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코드 엇박자 정용진 골목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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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코드 엇박자 정용진 골목야욕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05 00:01:39

▲ 김신 편집인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새정부의 정책코드는 3개 단어로 큰 줄기가 정해진다. 바로 소통, 통합, 상생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줄곧 강조해 온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공약들도 이들과 관련 깊은 편이다. 대통령에 당선 이후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소통, 통합, 상생은 빼먹지 않고 등장한다.

사회 전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 각개각층에서 소통, 통합, 상생 등을 앞세운 다양한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정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재계, 문화계 등도 분주한 기색이 역력하다. 재계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대통령의 핵심코드 3가지를 충실히 이행해 눈도장을 찍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바로 상생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감시와 규제가 예상되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유독 활발하다. 상생분야에 대한 ‘보수공사’를 실시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알아서 기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상생은 그동안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빅3 중 한 곳인 신세계그룹은 유독 분주한 행보를 보인다고 평가 받고 있다. 상생 관련, 분주한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계열사인 이마트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노브랜드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이마트는 협약을 통해 노브랜드 전체 생산 업체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튿날인 지난달 31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중소협력사와 함께하는 상생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참여했다. 정 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신세계그룹은 이미 대다수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했다”며 “앞으로도 매년 1만명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 부회장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취재진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상생 노력과 더불어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누구보다 잘 이행하겠다는 일종의 ‘눈도장 발언’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날 정 부회장이 내뱉은 또 다른 발언은 최근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바로 편의점 사업의 대대적인 개편이다. 당시 정 부회장은 “편의점 위드미에 대한 깜짝 놀랄 발표가 한 달 안에 있을 것이다”고 예고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 이후 유통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신세계의 편의점 영토 확장은 유통업계의 판도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정 부회장의 발언에 국민 여론마저 크게 술렁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고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로열티·위약금·24시간영업강제 등이 없는 이른바 ‘3무(無) 정책’까지 내세우며 상생노력을 기울인 끝에 간신히 반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편의점 사업 영토 확장 시사 발언에 잠잠했던 골목상권 침해 목소리가 재차 불거져 나오고 있다. 편의점의 성격상 골목상권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새롭게 바뀐 브랜드명에 24시간을 뜻하는 ‘24’라는 단어가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상생협력 처방전’으로 평가됐던 ‘3무 정책’ 또한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상생’에 공을 들이면서 동시에 골목상권 침해 주범으로 꼽히는 편의점에 열중하는 정용진 부회장의 태도가 ‘이율배반’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소상공인들 역시 상생협력을 위한 파격적인 방안이 나오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은 신세계 편의점만 살아남을 것이라 사실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각 지역 유세 현장을 돌아다니며 ‘상생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끊임없이 말했다. 이에 호응하듯 전국 소상공인 단체들은 앞다퉈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상생정책을 펴달라는 간절한 염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결국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입성했고 ‘상생’은 새정부의 주요 정책코드로 자리매김했다.

문 대통령이 든든한 지지자인 소상공인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용진 부회장을 어떻게 바라볼 지 새삼 궁금해진다. 특히 정책코드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정 부회장의 편의점 확장 행보와 이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어떤 해답을 내놓지도 관심이 간다.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은 이 점을 꼭 염두해야 한다. 바로 본인의 지지율이 8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새정부의 정책코드와 엇나간 행보는 결국 국민 여론과도 크게 빗나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한 정 부회장의 편의점 확장 계획이 대통령, 나아가 국민들에 반기를 든 행동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배경이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