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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래된 점포’가 각광받고 있다. 외식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명성을 쌓아온 점포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포(老鋪)’라 불리는 이들 점포는 한 자리에서 적게는 수십년, 많게는 백년 넘게 영업해 온 곳들이다. 특히 노포 열풍에 힘입어 이를 관광 상품화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관심은 더해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노포를 관광콘텐츠로 활용해 상당한 경제 효과를 얻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노포를 일컬어 ‘시니세’라 부르는데, 100년 이상 된 곳들만 무려 2만7300여개에 이른다. 시니세는 일본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명소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노포 발굴 사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5개 자치구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노포 관광콘텐츠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발굴한 노포를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3개 국어로 된 QR지도와 영상물 등 관광콘텐츠로 제작해 관광객에게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노포를 대체할 이름을 찾는 ‘노포 브랜드 네이밍 공모전’도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실시 중이다.
손기정·김두한 단골 100년 넘은 원조설렁탕, 화교 3대 운영 중식당 등 인기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이문설농탕’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 1904년 설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1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긴 셈이다. 서울 음식점 허가번호 1호로 각종 매체에 소개되며 인기를 끈 이곳은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 이시영 초대부통령, 남로당거물 박헌영, ‘장군의 아들’로 유명한 김두한 등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유명인들의 단골집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처음에는 종로구 청진동 일대 피맛골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지난 2011년 재개발로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이전과 동시에 기존 기왓집 형태의 건물 대신 현대식 건물로 변신을 꿰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 분위기가 사라져 아쉬워하는 사람이 더러 있긴 하지만 명성에 힘입어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가게를 찾은 김지하(27·여) 씨는 “회사 상사 추천으로 오게 됐다”며 “설렁탕에 고기가 다양하게 들어있는데 퍽퍽하지 않고 육질이 좋아 다른 가게와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교포인 이서현(35·여) 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며 “100년 전통을 가진 한국 음식집이라 더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설렁탕 같은 한식 뿐 아니라 중식·이탈리안 등 외국 음식을 파는 노포도 존재한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3가에 위치한 중식당 ‘안동장’은 1948년 개업했다. 서울에 있는 중식당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화교 출신 일가가 3대에 걸쳐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년 째 정통 중식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추가 들어가 시원한 맛이 일품인 굴짬뽕은 이곳의 대표메뉴다.
안동장에서 만난 이성우(65·남) 씨는 “70년대 초반부터 단골이었다”며 “여기는 옛날에 먹던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계속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곳도 몇 번 공사를 했다”며 “예전에는 1층을 제외하고 모두 좌식이었는데 신세대들이 그런 문화를 불편해하니까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입식으로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무조건 옛날 방식만 고집하면 도태 되는 게 당연하다”며 “노포의 꾸준한 인기 비결은 오래된 가게라고 무조건 옛날 방식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유행보단 가게 원칙부터, 고객의 요구 반영한 변화가 장수의 비결”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위치한 ‘라칸티나’는 1967년에 개업한 서울 최초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개업 초기에는 경양식과 이탈리안 음식을 함께 팔았지만 1980년대 초 주인이 바뀌면서 정통 이탈리안 음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가게 중앙에 위치한 작은 비너스 조각상들은 보기만 해도 옛 향수를 자극할만한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평일 저녁시간에는 항상 예약 명단이 가득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2대째 이곳을 운영하는 이태훈(53·남) 사장은 “가게를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이 많다”며 “어떤 손님은 여기서 선을 보고 결혼한 뒤 자녀와 손주까지 데리고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정말 뿌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거의 바뀌지 않아 거기서 향수를 느끼고 찾는 손님들도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봉골레의 경우 국물이 많지 않은 메뉴였는데 손님들의 요청으로 인해 국물이 많은 음식으로 바꿨다”며 “전통만 앞세운 노포는 살아남기 힘든 만큼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손님의 요구에 맞춘 변화는 필수다”고 오랜 기간 인기를 누려온 비결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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