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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개혁 수레바퀴가 청와대 참모진들과 정부 각료들이 잇따라 자리를 차고앉으면서 움직이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어디를 향해 굴러갈지 예단하기 어려워 기대반 걱정반이다. 개혁 방향은 큰 틀에서 ‘좌향좌’로 정해졌지만 그것이 어떤 성과를 낼지 감이 잘 안 잡히고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좌행보에 대한 기대감의 방점은 당연히 분배에 있지만 그것이 실패하면 오히려 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하는 부메랑을 맞는다.
투명한 사회 그리고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이상적 절대 모델은 신기루일 경우가 많다. 새 정부는 분배의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목표’ 보다는 완성도를 높여 가는 ‘과정’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곱씹어 봐야 한다는 뜻이다. 복지는 대표적인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훌륭한 그릇이다. 문재인 정부 또한 다양한 복지공약을 내걸고 그 징검다리를 새로 놓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완벽한 복지보다는 불완전한 복지에서 역설적으로 이상적 모델을 추구할 여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싶다.
오늘날 복지는 단순히 사회보장 개념을 넘어선다. 일자리 창출은 그 대표적인 광의의 복지개념이다. 새 정부는 10대 공약의 첫 번째로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이란 깃발을 내걸었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복지를 챙기고 있다. 또 10대 공약 중 인력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권력기관 개혁, 민주적 협의구조를 기반으로 한 재벌개혁 등도 따지고 보면 복지국가의 진입로를 만드는 한 과정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잘 사는 이른바 ‘대동(大同)의 나라’를 건설한다는 것은 위대한 꿈이 맞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도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완성도 높은 민주주의와 시장적 사회주의의 적절한 결합이 복지의 이상적 시스템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복지 과녁에 화살을 날리는 과정에서 활을 잡은 시위꾼들은 활의 권력을 오만하게 남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근대 인류사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준 영국 혁명과 프랑스 혁명조차 그랬다. 크롬웰은 청교도 혁명에서 왕당파를 끝내고 공화국을 세우는데 성공했지만 지나친 도덕정치에 함몰돼 또 다른 전제정치를 행사하는 모순의 틀에 갇혔다. 호국경(護國卿)이라는 전권의 자리에 올라 통치장전을 바이블 삼은 것은 자신이 그토록 주창했던 공화국의 이상과 대치됐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로베스 피에르도 혁명의 성공을 자양분 삼아 반혁명분자를 색출하고 자국국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다가 그 자신 또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복지의 틀을 꼭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역발상의 조건들을 몇가지 제시하고 싶다. 우선 첫 번째로 복지를 분배의 형평성을 기하는 잣대로만 보지 말고 생산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봐달라는 것이다. 복지의 다른 이름은 공공산업의 신 국유화 정책을 통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인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일시적 땜빵이며 부작용 우려가 큰 스테로이드 주사 방식이다. 새 정부는 복지 관련 공공사업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사업들을 발굴해 과감히 국유화하고 그 분야에 인재가 필요토록 하는 유인식 복지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 복지와 생산적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이다. 현대판 경제기획이 복지분야에서 필요한 이유는 이들 산업이 아직도 ‘박정희 밥상’으로 버텨가는 우리의 성장 임계점을 깨고 넘어설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공공부문의 부가가치 업종을 찾아내고 발굴하는데 있다. 복지벤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혁신적인 산업들이 이에 속한다. 의료와 바이오는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복지산업이다. 정부가 이 분야 미래산업의 일정부분을 국유화 해 씨앗을 뿌려주는 파종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 뇌과학, 줄기세포, 인공장기 등은 인간생명복지의 첨병이다.
의료·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가주도의 기획경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내기도 쉽다. 무병장수 또는 영원한 생명에 도전하는 이 분야의 산업적 부가가치는 무궁무진하고, 그것은 곧 국내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복지와 산업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경우 수많은 자연과학 인재와 영재들이 한해 수천명씩 배출되고 있음에도 산업적 부가가치 인력으로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의대와 약대라는 최고학부 관문을 통과한 의·약사들의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동네가계(의원·약국)에 연연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권력기관 개혁조차 생산적 복지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검찰은 그동안 많은 정권에서 권력의 칼이 돼 왔다. 따라서 검찰개혁 자체가 권력과 거리를 두는 과정이어야 하는 만큼 특정 권력에 의한 개혁이란 말 자체가 사실 이율배반적이다. 검찰개혁의 최정점은 옥상옥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인 독립에 있다. 검찰이 권력의 뒷배를 타지 않거나 칼이 돼주지 않는 시스템이 검찰개혁이다. 그런 점에서 현 검찰개혁은 청와대의 셀프개혁이란 말이 더 적절하다. 과연 가능할까에 의문을 두게 된다. 권력이 검찰을 놓아주는 대신 사회적 감시 시스템을 작동케 하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진짜 개혁이다.
광의의 복지사업 부문은 부패고리가 가장 심한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수많은 공기업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 인프라를 책임지기 때문에 간접적인 복지기관들의 영역에 들어 있다. 이들의 부패와 그 사슬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카르텔 부조리가 여전히 극심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권을 잡을 때마다 숱하게 이들 공공산업의 부패고리를 끊겠다고 고함을 질러댔지만 이를 온전히 해낸 정권이 전혀 없었다. 복지관련 산업이나 공공사업들이 대부분 정권의 그림자 영역에 들어있는 탓이다. 검찰이 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 이들 그림자 영역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 이것은 생산적 복지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동시에 복지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세 번째 제안하고 싶은 생산적 복지의 방점은 국가철학이지만 이데올로기로 빠지면 안 된다는데 있다. 칸트의 비판주의가 헤겔을 비롯한 독일 관념철학의 기둥으로 세워진 후 그것은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유물론과 니체가 탄생되는 실존주의로 분파됐다. 이들 사상이 현실 세계에서 수많은 비극적 결말을 낸 것은 이상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잘 보여준다. 마르크스는 전 세계에서 실패한 공산주의 체제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니체 사상은 히틀러로 심어져 수백만명 학살이라는 전쟁과 살인의 광기를 만들어냈다. 수많은 인류역사에서 복지의 이념성은 정치권력의 이상적 환상으로 내세워졌다. 복지 파라다이스를 건설하겠다면서 깃발을 내건 권력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런 그들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무차별 짓밟거나 정당한 요구를 무력화시킨 경우가 많았다.
복지의 끝은 목적이 보이지 않고 결론이 보이지 않는 지난한 과정이다. 마치 현실 너머의 초월적 복지환상에 빠진 채 절대 변할 수 없다는 ‘연역적 절대논리’(논리적 독단)로 빠지면 대개는 화려한 말잔치이어서 대부분 환상적 수사(修辭)로 끝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철저히 기만당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복지의 대표선상에 있는 유럽식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도, 미국식 자본주의도 어느 것이 완전히 옳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 양대 시스템의 어중간한 위치에 걸쳐져 아주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쪽 발은 미국의 그늘 아래 시장주의를 추구하면서 또 다른 발은 반시장적 사회주의로 급속히 달려가는 모양새다. 속된말로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는 이상한 외줄타기 복지에 빠져 있다.
인간이 간절히 추구하는 복지가 충만하고 그 자체가 가질 수 있는 권력성을 제어할 권력조차 필요 없는 대동 낙원의 높은 산은 재론하지만 오르지 못할 환상적인 환상일 수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그 산을 오르려 한다면 국민도 국가도 피폐해진다. 그 위험헌 선택을 대신할 대안은 있다. 복지를 즉석분배로 추구하는 정의보다 솥단지를 만드는 장기분배의 부가가치 정의에 가늠자를 맞추는 것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의 복지정의는 화려해 보이지만 후자 없이 전자를 갔던 수많은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망국이 되거나 도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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