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자 연체 여전” 文 탕평 포퓰리즘 주의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경제정책

5명 중 1명은 채무조정 받고도 채무불이행자…“무작정 탕감은 안 돼”

하보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9 15:32:25

▲ ⓒ스카이데일리

지난 4년간 채무를 감면해준 사람들 중 계속 연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사람이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인 ‘100만명 빚 탕감’ 정책에 대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대두되면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당시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이 지난 2013년 3월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4년간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원금 감면 등 채무조정을 받은 사람은 58만1000여명이다. 1인당 600만원 꼴로 총 6조4165억원(원금 기준)의 채무를 감면해준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10만6000명(18.2%)은 채무조정을 받고도 3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 재차 연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꼴이다.

국민의 세금과 각종 기금을 이용해 빚을 탕감하거나 감면하는 것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내세우는 선심성 정책 중 하나다. 이에 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부터 장기연체자 빚 탕감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장기연체자 구제 공약은 국민행복기금이 갖고 있는 소액·장기연체 채권을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빚 원금이 1000만원 이하이며 연체 기간 10년을 넘긴 채권이다.

▲ 문재인 대통령 ⓒ스카이데일리

1000만원을 10년 이상 못 갚을 정도면 사실상 극빈층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의 빚과 이자를 완전히 탕감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줘야 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는 설명이다.

즉, 박근혜정부에서 시행했던 채무원금 감면 등의 수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액·장기연체 채권 빚을 완전히 탕감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둘러싼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미 채무조정을 통해 원금을 탕감해준 사람들 중 연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 또한 논란의 여지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맹점을 인식해 일단 빚 1000만원 이하·연체 10년 이상인 채무자 123만명을 모두 정책대상으로 삼되 소득심사를 거쳐 완전탕감 수혜자를 가려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빚을 잘 갚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차별적인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그럼 우리도 버티기만 하면 탕감 받을 수 있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빚을 완전 탕감해 주기에 앞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빚을 갚지 못하는 이유를 면밀히 조사해 중장기적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무작정 빚 탕감만 내세우면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어 포퓰리즘에만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보연 기자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