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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양국 재계의 협력을 끌어낼 산업부의 수장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나 재계가 혼연일체가 돼 온 힘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사불란해 보이지 않는다. 기업은 오히려 시큰둥하기까지 하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가 크게 걸려 있는 일본, 중국, 독일(EU) 등을 상대로 각각 양자 협상을 일단락했으며, 멕시코와는 정상회담이 무산된 바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이 다음 상대가 됐으며, 한국으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얻어내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 판이다. 한국이 정권 교체 시기에 있었기 때문에 일정이 늦춰진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정권 교체 전이나 이후에 국제적인 상황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관건은 한국의 신정부와 미국의 입장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보다 앞서 미국과 양자 간 협상을 한 각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기피하면서 캐나다를 끌어들여 삼자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슈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을 비롯한 다국적기업들과 미국 소비자들을 등에 업고 미국의 강공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EU 회원국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트럼프의 일방적 공세에 거부 반응을 명확히 함으로써 양측의 갈등이 전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도 하다. 독일 혼자서는 대응이 어렵지만 EU 전체의 이익 방어를 위해서라도 초반부터 트럼프 행정부에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면으로 맞선 멕시코와 독일의 경우는 미국과의 협상이 2라운드로 넘어가거나 양측의 앙금이 더 커지고 있어 어떻게 봉합될지 주목된다.
한편 일본과 중국의 경우는 이와 다른 협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통상을 주고 안보를 얻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아베노믹스의 핵심 근간인 지속적인 엔저(円低) 기조 유지를 통한 일본 기업의 부활, 이를 통한 일본 경제의 재건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한 협상을 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평가이다.
최근 기지개를 펴고 있는 일본 경제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소나기를 피하는데 협상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향후 10년간 4500억 달러(약 515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주겠다는 당근을 던진 것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벌면서 당장의 위기를 모면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일본과 비슷한 수법을 구사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미국산 항공기 구매 등 선물 보따리를 풀고 북핵 문제에 대한 역할 분담을 약속하면서 미국의 예봉을 피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리고 ‘미·중 무역불균형 시장 100일 플랜’을 가동시키기로 합의함으로써 중국에게 그리 불리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100일이라는 시한을 정하긴 했지만 협상 진행 과정에서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본, 중국 공히 명분은 양보하면서 실리를 챙긴 셈이다.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시간 벌기’ 작전도 현명한 전술이다.
예상했던 대로 우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안보 이슈와 관련해서는 사드(Thaad) 배치를 두고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두고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확실히 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경제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압박 카드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
한국의 대미(對美)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전방위적인 통상 압력을 꺼내 들었다. 올 들어 연이어 한국산 철강, 태양광 등에 이어 심지어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반덤핑관세 예비 판정, 반덤핑 조사 착수, 세이프 가드 발동 검토 등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고 있다. 당연히 이는 정상회담 이전에 압력의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 한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셈법이다. 중국, 일본에 대해서도 이러한 전술이 충분히 통했다는 것이 미국 측의 자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부에서 전과를 올려 여론을 반등시키겠다는 속셈도 보인다.
이렇듯 트럼프식 양자 간 협상 전략이나, 우리와 비슷한 상대국들이 그를 상대로 어떤 협상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는 이미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은 것은 우리의 전략이 그리 명확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국익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와 이와 관련한 줄 것과 받을 것, 그리고 미국의 수위에 대응하는 단계적 협상 카드가 준비돼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든다.
최근 국가 간의 협상은 전통적 우방, 진정성, 요행성 등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기반을 하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식 협상 전술은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미국 이외에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4강 국가와 맞상대인 북한이 있다. 상대 국가에 따라 협상의 전략을 달라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의 실리와 명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분간할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준비 기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협상 결과에 대한 변명이나 양해가 결코 될 수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주변 상황이 너무 급박하고, 잘못된 협상이나 결정이 가져올 국가적 피해나 위기가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중국의 협상 결과는 우리에게 좋은 벤치마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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