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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종이신문 자매지가 오늘(7월 17일)로 창간 1주년을 맞았다. 이에 첫 생일을 맞은 기념일에 부쳐 한반도의 위기상황에 대한 무거운 화두를 꺼내들고자 한다. 최근 동북아 정세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내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외적으로는 태풍전야처럼 잔잔한 분위기 또한 연출되고 있어 불길한 기운이 넘나든다. 미-중 간의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전개되고 있지만 잠시 시끄럽다가 이내 조용해지는 조울증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 사이클이 점차 짧아지면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꽃놀이 패를 들고 자신들만의 ‘셀프 핵 지위’를 단단히 챙기고 있다. 위험하지만 결코 안정화 되지 않은 폭발물처럼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정중동의 대립이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다.
한반도는 지금 호전적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이에 공세적 대응을 불사하고자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옵션 카드로 날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엄연한 현실을 우리 국민 대다수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트럼프는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툭하면 첨단무기를 전개해 선제전쟁 무력시위를 하고 있지만 그 조차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무감각해 졌다. 남북 휴전상태는 가히 유물이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최근 엄습한 이런 공포적 분위기는 한반도에 드리운 ‘위기적 고요’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쟁에 용감하다고 할 만큼 태연하다.
북한 식 체체정의가 선군정치로 옹립되면서 김정은 정권의 핵은 그들에게 생존과 번영을 지켜주는 이상적 이데올로기로 둔갑했다. 이런 묘한 정치적 둔갑술이 미국에게는 리얼리티 쇼 같이 비춰지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표현조차 나오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에겐 그 핵이 선군의 이상적 모델로 옹립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오싹하게 바라봐야 한다.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도망갈 수 없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라는 상황이 공지의 사실이다. 미-중이 북한체체의 연명을 내심 방치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으니 실로 가장 위험한 게임이다.
다시 말해 미-중 양국의 이 같은 어색한 견제가 김정은의 핵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 것은 약소국을 지렛대 삼은 강대국들의 불필요한 잔수에 대한 위험한 대가이고 부메랑이다.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그 절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미-중 양국에 자폭경고를 할 수 있는 화약고를 착착 키워내고 있다. 이는 북한을 사이에 둔 채 김정은이 존립해야 할 어색한 미-중 속내가 드러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하겠다.
한반도가 전쟁의 태엽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 격렬한 미-중 간 갈등이 태풍처럼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되레 손발이 묶인 상태로 적막한 처지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진핑의 중국을 북한 수준의 인신매매국가으로 격하시켰다. 나아가 두 개의 중국을 용납하지 않는 시진핑에 대만 무기판매나 미 항모전단의 대만 기항정책도 노골화 하고 있다. 중국의 심장부에 연이어 비수를 꽂은 격이다. 또 미국은 북한을 지원한 중국 기업과 개인들에 대한 경제제재 옥죄기도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중국 내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의 죽음을 놓고도 미국은 공세의 고삐로 활용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산 철강제품 쇄국정책을 만지작거리며 협박하는 태도를 미국은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시끌시끌하다 이내 조용해지는 식의 사이클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에 대한 공격포문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왠지 모를 냄비식 대응이 더 큰 대립각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미국이 제3자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 어루만지기를 강화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식의 반기를 들고 있다. 미국의 군사위협과 군사옵션이 오히려 북한 핵의 진앙지라는 태도 또한 강경해졌다. 중국에게 미국의 공세는 적반하장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북한의 좌장은 중국일 수밖에 없다는 명분이 되고 있는 그림이다. 중국은 북한을 일방 압박하는 트럼프 식이 아니라 기존의 후견 태도를 고수해 오히려 그 움직임이 아이러니하게 정당화 되고 있다. 결국 중국의 발걸음도 요란하지 않은 채 언제든 칼을 뽑을 태도를 갖췄다.
중국은 실제로 북한 핵·미사일을 원하지 않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마침표를 찍을 것을 요구하는 쌍중단(雙中斷) 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시진핑은 한반도 비핵화 전제의 조건으로 한 북·미 협화협정 카드를 들고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맏형 역할을 대놓고 지속하겠다는 의사표현에 다름 아니다. 종합해보면 미-중은 외견상으로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채 싸우고 있지만 전면전의 태도가 아닌 정치적 나눠먹기 설계를 하는 식으로 진행해 왔고, 그 설계에 포함된 북한의 배수진 생존변수 카드가 G2의 묵시적 상호이익 시소게임을 전운으로 반전시켜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 같은 미-중 양국의 이상한 헤게모니 싸움을 그래서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과 이에 유일하게 맛설 대항마를 자부하는 중국은 마치 조직폭력배 같은 행동들을 하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는 일이 없다.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스스로 무뢰한 같은 행동들을 주저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치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두 나라가 발톱만 키우며 으르렁 거리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그 가면의 정책노선을 벗어 던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해야 할 처지에 빠졌다. 동북아 최전선인 한반도에서 모종의 전쟁 시나리오를 구상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 대리 주연을 맡을 인물이 남북한 당사자 일 수 있다.
인류사를 보면 가장 보편적 희망의 가치는 평화였지만 그 대척점에 있는 전쟁을 단 한시도 멀찍이 떨어뜨린 일이 없다. 무자비하고 용서가 없는 광기의 살육전인 전쟁은 끔찍하기 그지없는 비극이지만 우리 인류는 그것을 끼고 살아왔다. 전쟁은 나아가 정의로 미화되는 일이 많았다. 북한의 선군정치는 현대판 전쟁광의 파쇼 내지는 전체주의의 상징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의의 나팔이 되고 있다. 절대적 군사력 우위정책을 취하고 있는 미국 또한 전 세계적으로 정의의 깃발을 나부낀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무기가 개발되고 있는 최전선에 북한 그리고 미국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호 평화를 외치기에 한반도 화약고는 인류 역사의 본성이 전쟁을 피할 수 없는 동반자로 끼고 있는 모습을 연출해 주는 무대가 되고 있다.
전쟁범죄의 총감독이라고 할 국가 시스템은 지난 수천년간 인류에게 유효한 삶의 수단을 제공하는 단체로 기능해 오기는 했다. 국가는 때로 천사의 모습으로 그리고 또 때로는 악마의 모습으로 극과 극의 두 얼굴로 인류를 그 틀 안에 완벽하게 가두는 괴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오늘날에도 국가가 없는 인류의 사회질서체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문명과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이 초국적 상황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국가라는 울타리를 더 높게 쌓도록 하는 토양이자 자양분이 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가 간 갈등양상이 복마전처럼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최전선에 바로 대한민국이 있는 한반도가 자리하고 있다.
국가 간 담장이 높아지면서 국가 이기주의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 전운의 씨앗이다. 미-중은 그 대표적인 나라들로 떠올라 자충수를 놓아가고 있다. 속 좁은 강국들의 이권다툼 장이 정의로 포장되기에 피를 말리고 있다. 미-중이 지금 당장이라도 국가 이기주의를 버려야 하는 이유엔 인류에 대한 신성한 평화를 외치며 책임 있는 G2를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은 개별국 강제 잣대인 헌법(정의) 체계를 갖추기 힘들다는 점에서 국가 이기주의는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의 씨앗이 되거나 전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미-중의 국가 이기주의가 극명하게 부딪힌 끝에 도사린 한반도 전운의 그림자는 결국 그들만을 위한 막장싸움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인류는 3차라는 숫자가 의미 없는 대전쟁의 시계 초침 태엽을 열심히 감고 있는 모습이다. 두 세계대전 모두 제국주의 간 이권다툼과 열강들의 밥그릇 그리고 감정 싸움이 발단이었다. 지금도 그 밑바닥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미국을 향해 365일 선전포고를 해대는 북한은 역설적으로 평화라는 이름을 내걸고 트럼프를 향해 평화협정 카드를 내밀고 있다. G2는 그것으로 교묘히 실리를 챙기고 있다. 그 주변에서 일본과 러시아까지 이권을 저울질하며 거대한 폭발물의 신관역할이 돼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반도 주변 4강국이 역으로 우리가 약하기에 존재하고 있는 강국이라는 치열한 반성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강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이라면 주변 4강국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평화를 조율할 파트너가 된다. 우리는 지금 내치에 지나치게 발 묶여 정말 순진한 토끼처럼 멋모르고 대전쟁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용어] 대전쟁은 한반도 전쟁 위기 또는 전쟁 발발시 직·간접 참전할 수 있는 남·북한 이외의 미·중·일·러 주변 4강국이 연관된 큰 전쟁(大戰爭)의 개념이며, 이 같은 국제전 발발시 남·북한은 국제적 이해관계의 대리전쟁(代戰爭)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함께 함의(含意)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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