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