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가계대출 부실 악화 초래…文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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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규제 완화 후 저신용·저소득층 대출 급증…文 규제 강화 여부 촉각

하보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09 14:46:04

▲ 문재인 대통령 ⓒ스카이데일리

박근혜정부가 LTV·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저신용·저소득자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재인정부가 규제 완화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지난 2014년 7월 부동산 경기 침체 문제를 진작하기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했다. LTV는 집값 대비 대출금의 비율이고 DTI는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전까지는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대출 만기나 주택 가격에 따라 LTV 50~60% 규제를 적용했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70%로 일괄 상향 조정했다. 또 수도권 지역 DTI 역시 기존 50% 규제에서 60%로 완화시켰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이 같은 규제완화 정책은 한계가구의 대출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신용정보회사 KCB에서 주택담보대출 자료 17만7244건(전체의 5%)을 제공받아 ‘기존 대출이 있는 사람이 추가로 대출을 받은 경우’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2014년 7월부터 2015년 말까지 기존 대출자들이 추가 대출을 7조810억원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샘플이 전체 대출자의 5%에 해당하므로 추가 대출 총액은 141조원 이상(7조810억원×20배)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단, 대출 상환은 고려하지 않았다.

▲ 강남구 도곡동 일대 ⓒ스카이데일리

또 추가 대출액 중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층이 받아간 대출은 전체의 34%인 2조2860억원에 달했다.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 가구가 약 48조원(2조2860×20배) 추가 대출을 받았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추가 대출액은 규제 완화 이전까지만 해도 감소세였다”며 “하지만 규제 완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아 규제 완화가 한계 대출자에게 추가 대출 여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대출이 늘면서 LTV 60%를 초과하는 대출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액이 집값의 60%를 넘는 경우다. 은행권 기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LTV 60% 초과 대출액은 60조9000억원(전체 대출의 19.3%)에서 3년 만인 지난해 말 144조원(35.8%)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말 144조원 가운데 LTV 70%가 넘는 위험 대출도 13조2000억원 포함돼 있다.

이에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LTV·DTI 규제 완화 과정이 적정했는지 여부와 그 효과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9일 “LTV·DTI 규제 완화가 어떤 근거와 수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는지, 실제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갔는지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LTV·DTI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데다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관련 규제 강화를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해 둔 상태다. 종합대책에는 LTV·DTI를 일괄 환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책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7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보면서 (LTV·DTI) 규제 환원 시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대해 관계기관과 함께 충분히 검토해볼 것이다”고 말했다.

하보연 기자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