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자동차만으로 먹고 살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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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키우고 산업구조 다변화해야

손채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2-10-15 23:54:38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얼마 전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을 희망하는 직원을 모집할 당시 한 직원은 그 자리에 참석해 이 회장에게 ‘스마트폰 이후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 직원이 이 회장과 만나 식사를 함께 했는지 또 궁금했던 질문을 했는지, 했다면 어떤 답을 얻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그룹 회장에게 이 직원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전자와 자동차가 현재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한민국 먹거리가 무엇인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밝힌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의 올해 총 순이익 추정치를 보면 전자와 자동차로의 쏠림 현상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 현대차와 기아차 3개 기업은 국내 30대 기업의 올해 총 순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30대 기업의 올해 총 순이익 추정치는 67조4700억원이며 이 중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3개 기업의 순이익 추정치 합계는 36조74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30대 기업의 전체 순이익 가운데 이들 3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4.5%로 절반을 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22조6800억원으로 전체 가운데 약 33.6%를 차지, 압도적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9조5500억원(14.2%), 4조5000억원(6.8%)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경우 순이익은 13조7300억원에서 올해 22조6800억원으로 8조9500억원이나 급증했다. 또 현대차는 8조1000억원에서 9조5500억원으로 1조4500억원, 기아차는 3조51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9900억원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3개 기업을 제외한 27개 기업의 순이익은 32조7000억원에서 30조7200억원으로 약 2조원 줄어들 전망이다.

단순하게 국내 기업 실적 양극화가 대기업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치부하기에는 불안한 게 또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하고 나머지 27개 기업을 놓고 봤을 때 국내에서 돈을 벌어 들인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이다. 시총 상위 30대기업에 포함된 하나, 신한, KB, 우리금융지주와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10조1200억여원으로 27개 기업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결국 현재 한국 경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와 자동차업종 그리고 금융산업에 지나치게 치우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나 내수 침체 등을 감안하면 이들 업종과 기업이 올린 실적은 고무적이며 또 이런 기업들의 출현을 기대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자동차의 수출이 조금만 삐걱대도 우리 경제는 몸살을 앓을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 또 자칫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문제점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금융시스템이 조금만 불안해져도 우리 경제는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 그리고 금융대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은 벗어나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를 보면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은 게 있다. 하나의 경제권 통합 속에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포기한 국가들은 모두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그리스가 비교된다. 독일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통해 견실한 경제력을 쌓아 갔지만, 그리스는 경쟁력이 없다 해서 제조업을 포기하고 관광업에 집중하다 경제 위기에 맞닥뜨리고 말았다.

하나의 경제통합 테두리 안에 저기서 저 산업이 발전해 경쟁력이 없으니 우리는 손쉽게 다른 산업으로 먹거리를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안일한 것이었는지 보여준다. 결국 그리스는 독일의 지원 여부에 일희일비 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금융위기 이후 경쟁력 있는 기업들로 이익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허약한 한국 경제의 체질을 여실히 드러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쟁력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산업 구조상 심각한 왜곡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자나 자동차 그리고 금융업에서 벗어나 한국 산업 구조를 다변화시켜야 한다. 주요 업종외에 다른 업종도 미래의 먹거리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 균형잡힌 한국 경제를 만들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손채윤 기자 scy73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