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없앤 LG전자 강제 아침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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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1 00:28:44

▲ 유은주 기자 (산업부)

최근 대기업에는 직급체계를 단순화 하는 등 수평적·창의적·자율적 조직문화 조성 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CJ그룹, 아모레퍼시픽 등은 ‘과장’, ‘대리’ 등의 호칭을 없애거나 직급제를 단순화했다.

LG그룹도 동참했다. 지난달 31일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5단계 직급체계를 3단계로 단순화 했다. 내달부터 직위·연공 중심의 5단계 직급제가 역할에 따라 ‘사원·선임·책임’ 등 3단계로 단순화 된다.

하지만 LG전자의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직급제 단순화가 형식적인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 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한 직원은 매일 형식적으로 하는 ‘아침체조’가 강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오전 8시 출근 이지만 7시45분쯤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7시3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며 “인사고과 평가자인 팀장이 체조 전에 도착하라고 했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물론 모두 부서가 직원들에게 아침체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직까지 일부에서 이러한 압박적 조직문화가 잔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사례 중 하나다.

게다가 직급제가 단순화 되면 직급별 초임제도가 불분명해져 연봉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것도 직원들의 불만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파주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직급체계 개편과 관련해 “회사가 손해 보는 일을 하겠냐”며 “윗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직급제 단순화도 다 무용지물이다”고 꼬집었다.

물론 직급제 단순화 외에 월요일 회의 없애기, 매주 금요일 ‘캐주얼 데이’ 등 긍정적인 변화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다른 기업에서 호칭파괴 등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급체계 단순화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해답이 아닐 수도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듯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윗사람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사내 익명 커뮤니티에 “임원들 직급체계부터 단순화 하라”는 비아냥 섞인 글이 등장했을 정도다. 변화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서 강하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조직문화를 이끄는 상위 직급자의 태도가 조직변화의 큰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기도 하다. 만약 직원들이 반바지를 입는 것을 허용하고 싶다면 사장부터 반바지를 입고나오면 된다. 직원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반바지를 입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찍 출근해 아침체조를 강요하는 팀장, 과연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자아낸다.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